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윤리 문란, 청소년 ‘죄의식 없어’
피해자 진술 외에 증거 찾기 힘들어…

최근 미성년자인 청소년과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30∼40대가 잇따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피해자 진술 이외에 별 다른 증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인터넷 채팅사이트 및 전화방 등 청소년 이용매체를 통한 첩보입수 활동을 벌여 30대 회사원과 40대 자영업자, 그리고 전 제약회사 간부 등을 원조교제혐의로 소환해 조사했지만 피해자 진술 이외에 증거가 없고 이들이 혐의마저 완강히 부인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

증거도 안 남겨 ‘지능범’화
미성년자 성관계 의혹이 있고 피해자 진술도 일치하지만 이들을 구속할 수 없는 것은 구체적 증거가 없기 때문.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00클럽, 00피아 등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여러 차례 이들을 만났다는 한 10대 소녀는 경찰진술에서 “이들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안 후에도 ‘돈을 줄 테니 만나자’고 유혹했고, 가출생활로 돈이 절실했던 친구와 내가 이를 승낙하면서 청주시내 일대 여관에서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다”며 “이들은 화대비조로 5만원∼8만원까지 제공했고, 2:1 성관계까지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 이들 30∼40대가 다른 사람의 ID를 도용해 사용한 것을 밝혀내고 신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말 그대로‘프로’였다. 공중전화를 이용해 연락을 했고, 피해자 진술에서도 이들의 이름은 물론 함께 타고 다녔다는 차량 번호 등도 모르는 상태에서 증거가 나오지 않자 증거불충분 등으로 구속수사가 어려웠다는 것.
경찰은“최근 들어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고 지능적으로 원조교제를 하는 파렴치범이 늘고 있으나 경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 파렴치범들의 혐의사실을 끝까지 추적해 밝혀낼 것”이라며 “이혼 등으로 결손 가정이 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이나 원조교제 등이 줄지 않고 있다. 청소년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성을 파는 것도 문제지만 돈이 필요한 미성년자에게 금품을 미끼로 접근해 성을 사는 일부 어른들의 파렴치한 행동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더욱 부추기고 있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마저 남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되풀이되는 원조교제
한 경찰관은 대부분의 원조교제 청소년들이 경찰조사를 마친 후에도 또다시 원조교제에 빠져든다는 사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성인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을 뿐 10대들은 원조교제 혐의가 있어도 아무런 법적 조치가 없기 때문. 따라서 원조교제로 적발됐던 l0대들이 또 다시 그 일로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경찰에서의 각서 등을 통해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을 시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맹세하고 있지만 이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경찰관계자는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이들을 선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이들이 마음먹고 다시 원조교제를 한다면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관에도 PC는 기본?
최근에 들어서는 여관에는 방마다 PC가 구비돼 있어 청소년들이 원조교제를 부추길 우려마저 낳고 있다.
실제로 10대 소녀는 경찰에서 “요즘 여관에는 PC가 있어 ‘번개팅’을 통해 바로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장소이동을 하지 않아 위험부담이 적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미성년자의 여관출입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또 원조교제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내의 한 PC방 업주도 “낮 시간에 10대들이 인터넷 이용을 2∼3분 정도만 하고 나가는 경우가 있어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원조교제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빨리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했지만 채팅 방에 인적사항을 띄워놓으면 바로 연락이 되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원조교제의 늪 헤어나기 힘들었다”
2001년 초 어려운 가정형편과 가정불화로 고등학교 재학 중 가출해 친구와 생활했던 M씨(20·여)는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지만 월세마저 제대로 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채팅을 통한 원조교제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그녀는 원조교제의 늪에 차츰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 채팅을 하다 원조교제 제의를 받았을 때 호기심도 생겼지만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들기 시작했다. 채팅에서 상대방 남자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더 좋아하는것 같았고, 전혀 거리낌도 없었다. 처음에는 대부분 남자들의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후에는 휴대폰 무선인터넷 채팅방에 인적사항을 띄워 놓고 남자들을 만날 만큼 타락해 갔다. 약속대로 돈을 주며 밥을 사주는 사람도 있었고, ‘경찰서로 가자’며 오히려 협박을 해 겁을 먹고 줄행랑 친 적도 여러번 이었다”
생활비를 목적으로 1년이 넘게 원조교제를 했지만 번 돈의 대부분을 유흥비로 썼다는 그녀는 그 후 심한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였고, 내 자신이 동물같이 느껴졌다. 내 의지로 모든 것을 다시 되돌리고 싶었지만 이미 중독 되어 끊기가 쉽지 않았다. 급기야 병원을 찾아 장기간의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현재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는 원조교제로 인한 폐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한다.
“원교교제를 통해 남자를 만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은데 그들 대부분은 성인이 된 후에도 윤락가로 흘러드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된 원조교제는 그 자체로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고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들게 만들며 그 생활에서 헤어나기란 마약을 끊는 것처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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