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든 경제든 과욕이 화를 부른다
민심은 천심… 사심 버리고 시민 뜻 살펴야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충주시에서 논란을 일으켰거나 뜨거웠던 뉴스를 고사성어로 함께 정리해봤다. 어떤 것은 현상 자체를 사자성어로 표현했고, 어떤 사안은 그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정리했다.

1. 노심초사(勞心焦思)
구제역 발생 축산농가 애태워

지난 4월 8년 만에 충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 농민들이 애를 태웠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3㎞ 이내 94개 농가, 우제류(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는 발굽이 2개인 동물) 1만 2620마리를 살처분했으며, 가축 이동제한(700여 농가)을 포함해 모두 214억 원의 피해가 났었다.

당시 방역당국은 축산농가와의 토지매입 협상 등이 지연되면서 매몰지를 확보치 못했고, 현실적인 보상금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농가들이 살처분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매몰지 확보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방역당국은 4월 26일 구제역이 발생한 지 5일 만에 살처분을 마무리했지만 구제역 의심 증세 신고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감염경로 등으로 인해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지난 28일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의 한 한우농가에서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당국과 농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시는 발생농가 반경 10㎞ 내에 방역초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 권불십년(權不十年)
6·2 지방선거 민주당 압승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늘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실시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충주출신 이시종 도지사, 우건도 충주시장, 3명의 도의원, 10명의 시의원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우건도 시장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김호복 당시 시장에게 크게 뒤졌지만 선거 막판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당선됐다.

이와 함께 충주지역은 지난 4~8대까지 한나라당(옛 민주자유당 포함)과 자민련 소속 후보 16명이 충북도의회에 진출하는 동안 민주당 또는 옛 열린우리당 소속 후보들은 단 한명도 도의원에 당선되지 못했다.
때문에 6·2地選을 앞두고 도의원 정수가 3명으로 늘어난 충주지역에서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충북도의원을 배출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졌었다.

결과는 민주당 압승이었다.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잘해서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지역홀대에 대한 반감 때문임을 교훈삼아야 한다.

3. 권토중래(捲土重來)
7·28 보선으로 윤진식 재기

한나라당 윤진식 국회의원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2년여 만에 ‘권토중래’했다. 윤진식 후보는 7월 28일 열린 국회의원 보궐선거(충주)에서 63.65%의 득표율을 기록해 민주당 정기영 후보를 1만 8602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윤 의원이 당선된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왕의 남자’에게 거는 시민들의 기대 때문이다.
시민들의 기대에 맞춰 윤 의원은 당선이후 기업유치 및 예산확보에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7·28 보선 당시 이슈를 일으킨 사건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던 맹정섭 씨의 구속이었다. 맹 씨는 국회의원 보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논란이 일었었다.

그는 구속기간 중 단식투쟁을 하며 옥중출마를 선언했고, 2008년 윤 의원과 협의한 교차출마 합의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맹 씨는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정기영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도중 사퇴했다.

4. 망양보뢰(亡羊補牢)
4대강 공사현장 석면 함유 석재 검출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 지난 7월 1급 발암물질인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함유된 석재가 4대강 사업 현장 곳곳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으며, 반출과정에서의 허술한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운동연합은 석면 사용 현장에 대해 항의는 물론 원인규명과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으며, 석재납품업체와 시공업체 등을 청주지검에 고발했다.

특히 이들은 당시 한강 8공구(충주2지구) 4대강 사업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남한강 본류 한강 8공구 사업현장에서 석면에 오염된 석재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충북도 건설방재국장은 “석면 석재가 있던 현장의 흙을 더 파내 폐기처분하고 앞으로 현장에 쓰이는 석재에 대해서는 유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 업체는 2차례의 반출작업이 있은 후에도 나머지 석재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인근 공터에 야적했다.

5. 풍전등화(風前燈火)
세계무술축제 부활…내년 예산은 반토막

2년 연속 중단위기를 맞은 충주세계무술축제가 우건도 충주시장의 당선으로 부활됐다.
지난 2008년 개최됐던 무술축제는 지난해 신종플루로 취소됐으며, 올해 역시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 시장의 당선(공약사항)으로 축제가 개최하는 쪽으로 급선회됐다.

따라서 충주시는 도로부터 3억 원의 긴급 지원을 받는 등 13억 원의 축제예산을 마련하고 축제를 서둘렀다.
하지만 석 달 남짓 짧은 준비기간 알차게 준비하지 못한 대회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무술축제는 봄에 열기로 시는 결정했지만 충주시의회가 여론조사 뒤 재논의를 조건으로 시가 제출한 내년도 무술축제 예산 20억 원 중 15억 원을 삭감해 예결위에 넘겼다.

때문에 본회의에서 삭감된 무술축제 예산이 당초 예산으로 회복되지 못할 경우 내년도 무술축제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6. 우왕좌왕(右往左往)
유엔기념관 백지화… 민자사업은 예정대로

유엔기념관 및 컨벤션 건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선 4기 핵심사업으로 채택된 유엔평화공원 조성사업이 민선 5기를 맞아 전면적으로 재수정될 처지에 놓였다.
유엔기념관 사업 백지화는 우건도 시장이 6·2지방선거 때부터 내세운 공약사항이다. 우 시장은 “유엔기념관의 주 시설이 컨벤션센터인데 전국 대부분의 컨벤션센터가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유엔평화공원 조성사업 3단계 민자투자협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 시장이 “이달 민자투자를 계획했던 대오산업 박선악 대표와 만나 세계무술테마파크 내 민자투자사업을 계속 추진키로 협의했다”고 밝혀 컨벤션건립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시는 내년 1월경 대오산업과 민간투자 실시협약을 하고, 1단계로 197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금릉동 세계무술테마파크 인접 부지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7. 과유불급(過猶不及)
원룸 신축 붐…과잉공급으로 공실 우려

충주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중단되면서 원룸 신축 붐이 일고 있다.
2004~2007년 당시 충주지역은 기업도시 건설, 첨단산업단지 추진 등의 호조세를 타고 아파트 건설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후 지역 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짓기로 했던 아파트 건설이 중단·지연되면서 주택수요가 원룸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연수동 민간택지 개발지역의 경우 최근 건축공사가 한창이며, 이미 공사를 마친 건물은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충주도심에서 지난 1년간 새로 지어진 주택 대부분이 원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원룸수요가 증가된 데에는 충주첨단산업단지와 기업도시 등 외주기업들의 충주유입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원룸이 많이 지어지면서 충주도심의 균형발전, 공실사태 등의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주기업 직원들이 충주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아파트 전셋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8. 나작굴서(羅雀掘鼠)
우진기업 최종 부도…지역경제 파장 예고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는다.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충주지역을 대표해 온 건설업체인 우신기업이 경영난으로 지난 달 부도를 맞아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신기업은 지역 내 최고(最古)의 건설사로 최근 연간 200억~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충주시 건축분야 1위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지역 중견건설사로 성장해왔다.

때문에 관련업체와 어음거래 및 외상거래를 해 온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우신기업의 금융권 빚은 국민은행 30억 원 등을 포함해 1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우신기업은 최근 들어 관급공사 수주량이 줄어든 데다 충주의 한 모텔과 증평의 모 공장 신축 등 일부 선급공사를 진행한 뒤 공사대금을 결제 받지 못해 유동성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충주시는 연관 업체들의 2차 부도를 막기 위해 대출보증 기간 연장과 중소기업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9. 우유부단(優柔不斷)
LH, 충주안림지구 택지개발사업 결정 못해

한국토지공사(LH)가 충주시 안림택지개발지구 개발을 두고 향후 재정 형편을 보아 5~6년 뒤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택지개발 지구지정 20여 년 동안 2차례의 지정과 포기 등 우여곡절을 겪은 지구 내 주민들이 지구지정해제를 요구하는 등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림지구 택지개발사업은 지난 1993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5년 가까이 사업진척이 없어 실시계획 인가의 법적 시한이 초과돼 1998년 지구지정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LH는 지난해 택지지구 재지정을 통해 안림동 및 연수동 일대 75만 4026㎡에 대해 사업비 2482억 원을 들여 1만 166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4320가구를 짓기로 하고 2016년까지 택지개발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LH는 지난해 9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사업성 없는 신규 사업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기약 없는 약속으로 힘들게 하지 말고 차라리 지구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0. 좌불안석(坐不安席)
전·현직 시장 법정공방…공직사회도 양분 ‘술렁’

앉기는 앉았으나 편안한 자리가 되지 못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우건도 충주시장의 심정일 것이다.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김호복 전 시장이 우 시장을 허위사실유포 및 후보자비방 혐의로 고소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은 시작됐다. 이달 들어 4차례의 법정공방.

우 시장은 법정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김 전 시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둘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며, 김 전 시장이 충주시장으로 재임 시 우 시장은 부시장을 역임했다. 따라서 법정에서 만난 둘 사이는 법정공방을 떠나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현직 시장이 법정에서 대립함에 따라 공직사회도 양분되는 양상이다. 공무원들이 전·현직 시장의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시민들도 내년 보궐선거가 있지 않을까 불안한 시선으로 공판을 지켜보고 있다. 때문에 법원이 우 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어떻게 결정할지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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