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일요일 아침을 뒤흔든다. 병상에 누워계신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안타깝다. 난 한 번도 리영희 선생님을 만나 뵌 적이 없다.

선생님의 모든 책들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그렇지만 난 리영희 선생님을 존경해왔다. 리영희 선생님은 시대를 고민하는 이 땅 모든 이들의 선생님이었다. 세상은 그를 ‘사상의 은사’, ‘실천하는 지식인’ 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리영희 선생님은 기자였다.

“기자는 진실을 추구해야”

리영희 선생님이 남긴 많은 글과 말에서 기자정신을 배울 수 있다. 리영희 선생님의 말을 재구성한 기자론은 이렇다. “기자는 진실을 추구하는 직업이다. 진실을 찾아내 우리 생활 환경전반을 왜곡되게 의식하고 판단하는 것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값진 것이다. 기자는 강자의 입장에 서지 말고 권력에 한 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 언론인은 가장 정직한 사관이고 공정한 심판관이며, 언론이 약자를 배신하면 언론인이 아니라 언롱(弄)인이다. 기자는 가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꾸려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가난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기자가 검소하지 않으면 돈의 유혹, 권력의 유혹에 이용당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권력에 ‘정절’을 팔면 안된다. 사명감을 가진 기자여야 값어치가 있다.” 리영희 선생님은 당신의 말처럼 진실을 위해서는 그 어떤 고난도 다 이겨냈다. 그는 몸으로 그의 말을 실천해냈다.

생존을 고민하는 지역신문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리영희 선생님처럼 기자정신을 실천할 수 있을까. 기자정신을 말하기가 무색하고 민망한 현실이 오늘의 대한민국 언론계 아닌가. 리영희 선생님처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도 쉽게 할 수 없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말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기자정신을 떠올리다보니 지난 10월 옥천언론문화제에서 만난 지역주간신문 기자들의 고민이 오버랩 됐다.

<지역주간신문노동자가 본 지역신문의 미래>라는 작은 토론회가 열렸다. 지역주간신문 기자들의 고민이 쏟아졌다. 그들은 기자가 아니라 활동가 같았다. 박봉에도 지역사회를 위해서 청춘을 바친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자부심도, 만족감도 없다고 했다.

이제 더는 힘들어서 못하겠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신문을 만드는 일에 앞서 생존부터 고민해야 하는 서글픈 처지가 됐음을 고백했다. 마지막 남은 기자로서의 사명감으로 현장을 버텨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열악한 여건 속에서 신문을 만드는 모든 지역 언론인들의 고민도 비슷하지 않을까.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기사를 광고비 때문에 실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 맘껏 분노할 수도 없는 기자들도 있다.

몰상식이 판치는 야만의 시대, 돈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이 시대에 기자정신을 실천하며 신문을 만드는 일은 어쩜 말도 안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려면 독자들이(건강한 지역사회가) 든든하게 버텨줘야 기자들도 기자정신을 지켜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기자들이 양심을 지켜야 건강한 지역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신문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현실 앞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기자정신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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