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진판정 축산농민들 망연자실…한우직판장도 손님 ‘뚝’

“지난해 4월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 괴롭습니다.”
지난해 말 충주시 앙성면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 일대 축산농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난해 4월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돌보던 소와 돼지 등을 땅속에 묻은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당시 충주에서는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3㎞ 이내 94개 농가, 우제류(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는 발굽이 2개인 동물) 1만 2620마리가 살처분됐으며, 가축 이동제한(700여 농가)을 포함해 모두 214억 원의 피해가 났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인근에서 10여 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한 농민은 “그동안 방역에 크게 힘썼는데 결국 또 오고야 말았다. 이제는 정말 소 사육을 그만 두던지 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 구제역 발생으로 축산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우특화단지로 육성된 ‘참한우 마을’에도 손님이 뚝 끊겨 큰 타격이 예상된다.
농민들은 구제역 발생농가가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한 까닭에 살처분 가축수가 많지 않고 구제역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아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난 3일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은 채 방역작업에 나선 공무원들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앙성면 능암리 이동초소에서 작업을 하던 공무원들은 “지난해 4월에도 구제역이 발생해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생했는데 이번에도 해제될 때까지 얼마나 더 밤샘근무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앙성면과 인접한 소태면 이동초소에도 공무원 등이 나와 24시간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2교대(오전 9시~오후 9시, 오후 9시~오전 9시)로 나눠 추운 날씨 속에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노즐을 녹이며 작업에 임했다.

앙성농협이 운영하는 한우직판장 ‘참한우 마을’도 그동안 한우특화단지로 육성 중인 곳이어서 큰 타격이 예상된다.

김문흠 충주시 한우협회 지부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앙성 한우직판장이 구제역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언론에 구제역이 오르내리면 내릴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의 설명대로 3일 참한우 정육직판장 및 이곳과 연계돼 운영되고 있는 11곳 참한우 식당을 찾았지만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 주인 A 모씨는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고 난 뒤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앞으로 당분간 손님이 찾을 것 같지 않은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명성을 한꺼번에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푸념했다.

지난 2008년 5월 문을 연 참한우 정육직판장은 지난 2009년 6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지역 대표적 먹을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완벽한 차단방역만이 구제역 피할 길”
충주시 구제역 실무책임자 권영 축산과장

-힘든 시기에 축산 실무업무를 맡게 됐는데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은.
축산농가별로 개별 방역을 실시토록 하고, 각 지점마다 통제초소 운영에 들어갔다. 외부의 차단방역을 위해 15곳에 설치된 이동초소를 25곳으로 확대·설치해 추가발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농가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확산 방지를 위해 다중집합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구제역 백신접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앙성면 중전리 발생농가에서 반경 10㎞ 이내 경계지역 34가구의 젖소와 한우 581두를 대상으로 구랍 30~31일 양일간에 걸쳐 축산위생연구연과 공무원 등 4개조 16명을 투입해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발생지역을 제외한 의심신고가 들어온 곳은.
우선 앙성면 구제역 발생 농장주의 남편인 수의사 주 씨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주덕 2개 농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다. 따라서 주덕에 대해 이동제한을 해제했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2번이나 구제역이 왔는데 이유는.
사람과 차량에 의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구제역이 해제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예방접종 1개월이 지난 후 2차 접종을 하고, 면역혈청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으면 해제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구제역 방역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충주는 초소운영업체가 없어서 외지업체에 계약한 상황이다. 때문에 물품(방지턱, 방역기 등)이 부족한 상태며, 구입에 애로사항이 있다. 또 추위로 인한 분사의 어려움과 차량 통과 시 안전 위험성 내포가 어려운 점이다.

- 농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먼저 이번 구제역으로 고통 받고 있을 축산농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드리고 싶다.
농민들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각자의 축사를 매일 철저히 소독하길 바란다.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한 완벽한 차단방역이 구제역을 피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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