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 강원도를 공포로 몰아넣더니 28일 충주에서도 구제역 양성판정이 내려졌다.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구제역은 발굽이 둘로 갈라진 이른바 우제류의 전염병이다. 대표 식용가축인 돼지, 소를 비롯해 사슴 등이 우제류에 해당된다.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것으로 시작돼 고열과 거품 섞인 침을 흘리는 증상이 진행된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급성구내염 때문에 사료를 먹지 못하다가 5〜55%는 죽음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돼 큰 피해를 입혔다. 2001년에는 영국에서 발생해 유럽·동남아·남미 등지로 번졌다.

구제역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방역과 살처분이 있을 뿐이다. 구제역이 의심되는 소는 물론이고 대개 반경 3km 범위에 있는 우제류가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산채로 생매장되거나 소각 처리된다. 지난 4월 충주시 신니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농장 반경 3㎞ 내에 있는 우제류 1만2620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떼죽음을 당해야 했다.

발굽달린 반추동물만 먹으란 이유

28일 현재 이번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대상인 우제류는 한우 2888억6000만원, 돼지 1149억5700만원 어치 등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고 한다. 그러나 살처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감기에 걸린 조류는 물론이고 인근에 있는 닭·오리가 몰살을 당하는 것도 같은 예다.

과거에 비해 바이러스가 강화된 탓도 있겠지만 문제는 대량사육과 이를 초래한 육식위주의 식습관이다. 이전 같으면 병에 걸린 가축만 병사하면 됐을 일이 한정된 공간에서 밀집사육을 하게 되면서 전파속도와 피해규모가 커지게 됨에 따라 가축을 학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소규모 희생을 통해 대규모 희생을 막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구약성서에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동물을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소는 먹을 수 있지만 돼지의 식용은 금기다. 발굽은 있지만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적 해석이 따로 있겠지만 사람이 먹지 못하는 억센 풀을 먹는 소와 달리 돼지는 사람과 먹는 것이 겹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과거 황량한 땅 팔레스타인에서 인간은 가축과 먹이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도 곡물을 먹고 심지어 육류가 섞인 사료까지 먹는다. 소도 돌아버릴 지경이다. 거기에다 전염병이 돈다고 생매장까지 시켜버리니 동물이 미치지 않으면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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