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인사 부정적 평가 압도적…학연·지연 관련 속설도 입증

청주시 인사는 공정한가-전공노 296명 대상 설문조사
충북사회의 공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 가운데 공무원 인사도 중요한 지표다. 주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주지만 인사에 대한 권한은 인사권자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인사의 기준에는 연공서열과 능력, 인성 등이 반영돼야 한다. 여기에 학연이나 지연이 개입하면 결과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주민은 공복(公僕)을 기대하지만 인사권자의 사복(私僕)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전국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와 함께 최근 5년 간 청주시 인사의 공정성에 대해 평가해 봤다. 학연 또는 지연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느 학연과 지연이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는지 설문지를 통해 물어봤다. 분석에는 청주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296명의 유효샘플이 사용됐다. 이런 접근이 자칫 파벌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진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혀둔다. 청주시를 대상으로 한 것은 다른 시·군과 비교해 출신지와 학맥에 있어 다양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청주시 인사는 공정하지 않았다 73%

‘최근 5년 동안 청주시 인사가 공정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73.31%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매우 공정했다는 응답은 단 1명도 없었으며, 공정한 편이라는 답변도 79명(26.68%)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불공정한 편이라는 응답이 195명(65.87%)로 가장 많았으며 매우 불공정하다는 답변도 22명(7.43%)에 달했다. 10명 7명이 넘는 공무원이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부정적 평가를 내린 217명을 대상으로 다시 ‘불공정하다면 학연과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라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는 215명이 응답했고 98.6%가 그렇다는 진단을 내렸다. 매우 그렇다는 답변도 53명(24.65%)에 달했고 그런 편이라는 대답은 159명(73.95%)에 이르렀다. 반면 그렇지 않은 편이다는 3명(1.39%),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없었다. 인사의 불공정을 전제로 한 답변이지만 그 핵심에 학연과 지연이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인사가 불공정하다는 얘기는 학연이나 지연이 개입한다는 얘기인데 갈수록 옅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서장의 주관적 의견에 따라 수·우·양·가를 기준으로 각각 20%, 40%, 30%, 10%의 비율로 근무평가가 매겨질 뿐 정밀하게 계량화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과거 평가위원을 무작위 차출해 다면평가를 하기도 했으나 위원들이 승진후보자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청에서 제일 센 것은 보은인맥 57%

그렇다면 ‘학연과 지연 가운데 어느 것이 인사에 더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는 200명이 응답했다. 결과는 지연(126명·63%)이 학연(74명·37%)을 압도했다. 그렇다면 인사에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연은 어디일까? 3개의 복수답변을 허용했고 모두 160개의 답변이 돌아왔다. 결과는 속설의 입증이다. 무려 92개(57.49%)의 답변이 보은을 꼽았다. 괴산 20개(12.5%), 음성 16개(10%), 청주 13개(8.12%), 진천·청원 각각 7개(4.37%), 충주 5개, 제천 1개가 뒤를 이었다. 옥천·영동·증평·단양을 지목한 답변은 없었다.

이 정도라면 청주시청 내 보은인맥은 분명 실체가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주시 간부 A씨는 는 “민선 직전 총무국장과 부시장을 지내는 등 인사라인을 장악했던 안창국 전 부시장이 보은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권병홍(퇴임), 남봉익(퇴임), 김충제(현 재정경제국장), 이충근(현 복지환경국장), 이학렬 감사관 등이 계보를 잇고 있다. 단순히 서기관, 사무관이 많다는 게 아니라 기획·인사파트에서 계보를 형성하다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보은 출신의 간부 B씨는 “보은인구가 크게 준만큼 청주로 출향한 인사가 많기 때문이다. 시청에 106명이 있어 절대인원이 많고 향우회 모임도 잘 이뤄지다보니 그런 시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인사에 있어 피해자다”라고 항변했다.

괴산이 보은의 뒤를 이은 이유는 대를 이어 핵심부를 지키고 있는 정증구 기획행정국장과 여주회 흥덕구청장의 존재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청주가 뒤로 밀린 것은 도시 규모 상 지연보다 학맥으로 뭉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청주고 학맥 전통적 강세, 세광고 부상

학맥에 있어서도 청주고가 초강세로 나타났다. 역시 3개의 복수답변을 허용한 조사에서 273개의 답변 중 117개(42.85%)가 청주고를 꼽은 것이다. 세광고 40개(14.65%), 청주농고 35개(12.82%), 운호고 22개(8%), 대성고(구 청주상고) 15개(5.49%), 충북고 14개(5.12%)가 뒤를 이었다. 청주공고(구 기계공고) 7개, 보은자영고(구 보은농고)·신흥고가 각 5개, 청석고 3개, 증평공고 2개, 충주고·청주여고·괴산고는 각 1개의 답변이 나왔다.

청주고 강세는 민선 이후 나기정, 남상우, 한범덕 등 3명의 동문 시장을 배출했고 평준화 이전 명문고였다는 점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세광고의 부상은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단 역사가 일반계고 가운데 청주고 다음으로 오래돼 그만큼 간부공무원이 많기 때문이다. 운호고가 4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민선 4기에 청주시의회 의장을 지낸 남동우 전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A씨는 “세광고 출신의 남 전 의원이 동문들을 유난히 챙겼고 남상우 전 시장도 의장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정증구 기획행정국장이 세광고 인맥의 대표주자다.

민선 초반까지만 해도 청주시청을 양적·질적으로 장악했던 청주농고와 대성고 등 전문계고의 양대 학맥은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퇴조세다. 기술직 고참들만 남아있는 청주농고는 이동주 도시관리국장과 박재일 건설교통국장이 마지막 영화를 누리고 있다.

‘귀하가 인사권자라면 어떤 요소를 고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2개의 복수답변을 허용했더니 541개의 답변이 수집됐다. 결과는 능력 231개(42.69%), 연공서열 220개(40.66%), 인성 77개(14.23%) 순이었다. 드물지만 지연(8개)이나 학연(5개)을 고려하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답변대로라면 이들이 인사권자가 됐을 때 청주시의 인사는 공정해질 것이다. 간부 A씨는 “전공노 설문이라고 해서 공무원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정서를 제대로 반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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