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병앓는 한범덕 "내 입으로 어떻게 말을 해"
화난 남상우 "떠났다고 그러는 거 아니지"

속병앓는 한범덕···"내 입으로 어떻게 말을 해"
한범덕 청주시장이 속병을 앓고 있다. 청주시의 곳간이 비었기 때문이다. 한 시장은 성격상 남을 비판하는 말을 못해 혼자 끙끙 앓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청주시 재정악화에 대해 말을 하다보면 자연 민선4기 때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면 남상우 전 시장에 대해 언급해야 하기 때문. 그러던 한 시장이 지난 22일 열린 시정연설 때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주 공식적인 말만 했다.

그는 “내년 청주시의 예산규모는 2년전과 비슷한 9255억원이다. 민선5기 실질적인 첫 해부터 살림을 줄여야 하는 힘든 상황에 잠을 못 이뤘다”며 “청주시의 재정이 악화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의 감세정책과 더불어 지방교부세가 감소됐고 예산 조기집행으로 이자수입이 줄었다. 공공근로와 SOC사업 분야의 세출이 증가함에 따라 순세계잉여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도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방교부세 감소와 예산 조기집행으로 이자수입 감소, 그리고 SOC사업 세출증가로 순세계잉여금 감소 얘기는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위기를 내년 한 해로 끝내자는 각오로 임하겠다. 업무추진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경상경비를 축소하며 신규사업을 최소화하는 등 시 살림을 아껴나가겠다”며 “서울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프로젝트팀을 통해 중앙정부와 연계를 강화, 국비와 지방교부세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청주시민과 의원들에게 약속했다.

한 시장도 할 말 해야 한다
한 시장은 일자리 4만개 창출, 청주시 복지재단 설립, 상당산성 옛 도로 산책로 및 생태학습장 조성, 근린공원 및 소공원 확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조성, 녹색교통수단 자전거이용 활성화, 시민이 편리한 대중교통체계 구축, 무심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주시는 지난 8월 공약사업 53건을 확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비 1조원, 도비 4000억원, 시비 9600억원, 민간자본 10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공약사업은 한 시장의 임기인 4년 동안 이뤄지는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임기 전반기동안은 마음대로 사업을 하지 못해 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경상비 30% 삭감, 신규사업 당분간 중단, 건설사업과 방만한 사업 대폭 감소, 사회복지비는 증가, 국비 증액이 앞으로의 시정 방향이다. 일회성 사업도 대폭 줄일 것”이라며 “그러나 무상급식, 녹색수도 청주건설, 청주역~옥산간 도로확장, 청주청원 통합은 예상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한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남상우 전 시장이 이 분야에 중점을 둔 반면 한 시장은 사회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시장도 이번 재정난으로 사회복지 예산을 더 못 늘리는 게 가장 마음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재정위기 상황에 대한 청주시의 해명은 너무 늦었고, 해명 자체도 두루뭉술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 시장도 남 시장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반응들이 만만치 않다. 어쨌든 한 시장은 차제에 재정운용 방향을 완전하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방만했던 예산운용을 꼭 쓸데만 쓰는 식으로 말이다.

화난 남상우···"떠났다고 그러는 거 아니지"

남상우 전 청주시장이 임기가 끝난 뒤에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현재 청주시의 재정악화 원인이 민선4기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 많이 나오는 얘기가 남 전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초예산 1조원을 만들기 위해 예산 부풀리기를 시도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다.

윤송현 청주시의원(민주당·용암 영운동)은 지난 9월 임시회 때 “현 시장은 잔액이 많은 통장을 넘겨받았지만 막상 은행에 가보니 통장은 마이너스에다 엄청난 카드대금 청구서를 받은 느낌”이라며 “제2차 추경예산안은 재정결손을 메우기 위해 하반기 주요 사업비를 대부분 삭감하고, 지방채 상환 연기에 이어 또 다시 지방채 185억원 발행을 승인하는 사상 전례없는 추경안이 제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11월 임시회에서는 “언론과 시민사회가 재정문란 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문책을 제기하고 있다. 예산 부풀리기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현직여부를 떠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실제 충북참여연대도 청주시의 재정위기 실체와 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를 밝히라고 주문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화살의 방향이 남 시장 쪽을 겨냥하는 것.

관심 모으는 증인채택 여부
이와 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야인으로 돌아간 남상우 전 시장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전화통화는 됐으나 조목조목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매우 격앙된 어조로 화를 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떠난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나.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동안 열심히 일 한 것 칭찬은 못해줄망정 예산 부풀리기를 했다고 하다니···그렇게 말하는 것 아니다. 이건 떠나고 나니 장난치는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청주시 발전을 위해 중앙부처에 가서 인맥 만들고 이를 활용해 1조51억원이라는 예산을 만들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후배들이 거의 중앙부처 1급 아니면 국·과장급이다. 예산은 명세서에 나와 있는데 어떻게 부풀리나. 그럼 시의원들은 바보들이냐. 부풀릴 수 있으면 한범덕 시장도 해보라지. 낙선 뒤 중앙부처에 올라가니 ‘우리는 이제 청주시 예산 관심없습니다’라고 하더라. 예산은 땀 흘리는 만큼 나오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이 국비를 많이 따왔음을 강조하는 남 전 시장은 한대수 시장한테 시장직을 물려받던 해 국비가 780억원이었는데 자신의 임기말에는 2300억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0년 예산수립시 잉여금을 과다계상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잉여금은 쓰고 남은 돈이다. 몇 십억 차이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수입으로 잡아놓은 액수와 실제 잔액과의 차액은 자그만치 446억원이나 난다. 남 전 시장은 이 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예산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보복정치’내지 ‘떠난사람 흔들기’ 식으로 바라보는 그는 “청주에서 떠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참으로 이상한 동네”라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시의회가 현재 행정사무감사 때 남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중이어서 이 문제는 명확한 해명없이는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시민들도 전임시장 시절 일어난 일인 만큼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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