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연초제조창에서 개최
상설관 및 공예클러스터 등 문화공간 가능성 엿본다

▲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장으로 사용한다. 10년 동안 방치된 건물은 예전의 기록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10년간 방치된 연초제조창을 가보니…] 건물구조가 미로다. 5,4,3,2,1 등 문 위에 표기된 기호는 건물의 암호다. 곳곳에 오래된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다. ‘하루 삼분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일의 능률도 올릴 수 있다’는 계몽적인 문구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담배 수매가와 잎담배의 종류가 세세하게 기록된 칠판의 글씨는 아직 선명하다. 복도에 걸린 ‘불조심’ 푯말도 여전히 따끈하다. 다소 지저분한 1층과 달리 2~3층으로 올라갈수록 시멘트 외벽 자체가 그대로 보존돼 전시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바로 이곳 옛 연초제조창에서 ‘유용지물有用之物’을 주제로 9월 21일부터 40일간 열린다. 성공하면 국내 최초의 아트팩토리(art-factory)형 비엔날레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연초제조창 350억원에 매입
연초제조창은 10년째 비어있었다. 그동안 여기서 산 것은 비둘기 몇 마리와 묵은 먼지들이다. 5층 높이 건물에 전체면적만 8만 6000㎡. 작업실과 식당, 복지관, 창고 등이 자리 잡았던 이곳은 30분을 꼬박 걸어도 본관 건물 하나를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꽤 넓었다.

연초제조창은 70~80년대 충북경제를 견인했다. 연초제조창이 있었기 때문에 인근 지역인 진천과 청원에서 담배농사를 지었다. 연초제조창에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가장의 어깨가 으쓱하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의 몰락으로 담배산업은 불이 꺼졌다.

연초제조창 건물은 얼마 전 청주시 소유가 됐다. 기나긴 KT&G와의 소송에서 청주시가 최종 350억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청주시는 향후 5년간 무이자 분할상환하며, 내년에 우선 10억원을 지급한다. 이후 85억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KT&G는 당초 이곳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아트팩토리란 오랫동안 방치됐던 건물에 문화를 주입하는 프로젝트다. 이미 유럽과 선진국에서는 아트팩토리를 통해 도심 재생까지 이끌어낸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일본 요코하마 뱅크아트 1929, 독일 에센광산 등이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 굳게 잠긴 사무실에는 집기류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짓고 부수는 데 ‘10억원’
청주시에는 국정원 부지, 법원·검찰청 부지, 옛 KBS사옥, 연초제조창 부지 등 유휴공간이 넘쳐난다. 이곳에 대한 용도 찾기는 청주시의 또 다른 고민꺼리가 됐다. 따라서 청주시는 이번에 연초제조창에서 국제행사인 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유휴공간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를 따져볼 참이다.

또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그동안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다보니 시설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비용만 수억원이 지불됐다. 광장에는 파빌리온을 설치했고, 체육관은 행사기간 동안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변광섭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은 “총 시설비 15~17억중에 대형 파빌리온 설치비가 10억원 정도 소요됐다. 이 때문에 일회성 행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이곳을 향후 공예클러스터와 전시관으로 만들 계획도 나오고 있다. 변 부장은 “‘공예’라고 꼭 규정지은 것은 아니다. 시민 사회 각계 전문가가 모여 지역의 문화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아트팩토리의 가능성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비엔날레가 열리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설사 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해도 향후 운영예산을 청주시가 확보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익명을 요구한 시의원은 “아트팩토리 개념자체가 생소하고, 건물도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또 청주시가 운영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면적 크게 늘어나
비엔날레 조직위는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본전시, 공모전시, 초대국가 핀란드, 국제공예페어 등의 행사를 이곳에서 개최한다. 공예체험, 행사이벤트 등도 함께 열린다. 조직위는 연초제조창 건물 8만 6000㎡ 중 5만 5000㎡를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연초제조창의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엿볼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을 때 전시공간이 1650㎡인데 비해 이번에는 공간이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다양한 전시 아이템 및 공연행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잔여 면적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시민사회의 여론과 공모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문화예술테마파크로 조성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키로 했다. 이밖에 청주 청원지역 박물관 미술관 후원전과 녹색디자인프로젝트 등은 당초 계획대로 시내 일원에서 개최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밸트 조성사업 등과 연계한 국책 사업을 유치하고 기존 개발이 완료된 첨단문화산업단지와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단지 내 동부창고와 연계시켜 중부권 대표 문화예술테마파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1층 주차장으로 활용
따라서 올 1월부터 화장실, 상하수도 전기, 엘리베이터 등 연초제조창 건물에 대한 전체적인 환경정비 사업을 시작한다. 조직위는 일단 차량 진입 및 주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의 시설비 10억원 정도 내에서 환경정비를 마친다면 전체예산규모에서도 큰 지장이 없다는 계산이다.

올해 비엔날레는 총 예산이 70억원으로, 국비 25억, 시비 32억, 도비 3억과 자부담이 10억원이다. 지난 1999년부터 개최해 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해 오면서 50여개국이 참여하는 공예분야 대형행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비가 2013년에는 중단됨에 따라 조직위도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야 되는 상황이다. 또한 공예클러스터와 상설관 조성 등의 당위성을 이번 기회해 확보해나가야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문화예술계 및 아트팩토리 분야의 이슈가 될 수 있으며 행사성, 소비성 비엔날레라는 지적을 극복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10여년 간 방치돼 왔던 연초제조창 일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고 북부권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제조창의 역사

70~80년대 충북의 산업을 견인했던 것은 연초제조창과 대농공장이었다. 대농공장도, 연초제조창도 산업의 구조가 바뀜에 따라 막을 내린지 오래다. 옛 연초제조창은 지금 문화산업단지, 동부창고와 함께 아트팩토리형 문화공간으로서 도심의 랜드마크를 꿈꾸고 있다.

1946년 11월 경성전매국 연초 공장 설립
1953년 7월 13일 서울지방전매청 청주공장 허가
1973년 12월 31일 현재 위치 청주연초제조창 설립
1999년 6월 담배원료공장 폐쇄
1999년 12월 청주시 매입추진 (나기정 시장 시절)
2000년 일부 부지 매입 완료
2001년 2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설립
2010년 12월 옛 연초제조창 부지 매입 결정
           12월 23일부터 건물일체에 대해 사용권을 갖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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