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대폭 절약, 멋은 멋대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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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대폭 절약, 멋은 멋대로 살렸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12.15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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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윤석위의 집…친환경소재 사용하고 외관은 단순하게...사계절 모두 아름다워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에 지은 황토흙집. 화려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앞줄 왼쪽이 윤석위 씨의 집.

충북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에는 아름다운 집이 8채 있다. 시인 윤석위·도종환과 교사 김이동·성방환·오황균 씨 등이 사는 곳이다. 모두 청주시내에서 살다 하나 둘 씩 모인 게 8가구가 됐다. 땅만 사놓고 아직 집을 짓지 않은 몇 사람들까지 들어가면 이 곳 주민은 더 늘어날 것이다. 조금씩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 중 3가구는 윤석위 씨 작품이다. 윤 씨는 얼마전까지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건축일을 해왔다. 스트로베일(strawbale 볏짚)공법으로 친환경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멋을 낸 윤 씨 집을 찾아나섰다. 청주에서 보은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피반령고개를 넘었다.

사계절을 즐기는 생활 ‘대만족’
전날 전국적으로는 하얀 눈이 펄펄 내렸다. 청주시내에 내린 눈은 언제 왔느냐싶게 그 날 저녁 다 녹았지만, 시내를 벗어나자 눈이 그대로 있었다. 피반령 고갯마루에서 보이는 앞 산은 마치 반백의 신사를 연상케 했다.

고개를 다 내려와 한참을 가다 법주리라는 표지판을 따라 들어섰다. 한 10분 정도 달리니 야트막한 고개가 나왔다. 길이 미끄러운 관계로 고개 정상에 차를 놓고 내리자 황토색의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집 주인 윤 씨는 방금 낳은 계란을 닭장에서 꺼내며 환하게 웃고 서 있었다. 그는 황토흙집에 살며, 텃밭에서 농사짓고, 앞마당에서는 닭을 키운다. 그뿐 아니다. 지게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고, 버섯과 고사리를 캐러 다닌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나 할까. 청주에서 살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그러나 그도 도시에 살 때는 번잡하고 피곤하며 팍팍한 생활을 해왔다. 현대인의 대중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재미없는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이 곳에 집을 지은 뒤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정말 좋다. 대만족이다.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새소리 바람소리를 듣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이 오는 것을 즐기며 산다. 사계절이 다 좋다. 또 밤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쏟아지는지 황홀하다. 내 손으로 집을 손보면서 정말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집 주인이 ‘대만족’한다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집 주인과 황토흙집.

대지 250평에 건평 29.8평인 이 집은 작고 아담하다. 지난 2009년 5월 완공됐다. 자녀들이 장성해 모두 떠나고 내외만 사는 집 답게 방 두 칸, 거실, 주방, 목욕탕이 전부다. 거실 유리창으로는 바깥풍경이 훤히 다 보였다. 윤 씨는 장작 때는 아궁이를 가장 자랑스러워 했다. 아궁이는 다른 집과 달리 실내에 있었다. 거실에서 계단 세 개를 내려가면 앉아서 장작을 땔 수 있게 돼있다. 그는 “여기서 고구마를 굽고 책도 본다. 다른 곳은 기름보일러인데 침실만 불을 땐다. 저녁 때 한 차례 불을 때면 방이 얼마나 뜨끈뜨끈한지 마치 찜질방같다”고 했다. 실제 아궁이 주변에 앉으니 아늑한 게 책 읽기에 딱이었다.

집 입구에서 키우는 닭들.

텃밭에서 가꾸는 채소로 자급자족
이 집을 더 아늑하게 하는 게 한 가지 있으니, 부인 우석인 씨의 바느질·염색 솜씨다. 거실과 방의 커텐이 눈에 띈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취재를 하다보니 점심 때가 됐다. 우 씨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음식을 하더니 다 됐다며 오라고 한다. 식탁에 둘러앉자 자연스레 음식이야기가 나왔다. 집 주인은 배추를 비롯한 대부분의 채소는 텃밭에서 길러 자급자족하고 계란도 닭이 하루 3개씩 낳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건 우리 밭에서 농사지은 배추로 담근 김치, 이건 무로 담근 동치미, 이것도 닭이 낳은 계란으로 한 것, 이 깻잎도 밭에서 딴 것”이라며 자랑을 한다. 정성들여 가꾸고 만든 음식이니 만큼 맛있었다.

윤 씨가 이 동네로 들어오게 된 것은 김이동 교사가 법주리에 집을 지은 게 인연이 됐다. 오래전 보은 창리~회인간 도로공사를 맡아 하면서 법주리라는 동네를 알고 있었으나 김 씨가 집을 짓자 자주 놀러오면서 주변 땅을 사게 된 것. 당초 밭이었던 곳을 5명이 사서 나누었고 현재는 4가구가 집을 지었다.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면서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서로 담장도 없이 지낸다.

실내에 있는 아궁이. 고구마를 구우며 책을 읽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충북민예총과 충북숲해설가협회, 문화사랑모임 등의 단체에서 대표직을 맡았던 윤 씨는 이제 고문으로 물러앉았다. 요즘은 전공을 살려 몇 몇 아는 사람들에게 건축자문을 해주고 있고, 틈틈이 시를 쓴다. 그는 이미 ‘비름꽃’이라는 시집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집은 안팎이 편하게 느껴져야 한다. 고지서 받아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세금이 많이 나와도 안된다. 오랫동안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한다.”

에너지절약 최고 ‘스트로베일 공법’
압축볏집을 쌓고 양면에 흙을 바르는 대안건축

스트로베일 공법은 친환경소재를 사용해 돈은 적게 들어가고 보온효과가 뛰어나 인기를 끌고 있다. 거실 벽은 한지로 마감했다.

윤석위 씨의 집은 스트로베일 공법으로 지어졌다. 그는 이 공법에 대해 “소먹이용 압축 볏짚을 벽돌 쌓듯이 쌓아 벽체를 올리고 양면에 황토·모래·석회바른 흙으로 바르는 것이다. 벽체를 세울 때는 흔들리지 않게 가운데에 철근을 박는다. 이 공법은 돈도 적게 들어가고 보온효과가 좋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유가시대 에너지를 대폭 절약할 수 있는 대안주택이라는 얘기다. 스트로베일 전도사인 캐서린 와넥은 이런 공법으로 벌써 여러 채의 집을 지었다. ‘새로운 스트로베일 하우스’ ‘자연건축술’의 저자인 그는 형식을 파괴한 아름다운 집을 지어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윤 씨도 스트로베일 건축의 예찬론자가 다 됐다. 그의 집과 바로 옆에 살고 있는 동서네, 요즘 오창에 짓고 있는 모 씨의 집이 이런 공법이다. 윤 씨는 이렇게 지은 집 위에 한지를 발라 마감했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은은한 한지의 질감과 빛을 느낄 수 있다. 천장은 뾰족하게 멋을 내고 목재를 사용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LED 등을 달았다. 사각형의 LED등은 마치 천장을 뚫고 유리창을 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밤이면 많은 별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천장을 뚫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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