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 또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설한풍 백리 길, 천리 길을 마다 않고 강행군을 감행한 이 민족의 대 이동은 옛 시구처럼 “남에서 온 월나라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틀고 북에서 온 호마는 북풍을 향해 몸을 기대선다(越鳥巢南枝 胡馬依北風)”는 동물적 회귀본능(回歸本能)말고는 달리 설명을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온 나라가 일시 동맥경화증이 된 이 거대한 집단행동은 그러나 뿔뿔이 흩어졌던 온 가족이 다시 한자리에 결합한 즐거운 이벤트였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듯 합니다.

설이 어떻건 이번 연휴의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해도 4월로 다가온 총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끌어들인 죄로 의원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떼거리로 구속되는 상황이고 보니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정치권으로 쏠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과문인지 모르지만 고금동서 어느 나라에서도 국회의원들이 범법자가 되어 이렇게 많이 구속되는 사례를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신문의 르포는 전국 어디서고 정치권을 욕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민심이 악화되어 있음을 전해줍니다. “몽땅 도둑놈들 아니오? 서민들은 죽겄는디 지들은 돈이나 받아 처 묵고”(호남). “언놈이 나와서 또 도둑질을 해 먹을 라는 지”(영남). “말짱 도둑놈 판이니 말해 뭐하겠소”(중부). 지역을 넘어 온 나라가 정치권을 향해 성난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물갈이론’에 ‘판 갈이론’, ‘피 갈이론’이 다시 등장합니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썩었으니 물갈이로 바꾸자는 것, 바꿔봤자 다시 그 모양이니 아주 정치 판을 갈자는 것, 그도 믿기 어려우니 인체에 수혈을 하듯 아예 피 갈이를 하자는 것입니다.

말인즉슨 모두 그럴듯합니다. 구정물에 새 물을 갈아넣자는 것도, 판 째 갈아버리자는 것도, 수혈을 하자는 것도 이론상은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어디 쉬운 일입니까.

지난 선거 때도 '바꿔, 바꿔'열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 결과 절반이나 되는 48%가 바뀌었습니다. 시민단체가 거명한 낙선대상자의 63%가 탈락했습니다. 그럼 국회가 깨끗해 졌습니까. 아닙니다. 결과는 도루묵이었습니다.

새 인물들이 들어갔지만 물은 더 탁해졌고 판은 더 더러워졌습니다. 실례의 말씀이지만 ‘갈아봤자 그 놈이 그놈’인 게 우리 정치 문화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갈아 봤자 늘 그짝이니 말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지금 출사표를 던진 새 얼굴들은 믿어도 되는 인물들입니까. ‘글세 올 시다’는 아닙니까. 국민들의 딜레마가 거기에 있습니다.

어느 때 노나라의 대부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묻습니다. “선생이시여, 정치란 어떻게 해야합니까.” 공자는 간단히 대답합니다. “정자정야(政者正也)입니다.” 정치란 바른 것이어야 하는 즉, 다스리는 자가 바른 사람이어야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바르기는커녕 국민을 깔보고 속이면서 술수로 정치를 하고있습니다. 말이 좋아 정치자금이지 칼 안든 강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협박과 회유로 수 십억, 수 백 억을 마구 걷어들이고 또 제몫을 챙기고는 “돈 받은 적 없다”고, “억울하다”고 뻔뻔하게 잡아뗍니다. 억울하기는 뭐가 억울해….

도대체 이들이 인간으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그러니 정치가 희화화(戱畵化)되어 조롱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어느덧 4일이 입춘입니다. 춥다, 춥다해도 봄은 이미 저 남녘에서 북상(北上)을 서두르고있습니다. 대 자연은 그처럼 어김없이 순환을 거듭합니다. 넓디넓은 하늘은 말이 없지만 언제든 죄지은 자들을 응징합니다. 하늘 무서운 줄을 알아야지. 모두가 가슴에 새길 일입니다.
                                                                      / 본사고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