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청 충북과학기술자총연합회장

지난 1월 30일 충북대 개신문화관은 저마다 가슴속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심(憂心)을 가득 안은 충북지역의 물리 생물 화학 기계(기술) 등 이공계열 중·고교 교사와 대학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1회 이공계열 기피현상의 문제 및 해결방안에 관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충북지역의 과학기술인들이었다. 과거 고도성장을 이끌며 우리나라를 1인당 GDP 1만불 시대로 이끈 과학기술인들은 그들 스스로 쌓은 옛날의 명예나 명성, 자부심 대신 8년째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며 기초과학 분야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이 나라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위기의식을 먼저 드러내 보였다.

사단법인 한국과학기술자 총연합회 충북지역 연합회(회장 김성청 충북대 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 겸 산업과학기술연구소장·64·이하 충북 과학기술자 총연합회)가 올해 최초로 개최한 이번 포럼이 우리의 지대한 관심을 끈 것은 포럼의 명칭이 명징하게 드러내 보이듯 학생은 물론 정부 정책 측면에서 홀대받고 있는 이공계열 학문의 진흥 및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절실한 ‘앙가주망’이라는 점 때문이다.

중·고교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진학, 그리고 졸업 후 진로에 이르는 긴 도정에서 사회적·교육적 ‘차별’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고착된 이공계 기피현상은 어느 정도 심화돼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 병의 원인과 처방은 무엇인가. 누구보다도 이 문제에 대한 과학기술인들의 오랜 문제의식을 적확하게 짚고 있을 김성청 충북 과학기술자총연합회장을 만나보았다.

-이번 포럼이 시의적절한 이슈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공계 분야라고 하면 사실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기초과학 분야를 이루는 자연과

   
학을 비롯해 기계 건축 컴퓨터 분야를 포괄하는 소위 공과대도 있고요. 이번에 충북지역 과학기술인들이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이란 중대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실 오랜 기간 느껴온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다만 주제가 넓다보니 1회 포럼에서는 ‘물리’ 부문에 국한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포럼을 연속적을 개최, 이공계열의 타 부문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낼 생각입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논의가 예를 들면 과학기술인, 또는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일각에서만 국한돼 온 느낌입니다만. 지금 우리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어느 정도로 만연돼 있습니까.

“충북대나 청주대는 아직 양호한 편이지만 영동대나 도내 2년제 전문대의 경우는 심각합니다. 고교 졸업생 정원이 대학 입학정원을 밑도는 ‘대학 과잉’의 시대가 도래한 까닭도 있지만 이공계 기피현상까지 겹쳐 대부분의 대학들 경우 이공계 학과의 정원미달 사태가 심각합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우리나라의 이공계 학문 기반이 몰락할 지경입니다.” 실제 도내 각 대학들의 입학전형 결과 주성대를 비롯, 충청대와 극동정보대 경우 이공계열의 평균 경쟁률이 0.5∼0.6대 1에 불과한 등 무더기 미달사태를 보였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왜 이토록 심각할 정도로 만연돼 있는 겁니까.

“간단합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이공계 출신들을 홀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농공 분야를 경시해 왔습니다. 여기에 건전한 노동의식이 약화되면서 3D기피현상이 고질화된 것도 주요 원인입니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를 이만큼 살게끔 견인한 세력은 허리띠 졸라매고 산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과학기술인들 아닙니까. 또 정부의 산업입국의 정책적 의지도 굳건했고요.”

-그렇다면 빈사상태인 이공계 부문을 발전시킬 대안에 대해서도 그간 많은 생각을 하셨을 텐데요.

“최근 참여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의 사회 구축 △제2의 과학기술입국 구현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채택한 것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솔직히 과거에 이런 얘기가 없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긴 건 아닙니다. 정부의 선언적 방침이 실현되려면 실질적인 제도마련과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공부문 육성을 위한 특단의 로드맵 확정이 시급합니다. 이 문제는 병세가 깊은 만큼 하루 아침에 도달할 수 없는 목표지만 정책방향이 제대로, 그리고 뿌리깊게 설정만 된다면 미래의 희망을 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김 교수는 “정부는 올바른 정책설정과 함께 기술직 공무원 우대, 우수한 이공계 학생에 대한 병역의무 완화(병역특례 등) 등의 지원책을 만들 필요가 있으며 기업에서도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등 사회 전체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것이 현실화할 때 지금처럼 너도나도 의과대학이나 법학대로 몰리는 학문 편식증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공계 학문을 진작해야 하는 더 큰 당위성은 이들 학문이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문인 ‘기초과학’이라는 점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기초과학의 주체적 독립 없이는 기술자립은 꿈도 꿀 수 없고, 2만 달러 시대 진입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수나 선생님들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물리나 생물 화학 등 이공계 학문, 아니 과학기술부문 학과목에 대해 일찌감치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할 무거운 책무가 저희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번 포럼 때 모인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이 새삼 문제의식을 함께 가진 부분도 이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재를 획기적으로 새롭게 편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점은 이번 포럼이 던져준 망외의 성과입니다.” 

1975년부터 충북대에서 만 29년간 강단에 서 온 공학박사 김 교수는 사려깊은 학자의 차분한 목소리를 인터뷰 내내 잃지 않았지만 “공학 및 이학 전공자들이 사회 각 분야의 정상에 서서 진두지휘하며 눈부시게 발전하는 중국이 요즘처럼 두렵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며 “(우리 사회가) 잠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는 경고를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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