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제동이라는 방송인이 있다. 그는 웃기지만 분명 개그맨은 아니다. 김씨는 연예인으로서는 드물게도 우리사회 이념논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09년 10월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고, 지난 6월 케이블TV 엠넷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김제동 쇼’가 첫 회 방송을 하기도 전에 방송이 취소되면서 외압논란이 불거졌던 것.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당시 사회를 맡았으며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글을 써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10월23일 김씨가 청주 서원대에서 열린 단재문화예술제전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노제를 진행한 적도 있다지만 단재 신채호를 추모하는 행사의 개막식에서 ‘그가 얼마나 관중을 웃길 수 있을 것인가, 또 웃겨도 되는 것인가’ 많은 이들이 헷갈렸었다. 불안하게도 그는 행사 30여분 전에 도착해 주최 측과 30여분의 대화를 나눈 뒤 짜인 각본도 없이 무대 위에 올랐다.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 진리

개막식에 앞서 벌어진 단재역사퀴즈대회의 시상식이 개막식의 한 코너였다. 김씨는 수상자인 학생들을 무대에 일렬로 세워놓고 재치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한 학생의 안경을 쳐서 떨어뜨렸다. 그런데 그의 다음 행동과 말이 관중을 웃기면서도 감동시켰다. 그는 안경을 주워주는 대신에 자신의 안경을 벗어 바닥에 던져버렸다. “(학생을 바라보며) 됐지? (이번엔 관중을 바라보며) 때로 우산을 씌워주는 것보다 함께 비를 맞아야할 때도 있습니다.”

충청리뷰가 연말특집을 기획하면서 657호 커버스토리로 ‘청주시 운천동 피난민촌 보고서’를 기획했다. 20여 호에 이르는 주택의 가구당 연간 임대료는 4만8000원. 60년 가까이 변화 없이 살아온 그 마을의 존재를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자고 법석을 떨자는 게 아니다. 기꺼이 함께 비를 맞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변화를 가져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함께 승화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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