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들으며 연습
“평범한 고등학교 야구팀이 꿈”

2002년 9월 충주 성심학교(교장 김희옥)는 정식 야구부를 창단했다. 중증 청각장애우로 구성된 성심학교 야구단은 지난해 8월 13일 ‘제33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강팀 성남서고를 맞아 첫 득점을 올려 이를 지켜본 이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상인들로 구성된 팀도 전국대회인 본선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청각장애우로 구성된 이들이 강팀을 만나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 득점까지 올렸다는 것은 이를 지켜보던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청각장애인 야구부가 일반고를 상대로 첫 득점을 올렸다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성심학교 야구부을 창단한 조일현 교감의 얘기다. “청각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의 벽은 높다. 사회에 나가서도 단순 노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벽을 허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어렸을 때 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목표 의식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다가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봉황대기 첫 득점을 한 후 단원들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삶에 대한 희망과 목표가 생겨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훈련에 임한다.”

청각장애인은 외견상 정상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실제 사고 능력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또, 이들의 가정 형편도 녹록치 못하고 부모도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청각장애 2∼3급 학생들과의 훈련은 목소리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제약이었다. (인터뷰 또한 박정석 체육부장의 수화(手話) 통역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들은 좋은 여건을 가진 정상인들에게는 경종을, 장애인들에게는 희망을 줬다. 관중석의 성원도, 휙휙 공중을 휘젓는 야구방망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이들은 그라운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루 8시간 훈련도 모자라 방학 때도 합숙 훈련을 하고 있는 야구부 학생들의 훈련 모습은 일반 야구부와 구별된다. 감독이나 코치가 육성과 함께 수화로 지시를 내리면 학생들은 지시에 따르고, 미처 전달받지 못한 학생을 위해 수화로 다시 전달해 준다. 야구부를 맡고 있는 박정석 체육부장은 “서로가 서로에게 수화로 전달해 주거나 다른 학생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14세부터 17세로 구성된 성심학교 야구부는 초창기 18명으로 시작, 현재 21명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은 프로야구선수라는 꿈을 갖고 있다. 창단 때부터 야구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박체육부장은 “야구부가 생긴 초창기에는 야구가 경제적으로 뒷받침 돼야 하는데 가능한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자문(自問)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분위기에 휩싸여 서로 한다고 덤벼들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학생들이 들락날락 하는 등 확고한 의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모두 의기가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봉황대기 야구대회를 통해서는 “대외적으로 성심학교 야구부를 알리는 계기가 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갖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반고 야구부에 있다가 지난해 12월 전학 온 이현철(17)씨는 아직 수화가 어색했다. 이씨는 “평소 야구를 즐겨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으로시작했다. 아직도 훈련이 고되지만 연습을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프로 야구 선수의 꿈도 이룰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일반고에 입학한 후 정상인들과 함께 야구하는 것이 힘들었던 이씨는 야구에 대한 애착으로 전학을 오게 됐다는 것.

1루수를 맡고 있는 한만호(17)씨는 지난해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안타를 날려 득점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단순 생산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야구부가 창단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역시 프로야구선수가 꿈인 한씨는 “야구부에 들어 온 후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 또, 힘든 일도 참아낼 수 있는 인내력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야구선수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야구부원들은 지난해 봉황대기 대회를 회상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고된 훈련된 이겨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이야구부를 창단한 조교감은 “재정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앞으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조교감은 “재정적인 문제보다 사회적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정상인과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벗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고의 전환과 아량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심학교 야구부는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들으며 운동장을 누빈다. 조교감은 “‘우리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 아래 그들은 “일회적이 아닌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평범한 고등학교 야구팀이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소박한 소망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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