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이 화제다.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의 별칭이다. 잴 건 재고, 할 말은 하는 재벌 3세인 김주원은 이전 재벌 2세나 3세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명문)대학은 나왔는지?", "조부모나 부모 이름을 딴 회사명 내지는 미술관 혹은 대학교가 있는지?"를 아내의 자격으로 생각한다. 그런 그가 월세 30만원짜리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오는 외국 난민촌 같은 곳에 사는 길라임(하지원 분)에 반한다.

그녀를 이해하고자 하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탐독하기도 한다. 성격이 '칼 같은' 그가 남긴 어록에서부터 이미 예고된 일이다. 그는 촬영 중에 부상을 입은 길라임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시키려 "사회지도층의 윤리란 건 이런 거야. 일종의 선행이지 선행. 나 가정교육 그렇게 받았어."라며 설득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고 있다.

<시크릿가든>은 판타지 드라마다. 그래선지 현실에서 김주원 같은 재벌 2, 3세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재벌 2세는 단연 '빠따 신공'을 선보인 최철원. 야구방망이 한 대에 100만원, 스페셜 맷값은 300만원의 '파이트머니'를 지급하는 매타작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 회사의 임원은 언죽번죽 2000만원어치 맞지도 않았는데 돈을 받아간 주제에 투덜댄다고 되레 성을 내고 있다. 범접하기 어려운 재벌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에 이은 재벌의 권위를 다시금 느껴지게 하는 사건이다.

노동자를 손보려고 직접 나서는 재벌의 후예들이 있는가 하면, 뒷짐과 눈짓으로 '손보는' 후예들도 있다. 30여명의 용역을 동원해 노조의 천막농성장과 깃발, 현수막을 철거하게 지시한 곳이 그렇다.

여기에 볼썽사나운 시아주버니와 제수 간의 이전투구 전쟁을 벌이는 곳도 있다. 공개적인 광고전쟁까지 험한 말이 오간다. 현대건설을 둘러싼 정몽구와 현정은의 싸움이 그것이다. 이 싸움에서 현대그룹이 일단 승기를 잡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탈환전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싸움 와중에 벌어진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문제는 재벌의 행태를 곱씹어 볼 수 있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가신청서를 제출한 11월 15일 비정규직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와 과도한 경쟁 때문에 3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가를 부풀린 결과 5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나친 경쟁으로 1조원이 넘는 '거품'을 만들었다.

현재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드는 비용은 1121억원.

1조원의 2.2%,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사건의 사면권을 구매비용으로 제시한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의 13%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의 현금성 자산 12조원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안 되는 비용이다. 정규직화를 통한 사회양극화 해소와 분신해야 하는 극단의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사회공헌' 방안이다.

드라마 속의 김주원을 현실에서 만날 순 없을까? 김주원이 그들을 만난다면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을 강조하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탐독할 것을 권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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