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체벌과 학생인권 논란/교육 주체들이 말 한다>훈육을 위해 최소한의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교사들은 흔히 우리 전통교육에서 말하는 '교편(敎鞭)을 잡는다''지도 편달(鞭撻)을 바란다'는 표현을 실례로 자주 든다. 말 그대로 매를 들어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 조사에 의하면 초·중·고생의 80% 가량이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한 적이 있고, 교사 10명 중 7명이 학생들에게 체벌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는 청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 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무려 52%에 이르는 17명의 학생이 체벌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58%에 이르는 19명의 학생은 학원에서도 체벌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교육현장에서 체벌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체벌논란으로 언론을 오도하는 보수적인 교원단체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금지 이외에도, 학생의 권리와 복지, 인권신장과 책임 의식을 키우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 도교육청 관계자들에게 학생인권 조례에 대한 각자 견해를 들어봤다.

교육청, "법령개정 후 학교생활규정 개정 등 검토"
<도교육청>
먼저 충북도교육청 학생생활지도 담당 김흥준 장학사는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벌이 남용된 일부 사례(오장풍 사건 등)만을 가지고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률적인 체벌금지보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중요시하여 학생인권 침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원만하고 민주적인 합의 절차와 과정을 통해 교칙을 제·개정하여 문제점을 보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권리보장을 위한 법령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나 지침을 통해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상위법이 개정되고 나면 사문화 될 수밖에 없어 정부의 법령개정 발표이후에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하겠다"고 덧붙였다. 항간에서는 교과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를 사문화 시키려 한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무한궤도 일탈 예방 최소한 체벌 허용돼야"
최한기 주성중 교장, "현행법, 폭력과 체벌 구분 가능"

▲ 최한기 청주 주성중 교장
<교사>교단에 선지 35년째인 청주 주성중학교 최한기(59·충북교총 회장·사진) 교장. 그는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가 열정을 갖고 가르치려는 대다수 교사들을 방임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체벌을 당하는 학생은 교육현장에서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법으로 이를 규제하면 대다수 학생들의 생활지도 자체가 어려워 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교사의 사기 문제로 학생인권에만 지나치게 비중을 두다 보면 교권과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마저 침해를 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폭력교사에 대해 현행법으로 제재가 가능한 상황에서 또 다른 제도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교사들을 예비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체벌 전면금지는 일부 불량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다가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다. 또 한 가지를 허용하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가 학생 연애를 탄압하는 교칙 개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들었다.
체벌을 허용하던 영미 국가들도 체벌을 금지했다가 최근 법적으로 허용하는 사례도 있다. 체벌을 전면금지한 서울시 교육청 등이 내 놓은 18가지 매뉴얼이란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이 많다. 생각의자, 타임 아웃제, 부모소환제, 체벌교실 운영 등은 모두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한 제도란 것이다.
그는 "교복 착용이나 두발 문제도 일종의 학생 보호색이나 학생다움을 구별하는 척도로 봐야지 차별로 보아서는 안 된다. 학부모, 교사, 학생, 지역사회가 무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무한궤도로 일탈하려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은 유지되어야 한다. 자아의식이 미성숙 된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 자의식 충분히 성숙 존중받아야"
초등생 어머니 김순자씨 "다문화가정 위해 학생인권조례 필요"

▲ 김순자 청주 초등생 어머니
<학부모>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를 둔 어머니 김순자(40·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사진)씨. 그는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 학부모회원으로 충북도내 교육연대 차원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준비모임에 참여중이다. 충북도교육감을 비롯한 지역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자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충북참여연대 사회인권위원회에서도 25일 오후 토론회를 갖는 등 시민·사회단체의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시대가 변화하면 새로운 교육방식이 채택되어야 한다"며 "학생도 인권이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계층인 학생들의 인권신장을 위한 조례를 만들자는데 체벌논란을 통해 전체를 오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 부터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등 학생들이 존중 받아야 할 범례가 모아진 방법론에 불과하다"며 "다문화 가정 아이들, 탈북 아이들 등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딸아이와 대화를 해 봐도 충분히 자의식이 성숙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학창시절 누구나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학급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반 학생들 모두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뺨을 맞았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해 활동해본 경험에 비춰보면 학교생활규정 제·개정에 어떤 의견하나 개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저 학교가 정해놓은 결과물에 대해 거수기 노릇에 불과하다"며 "학교현장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인권의식이 있는 교사들로 채워지고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학력신장 위주의 교육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