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치료를 위해 지난해 3월 병가 휴직한 도종환 시인이 휴직 연장을 포기하고 지난 1월말 사표를 제출했다. 98년 복직 이후 진천 덕산중학교에 재직했던 도 시인은 신병치료를 위해 보은 회인에서 요양 중이다.

도 시인은 지난 한해동안 병가 휴직을 냈고 1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교직복귀 여부를 고민하다 주변의 만류로 사직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8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던 도 시인은 10년만에 복직됐고 교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해직 직후 교단에 대한 그의 열정을 그린 시 한편을 소개한다.

어릴 때 내 꿈은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룻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 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 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 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였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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