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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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판의 추억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0.12.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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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2003년)’이 제목에 추억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던 적이 있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뜻의 추억이란 단어는 뜬금없게도 입자가 고운 앙금을 연상시킨다.

물이 담긴 컵에 용해가 되지 않는 고운 가루를 넣고 휘저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입자가 가라앉아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실상은 입자가 바닥에 가라앉은 것이다. 컵을 흔들면 앙금이 일어나 물은 다시 흐려진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입에 몇 번 올릴 일이 없는 ‘칠성판(七星板)’이 화제다. 도립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이 한번 사용한 칠성판을 많게는 10여 차례씩이나 새 제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재의 추억을 고문하는 의료원

행정사무감사에 나선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도립청주의료원이 매입단가가 2500원인 칠성판을 1만원에 판매해 폭리를 취한 것은 물론 상주들과 협의 없이 칠성판을 재사용 하는 등 도민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사기판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청주의료원은 올해 10월까지 칠성판 73건을 구매했으나, 판매는 792건에 달했다.

칠성판은 시신을 염습할 때 밑에 까는 널빤지다. 칠성판은 저승을 의미하는 북두칠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북두칠성 모양의 구멍을 뚫거나 그려 넣는다.

칠성판은 어떤 이들에게 있어서 죽음의 공포 그 이상이었다. 1980년대 공안사범을 고문했던 기술자들이 ‘칠성판’이라고 이름붙인 고문판 위에 피조사자를 묶고 고춧가루를 탄 물을 코에 들이붓는 고문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의료원이 군부독재시절을 앙금으로 가라앉히고 사는 이들의 추억을 고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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