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확립 위한 공개논의 시급…시설마다 관리부서 달라 일원화 필요

진천역사테마공원에 가면 진천의 역사(歷史)를 한눈에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역사를 테마로 했다면 당연히 진천의 역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명소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천역사테마공원은 2005년 12월 진천읍 장관리 768-43외 일원 7만 1521㎡ 면적에 총 사업비 61억 7400만원을 들여 야외공연장과 각종 체육시설, 음수대 등으로 조성해 지역주민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 진천역사테마공원이 명칭에 걸 맞는 정체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종박물관 등이 위치한 역사테마공원.
공원시설로는 배구장·농구장·족구장[2910㎡]·그라운드골프장[2200㎡]·테니스장[3700㎡]·축구장[9720㎡]·야외공연장[5151㎡]·계류분수대[1020㎡]·원형분수대[3620㎡]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밖에 화장실[7221㎡]·관리사무실[55.38㎡]·변전실[54㎡] 등을 갖추고 있다.

역사테마공원 내에는 문화예술 시설로는 2005년 9월 58억원을 들여 개관한 ‘진천종박물관’이 있다. 지하1층, 지상2층(연면적 2858㎡) 규모로 주철장 원광식씨(인간문화제 제112호)가 복원한 상원사종, 성덕대왕신종 등 유명 사찰의 종 150여점이 전시돼 있다. 또한 2009년 11월 ‘생거진천대종’을 군 사업비 3억 5000만원을 들여 한국범종의 산증인인 원 주철장이 7.5t 규모로 제작했고 뒤이어 5억원을 투입해 종각도 건립했다.

올해 9월에는 국내 최초의 판화 전문미술관인 ‘생거판화미술관’을 군 사업비 13억6000만원을 들여 지상 1층, 건축전체면적 812.49㎡ 규모로 전시실, 창작체험실, 수장고, 사무실 등을 갖춰 개관해 국내 유명 중견 판화작가 24명이 참여한 개관전을 두 달 간 열기도 했다.

내년 6월에는 한국종 복원연구센터와 기술전수 교육장, 한국종 체험관, 세미나실, 전수교육자 숙소 등 총사업비 48억1820만원이 소요되는 주철장 전수교육관도 완공될 예정이다.

문중 반발로 씨족역사 못 담아

그러나 공원을 둘러봐도 ‘진천의 역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내 시설도 없고 더욱이 역사 유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 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지적이다. 다만 철 생산과 종과 관련한 역사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공원 주변은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조경수가 잘 식재되어 있어 체육시설과 야외공연장이 들어서 여름철 주민들의 체육과 휴식 공간 정도로 자리매김 하고 주말에는 종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방문객 정도가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게 되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역사테마공원에 어떻게 역사성을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사실 명칭을 ‘종공원’으로 하자는 얘기도 물 밑에서 있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판화미술관이 건립돼 그럴 수도 없는 것 같은데 이제는 역사테마공원의 정체성 제고를 위해 심도 있는 공개적 논의를 거쳐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이 문제에 대해 남명수 진천문화원장은 “처음 공원조성 구상 시점에는 씨족관련 역사를 접목시키려 했다”고 밝히고 하지만 “종파들 간의 이견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김유신 장군 탄생 유적비 건립도 관계 기관의 반대로 공원에 세울 수가 없었다”며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를 털어놔 김유신 장군 탄생지와 연계한 관광 위락시설 활용 계획 포기 배경을 뒷받침했다.

남 원장은 이어서 “아직 공원조성이 완성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2014년까지 인근 부대가 이전하게 되니까 군에서 공원 명칭에 걸맞는 안을 구상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라리 명칭 변경’ 의견도

역사테마공원의 정체성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깊이 있게 논의된 적은 없다. 앞으로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안을 마련해야 될 것 같다”고 밝히고 “이번 기회에 공원 관리의 일원화 방안도 검토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역사테마공원 관리가 일원화 되지 않아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데 대해서도 관계자들조차 인정한다. 실제로 공원의 체육시설, 조경, 야외공연장 등 외부 시설은 산림축산과에서 맡고, 종박물관은 문화체육과 관광팀이, 생거판화미술관은 같은 과 문화예술팀에서 맡아 관리하고 있다.

공원입구에 위치한 공원관리실은 산림축산과에서 상주하고 있는데 방문객들이 찾아와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에 대해 종종 문의를 하지만 위치를 알려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도 있다. 이런 불합리한 조직 구성에 따라 관계자들 간에 관리권을 둘러싸고 논의를 하기도 했지만 연말 조직개편에는 반영되지 않아 지금의 관리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진천지역은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의 전략 요충지로서 모든 국가를 거쳐 간 지리적 토대와 이와 관련 된 역사기록들이 남아 있다. 또한 김유신 장군, 임연 장군, 이남영 장군 등 인물과 석장리 고분, 농다리, 삼용리백제토기요지, 연곡리 석비, 석장리 철생산지 등 진천의 역사를 밝혀 줄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많은 사업비가 소요되고 있는 진천역사테마공원이 진천의 이런 역사를 품어내고 ‘역사테마’공원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지 아니면 정체성을 잃고 명칭을 변경해야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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