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손 놓고 기다릴 수 있나요. 배운 것 없어도 가족 부양하며 정직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구멍가게까지 말살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너무하지 않습니까?"

16일 오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신2호점(330여㎡)이 들어설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한 상점가 앞에서 보름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A씨. 입점도로 옆 보도블록 위에서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것은 얇은 천막과 보온 덮개, 난로 1개가 전부지만 A씨는 보름째 주변 상인과 중도매인 유통업자 등과 이 달 초부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인 삼성테스코가 가맹점 형태로 SSM 개점을 위해 내부 공사에 들어가자 이에 반대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천막농성 이후 공사는 일시 중단됐지만 기습적인 개점을 우려해 불침번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3년간 시한을 두고 전통시장 반경 500m 내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고 그 안에는 대규모 점포 및 준 대규모 점포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의결·공포됐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개신2호점 주변은 전통시장이 없어 전통 상업 보존구역과 무관하고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변경 추진해 가맹점을 사업 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한 여전히 제외 대상. 무엇보다 개신2호점은 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사업이 추진돼 지난 해 7월 사업 조정 신청 대상이 됐기에 사실상 법이 제정되더라도 예외 대상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천막농성을 이어가는데는 '혹시나'하는 실낱같은 기대와 주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개신2호점이 개점할 때 주변 슈퍼와 철물점, 제과점, 화장품가게 등 전반적인 상가들의 영업이익 하락 등에 따른 상권 위축을 우려했다.

H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상점 당 권리금은 평균 3000만원 선으로 매출이 떨어지면 누가 그 돈을 다 내고 오겠냐"며 "결국에는 이 일대 상권이 모두 위축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민 B씨는 "사실 주민들은 SSM이 들어오면 슈퍼들이 경쟁해 싼 값에 살 수 있다고 좋아한다"며 "하지만 결국 문 닫고 SSM 하나만 남으면 값을 올릴 게 뻔하다"고 말했다. 중소상인들은 "목청껏 외쳤던 유통법이 개정되고 오는 25일 국회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이 통과될 예정이지만 허점투성이 법안"이라며 "'허가제' 를 도입해 주변 소상인들의 매출이 격감되는 지역은 대기업의 SSM 진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개정된 유통법에 따라 시장, 군수, 구청장이 전통 상업 보존구역을 설정하고 상생협약 등을 통해 소상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실효성 측면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지만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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