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정부보조에 직원 인건비 의존, 5개 군도 위태로워

대전광역시 동구가 공무원 급여를 주지 못할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동구 못지 않게 열악한 살림에 시달리고 있는 도내 자치단체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며 숨죽여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해가 바뀔수록 곤두박질 치고 있는 도내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들여다 보고 재정자치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공무원도 임금체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철밥통’ 이젠 옛 말

대전광역시 동구는 지난달 말 2010년 3차 추경예산안 97억1000여만원을 편성하면서 12월에 필요한 직원 인건비 26억원 중 13억원을 책정하지 못해 6급 이상 직원 193명의 월급을 지급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대전시와 협의를 통해 지난년도 집행 결산에 따른 시비보조금 반환금 12억9000만원을 다음 연도로 유예해 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임금체불 사태를 막았다.

대전 동구의 재정여건이 이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은 대형 사업의 무리한 추진이 주원인이었다. 민선 4기에 신청사와 동주민센터 3곳, 문학관, 국제화센터, 중앙시장복합빌딩 등 1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남발한 것. 반면 동구의 2010년 예산규모는 2302억원, 재정자립도는 12.2%에 불과했다.

대전시 중구는 직원 인건비 뿐 아니라 지난 7·8월 관내 복지시설 직원 1100명에 대한 특별수당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추경을 통해 밀린 수당을 지급 했다. 대덕구도 지난달 복지시설 종사자에 대한 수당 예산을 세우지 못했다.

재정난에 시달리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도 예산을 795억원 감액할 수밖에 없었던 청주시의 재정위기는 잉여금과 이자수익 과다 계상에 따른 특수한 경우라 하더라도 열악한 재정자립도 등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수치를 보더라도 청주와 충주, 제천, 청원을 제외한 8개 군의 예산 규모가 2000억원대인 대전 동구와 비슷하거나 낮으며 이들중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곳도 5곳에 달한다.

한 자치단체 예산담당자는 “대전 동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비나 도비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대형 사업을 추진한다면 빠듯한 살림에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동구가 추진한 구청과 주민센터 신축 등은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구비로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결국 예산이 펑크 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 자체수입으로 급여 못 줘

충북도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들의 재정여건은 시 보다 군이, 인구가 적을수록 열악하다.

2010년 충북도와 도내 시군의 세입·세출 예산을 분석한 결과 6개 군이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은군은 지방세에 세외수입을 합하더라도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어 직원 급여까지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익이다. 지방세는 취득세(부동산), 등록세, 지방소득세, 주민세 등 7개 세목이며 세외수익은 각종 수수료, 이자수익, 보유부동산 임대수익 등이 포함된다.

올 해 충북도와 12개 시군의 자체수입은 지방세 1조1818억8300만원과 세외수입 5170억1100만원 등 1조6989억9400만원이며 공무원 인건비는 5793억9300만원이다. 충북 전체로 보면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고도 1조2000여억원이 남는다.

하지만 시군별 편차가 매우 크고 규모가 적은 군 지역의 경우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보은군을 비롯해 옥천과 영동, 증평, 괴산, 단양 등 6개 군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며 세외수입까지 합해야 겨우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보은군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쳐도 인건비의 25억8800만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 충북도·시군별 공무원 인건비 해결 현황.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 예산에서 공무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민선 5기가 출범하기 까지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다는 사실이 기가막힐 따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일 수록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청주시의 인건비 비율은 9.1%인 반면 보은군은 11.9%로 30%나 높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 예산 어떻게 편성하나
자체수입+정부지원, 30% 부족현상 되풀이

공무원 인건비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유지될 수 있는 까닭은 중앙정부나 광역단체의 지원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균특예산과 각종 기금을 포함한 국고보조금과 교부세로 나뉘며 지자체는 자체수입에 이를 합쳐 한해 예산을 편성한다. 충북도의 경우 2010년 예산 7조2546억원중 교부세 1조7317억원을 포함해 5조5123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기초단체는 지방재정조정제도에 따라 기본적인 행정이 가능하도록 재정보전금을 지원받아 예산에 편성한다. 

문제는 중앙정부나 광역단체의 지원이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총 예산 규모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친 자체수입의 비율을 재정자립도라 하고 여기에 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을 합친 비율을 재정자주도라 하는데 이것이 70%에 미치지 못한다. 2010년 도내 12개 시군 평균 재정자주도는 66.3%로 필요 예산 부족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지방교부세와 재정보전금 등으로 재정자주도가 60~70%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 정도면 기본적인 행정행위는 가능하지만 각종 지역현안이나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년 지자체들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를 오가며 한푼이라도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려 한다. 여기에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도 가세해 특별교부세를 비롯해 각종 지역현안사업 예산이 반영되도록 동분서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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