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 맞은 KBS 전국노래자랑 김인협 악단장

일요일 낮 평범한 시민들이 TV속 주인공이 돼 장기를 선보이며 잔잔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KBS ‘전국노래자랑’이 30주년을 맞이했다.

KBS는 지난 9일 리셉션을 열고 30주년을 기념해 사회자 송해 씨(83)에게 명예사원증을 수여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송 씨가 받았지만 전국노래자랑에 송 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랜 세월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지켜온 터줏대감이 있다. 청주 출신인 김인협 악단장(70)이 그 주인공이다.

김 단장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꼬박 30년을 지켜왔다.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녹화일정과 겹쳐 딸의 결혼식을 하루 앞당겼을 정도다. 김 단장은 “송 선배가 마이크를 잡은 건 84년이다. 송 선배 전에 이한필·이상용·고광수·최성규 씨가 사회를 맡았다. 81년 첫 방송부터 무대를 지켜온 사람은 나 뿐”이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김 단장은 청주 토박이다. 청주에서 태어나 석교초·주성중·청주고를 졸업했다. 서라벌예대를 다니느라 잠시 청주를 떠나 있었지만 1962년 졸업후 KBS청주방송 악단원이 되면서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이후 동양방송(TBC) 악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방송통폐합 이후 다시 KBS로 돌아가 운명처럼 전국노래자랑 악단장을 맡게 됐다.

김 단장은 “‘1년만 더 해야지’하며 지나간 세월이 벌써 30년이다. 그동안 거쳐 간 PD만 100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정년퇴임한 그는 지금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영원히 전국노래자랑 악단장으로 남고 싶어한다. 김 단장은 “송 선배 그만두는 날까지 함께 하자고 했는데, 나이차가 있으니 송 선배보다 10년은 더해야 하지 않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실로폰을 든 그의 손에 출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지만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 누구도 그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김 단장은 “우리와 같은 서민들이 주인공이다. 꾸밈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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