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생계형 근로자… 학교 직접고용·처우개선 등 요구
교원대, "위탁사업비 보조금 사용·학교 방침 바꿔야" 난색

▲ 한국교원대 청소용역업체 재계약 과정에서 집단 해고된 청소용역근로자들이 신년벽두부터 전원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1일 학교도서관 로비를 묵묵히 청소하고 있는 한 노조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육성준 기자
<교원대 청소용역근로자 집단해고 반발>청원군 강내면 월탄리에 살고 있는 전순남(48·사진)씨. 그는 지난해까지 한국교원대학교(이하 교원대)에서 청소용역 근로자로 일했다. 남편 한갑수(55)씨에게 시집온 이래로 그의 나이 35살 때 (1999년)부터 12년 동안 청소용역 근로자로 교원대 교수회관 등을 청소했다. 남편도 그의 뒤를 이어 지난 2001년부터 10여년 같은 일을 해 왔다.

부부가 힘들여 번 돈은 각각 월 90만원에서 94만 원 정도, 둘이 합쳐 184만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중학교 3학년(16살)인 딸아이와 고등학교 2학년(18살)인 아들 등 두 남매의 학비와 학원비,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하지만 올해 초 교원대가 청소용역업체 재계약을 하면서 사실상 해고 통지를 하면서 부부가 모두 실업자가 됐다.

전 씨는 우선 당장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아들의 학비가 걱정이다. 학교급식비(월 11만원), 분기별 등록금(45만원), 영어 단과 학원비(35만원), 수학 단과 학원비(30만원) 등 아들에게만 적어도 매월 121만원이 들어가던 상황에서 당장 학원 공부부터 중단해야 할 처지다. 이번 달이야 지난 한 달 동안 일한 돈을 받아 아들 학비 제하고 63만원으로 4식구가 간간히 버텨 보겠지만 당장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일한만큼 받으려 노조 가입했는데…"
이들 부부와 상황이 비슷한 교원대 청소용역근로자 15명이 올해 초 집단 해고 되면서 반발하고 있다. 청소용역근로자들은 휴일근로수당 등 일한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지난해 9월10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노동조합(이하 노조)에 가입을 했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청소용역업체 재계약 과정에서 고의로 배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사건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성가신 노조원들의 재고용을 업체가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원들은 새로운 청소용역업체가 지난해 12월29일 선정되었지만 업체가 직접 고용한 일명 관리반장 H씨는 10여일 앞선 8∼9일부터 청소용역근로자를 공개모집했다. 이를 두고 노조원들은 새롭게 선정된 청소용역업체가 노조원들을 고의로 배제하기 위해 관리반장 또는 교원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노조원들은 원청업체인 학교가 나서 하청업체(W사)에게 조합원 14명(1명 병상 제외)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힘써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니면 청소미화원을 직접 고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조원들은 지난 6일 학교앞 전원복직 시위에 이어 11일엔 민주화를 위한 교수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총장면담을 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부산대학교가 직접고용을 통해 예산낭비를 줄이고 청소미화원들의 처우 및 청소업무의 질을 높인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민노총 충북지역노조 이성일 사무국장은 "교원대의 연간 청소용역 위탁예산은 7억6000만원 상당에 이른다"며 "이 중에 10%의 업체이윤과 5%의 일반 관리비, 10%의 부가세를 직접고용으로 돌리면 추가 예산 부담 없이 남녀 114만원(최고 120만원) 안팎의 급여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 인사·운영권 개입 어려워"
또 근로기준법과 지난 2006년 8월에 발표된 정부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 국가계약법 및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만을 따라도 이들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처우는 대폭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 경비 등 단순노무 인건비를 책정할 때에는 직접 고용수준(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따라야 하고 퇴직금과 연월차 수당을 챙겨줘야 한다(근로기준법)는 규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상여금 400%를 포함해 청소미화원 근로자들이 받아야 할 매월 급여는 136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에 선정된 청소용역업체는 청소미화원들을 새롭게 선발하면서 월 130여만원 안팎으로 처우를 대폭 개선했다.

이에 대해 교원대 총무과 김청안 담당은 "하청업체의 인사·운영권 문제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부부가 모두 해고된 경우 1명이라도 고용해 줄 것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34명의 청소용역 근로자 정원을 모두 채운 터라 결원이 생길 경우 한번 재고해 보도록 했다. 모두가 같은 강내면 사람들이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직접고용의 필요성도 느낀다. 이번 위탁업체의 1인당 인건비가 130여만 원 선이라 기성회비 인상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라며 "현재로써 직접고용이 어려운 것은 국고로 보조되는 위탁사업비 사용문제가 대두된다. 또한 위탁사업비가 끊길 경우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해 총학생회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국립대 못한 일 사립대가… 학교의지 중요"
청주대, 비정규직 고용승계·처우개선 '견인차'
 
비정규직 청소용역근로자의 고용승계 문제는 비단 교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지난 2007년 청주대학교에서도 한 차례의 홍역을 치른바 있다. 당시 업체 재계약 과정에서 15명의 청소용역 근로자 재고용문제가 불거졌고 해마다 되풀이 되는 비정규 노동자의 재계약 문제를 해결해 안정된 일자리로 전환하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당시 선정 업체와 절충안이 마련되었고 15명 전원이 재고용됐다. 그나마 처우가 개선되어 지난해까지 매월 102만원 안팎의 급여와 주 5일 근무 보장, 휴일 특근 수당 제공, 연월차를 보장받게 됐다. 올해는 청주대 30여명의 청소미화원의 월급여가 118만원까지 인상됐다.

이는 교원대가 올해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면서 130여만 원까지 급여체계를 개선하기 전까지 지역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청주대 청소용역근로자 급여체계가 지역대학 청소미화원들의 처우개선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서원대학교 청소미화원들의 연월차 수당이 생긴 사례를 들기도 했다. 사실 충북대학교도 85명 안팎의 청소미화원들의 처우가 매월 98만원 안팎으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국 국·공립대학 여성 청소미화원 평균 급여 110만원 안팎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란 것이다.

민노총 충북 지역노조 청주대 이정순 분임회장은 "조달청 최저 입찰(또는 적정가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해마다 앉아서 10%의 위탁업체 수수료를 챙기는 형국이다. 앞으로 대학들은 직접고용을 통해 이 같은 위탁사업비가 실질적으로 노조원들의 처우개선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노조 이성일 사무국장은 "국공립대학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아쉽다"며 "정부 지침만 따라도 처우는 대폭 개선될 것이다. 학교 의지의 문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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