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축산농가 10마리 폐사돼 구제역 감염 확인

경기도 접경인 충북 충주시 앙성면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충북 한가운데까지 침투하면서 방역당국과 도내 축산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연말 전국적으로 확산된 구제역 공포가 충북을 비껴가는 듯 했으나 해를 넘기자마자 '불안'은 현실이 됐다.

구랍 28일 경기 여주와 접해 있는 충주시 앙성면 저전마을 한·육우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소가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아 같은 날 소 258마리와 돼지 19마리가 살처분됐다.

이후 충북은 의심신고 없이 새해를 맞았고, 지난 3일 괴산의 한우도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날 오후 6시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의 돼지농장에서 돼지 10마리가 구제역으로 폐사한 채 발견된데 이어 4일에도 진천군 문백면 돼지농장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오면서 구제역 확산 공포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 죽을 때까지 몰랐다…예찰 구멍

지난해 연말 구제역이 경북과 강원, 경기로 번지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던 충북은 충주, 제천, 단양 등 각 도 접경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면서 나름 안도했다.

그러나 경기 접경으로 침투한 구제역은 충북 내륙으로 번졌다. 충북도와 시군은 구제역 차단을 위해 방역과 함께 예찰을 강화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괴산 돼지농장의 돼지 10마리는 구제역에 감염돼 죽은 뒤에야 발견됐다. 괴산군은 그동안 소독약 2000㎏와 생석회 16만8000㎏(축협 포함)을 공급하고도 구제역 발생을 막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 농가가 3일 돼지가 폐사할 때까지 전혀 증세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축산농가가 많다보니 일일이 전화로 확인할 수 없어 그동안 문자메시지를 통해 농가에 예찰활동을 독려하고 신고를 당부해 왔다"고 말했다.

군은 지역별 예찰요원을 통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축산농가에 예찰활동을 촉구했지만 이날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의 경우 방역재료 등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돼지의 경우 일반적으로 감염되고 폐사하기까지 10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충북내륙 양돈 밀집지 치명타

4일 돼지 구제역이 확인된 괴산군 사리면 주변지역은 돼지농장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구제역 발생지인 사리면 내에만 우제류 2만9667마리(2009년 통계연보)가 사육되고 있다. 실제 사육량은 3만 마리를 훨씬 웃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종전 돼지 구제역 살처분 반경이었던 3㎞ 이내에도 증평군 도안면과 음성군 원남면 일부 지역이 포함돼 있다.

구제역이 파죽지세로 확산됨에 따라 살처분 반경이 500m로 축소되면서 겨우 살처분은 면했으나 구제역 백신 접종으로 '청정' 간판은 당분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에 따라 지역 축산 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1.2㎞ 떨어진 사리면 사담리에서 돼지 900마리를 사육하는 A씨는 "소독하고 생석회를 살포하고 있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며 "축산농가들과 만난 지는 오래됐고 전화 연락만 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 "구제역 발생 이후 판로가 막혀 생계에 곤란을 겪어 왔는데, 이제는 가축 사육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할지 말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내륙 한복판에 구제역 폭탄…인접 시군도 벌벌

괴산군 사리면에 돼지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축산농가와 이웃 지방자치단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괴산군은 4일 사리면 방축리 A씨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반경 500m 내 돼지 2700여 마리와 한우 30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구제역 발생지 반경 3㎞ 안에 포함돼 가축이동제한이 내려진 증평군과 음성군은 경계지역과 축산농가에 대한 방역과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반경 3㎞는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수암리·이곡리·소매리·노송리와 소수면 소암리, 청안면 읍내리·문당리·장암리 등이 들어 있다. 증평군은 도안면 도당리·석곡리·광덕리, 음성군은 원남면 문암리가 포함돼 있다.

증평군은 도안면 광덕리와 증평읍 연탄리에 방역초소를 운영하는데 이어 4일 괴산 방면인 증평읍 용강리와 도안면 도당리에 방역초소를 추가 설치했다.

음성군도 방역초소 13곳을 운영하며 지역을 통과하는 차량 방역에 주력하고 있고 이날 괴산 방면인 원남면 문암리에 방역초소를 추가 설치했다.

진천군은 같은 날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문백면 도하리에서 돼지농장에 대해 정밀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사육 중인 돼지 1만 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 충북도 ‘예찰강화’ 뒷북

구제역 확산이 현실화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충북도는 4일 행정부지사 주재로 도시군 긴급 영상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통해 도와 시군은 시장군수와 읍면동장의 책임 하에 일일 예찰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또 사람 등 전파요인 차단을 위해 축산농가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금지하고 다중 집합장소에 신발소독판을 설치하는 한편 시군 경계지역 통제초소를 더 설치해 '완벽한' 차단 방어막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충주, 청원, 진천에 이어 5개 시군 1만8200마리의 가축에 대해서도 구제역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고 도는 밝혔다.

도 관계자는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취약지를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출입 차량은 물론 운전자까지 소독하기로 했다"며 "도내 통제초소도 117개소에서 31개 늘려 148개를 가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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