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지역 행방불명 청년 7명 가운데 ‘박기수씨’ 이름은 지난 99년 발간된 소설 ‘실미도’(저자 백동호)에 거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설 ‘실미도’의 집필경위에 대해 저자 백씨는 “당시 실미도 무장탈출한 684부대원 24명은 전원 사망 사형당한 것이 아니고 생존자가 있었다. 그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소설을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684부대 훈련교관이었던 김방일씨(58 청주 거주)는 “자폭한 대원들의 얼굴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생존자는 있을 수 없다. 소설이라고 밝힌 것처럼 허구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부인한 바 있다.

 

백씨의 소설 ‘실미도’ 속의 ‘박기수씨’는 71년 8월 인천에서 시외버스를 탈취한 훈련대원들이 서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다. 당시 총기로 무장한 대원들은 인질로 억류된 일부 버스승객에게 자신의 이름, 주소 등을 적은 쪽지를 전달하며 연락을 당부했다는 것. 당시 상황을 기술한 소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훈련병(대원)들의 살인버스는 일사천리로 청와대(서울)를 향해 진격했다. 박기수는 오늘을 위해 준비해 둔 품속의 편지를 만지락거리며 누가 이것을 인간적으로 부쳐줄 수 있을까 둘러보았다. 버스의 중간에 어린아이를 안고있는 젊은 여인(김미현)이 눈에 들어왔다. 박기수는 슬며시 옆에 가 앉으며 말을 걸었다

“아줌마 집이 어디요?”

“인천 용현동인데, 친정 어머니 생신이라서 수원에 가는 중이었어요. 살려주세요

내 이름은 박기수고, 나이는 스물여덞 살이오. 집은 충북 옥천인데 어머니에게 쓴 편지 한 장만 보내주시오. 봉투가 없어서 편지 밑에다 주소를 썼으니까 아줌마가 봉투에 넣어서 말입니다. 나는 지금 다리에 부상을 입어서 도망을 못치고 싸우다 죽을 것입니다. 부탁합니다

“네, 부쳐드릴게 이리 주세요” 

박기수는 공손히 편지를 건네주었고 김미현은 그것을 기저귀 가방에 넣었다

 

옥천지역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주장대로 ‘박기수’란 이름이 소설 내용과 일치했고 출신지역까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김방일씨는 "무장난동 사건 당시 일부 신문기사에 '박기수'란 실명이 보도됐고 백동호씨가 그걸 보고 소설속의 인물로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당시 훈련대원들이 승객에서 건네준 쪽지는 사건직후 군수사기관에서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미도 훈련대원에 대한 신원확인 요구가 공식화됨에 따라 향후 생존자 실재여부와 684부대원의 신상공개 여부, 북파공작원 특별법 제정에 따른 훈련대원 예우 문제등이 이슈로 부각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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