오세훈 서울시장이 싸우고 있다. 차라리 금품을 살포하던 시절이 나았다고….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쯤 되면 아예 내놓고 돈 봉투를 살포하며 표를 사가던 1960년대 수준보다 못합니다. 적어도 그 돈은 나랏돈이 아니었거든요”이라고 올렸다.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무상의료, 무상보육까지 들고 나오자 오 시장은 더욱 흥분했다. 그는 자신의 복지를 ‘서울형그물망복지’라고 했다.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사각지대 없이,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 모두를 보살펴드리는 안정적이고 형평성 있는 ‘착한 복지’라는 것이다. 반면 무차별적 과잉복지는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우고 우리사회의 건강한 생산과 성장의 기운을 막아서는 ‘나쁜 복지’의 전형이라고 이분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오 시장은 차라리 주민투표를 하자고 선동하고 있는데, 한 보수언론은 사설을 통해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차라리 주민투표를 하라고 거들고 있다. 사설은 말미에 “투표에 나서는 시민도 무상급식 찬성의 전제는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서울시는 아이의 동의도 없이 중요한 부분만 식판으로 가린 무상급식 반대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실었다. 광고비는 3억8000만원이었다.

아이들, 먹고살기 힘들단 말 나올 판

돈도 돈이지만 아이와 부모가 받은 정신적 상처를 염려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차라리 ‘오세훈이 벗었더라면’이라는 노기어린 패러디가 등장했다. 차라리 그가 벗는 게 나을 걸 그랬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을 지적하지만 자신의 행보가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표를 의식한 속셈과 협박뿐이다.

‘무상급식에 찬성하려면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임을 유념하라고?’ 문제는 세금을 더 내고 덜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세금을 내느냐’에서부터 출발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금이 공정하게 걷힌다고 믿지 않는다. 세금이 공정하게 쓰이는가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다. 만약에 세금이 공정하게 걷히고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공정하게 쓰인다면 세금이 조금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이유가 없다는데, 솔직히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 가운데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쓰이는 예산이 어디 무상급식 예산뿐이겠는가. 오 시장의 뜻대로 분리급식을 한다면 돈 내고 밥 먹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공짜로 밥 먹는 아이들이 마음을 베일까?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용 분담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더니 이번엔 교육청과 청주시가 현물출자 논란을 빚고 있다. 청주시가 돈 대신 지역 쌀을 사서 주겠다고 검토한 것이 발단이다.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의 입에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