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지난달 29일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민주노동당에 후원을 한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 대한 징계위가 열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부교육감들을 불러놓고 징계 가이드라인을 친절(?)하게 정해주고, 도교육청에서는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 충실하게 수행하였다.

구사대와 경찰들이 동원되는 등 현장은 70~80년대 군부독재정권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교사의 정치활동, 후원금 납부 등은 법원의 재판도 진행 중으로 논란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징계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도교육청 처신은 교육 자치를 부정하고 최소한의 형평성도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것이었다.

교사들의 징계권한은 시도교육감이 갖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징계위 날짜, 배제징계원칙, 감경 미적용 등 사실상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지조와 자존심이 있는 교육감이라면 교육 자치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교육감의 권한을 무시한 교과부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화를 내야 맞다.

민선교육감에 도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교육부의 충실한 대리인이 아닌 지역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소신 있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감은 도민들이 열망보다는 교과부의 인센티브를 선택하여 도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교과부의 지시에 일사천리로 움직이던 도교육청이 상부지침을 어긴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필자가 있는 모임에서는 모 지역교육청이 2009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를 학교별, 지역별, 과목별 순위표를 작성하여 학교현장에 배포한 자료를 입수하였다.

학교순위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교서열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충청북도는 학교순위표를 가지고 학교를 서열화하고 비교하면서 학교현장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아넣었다. 그 결과 월말고사 부활, 문제풀이 보충수업, 놀토·휴일 학교 등교 등 학교현장을 시험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속에서 학교는 파행 운영되었고 급기야 제천의 한 초등학교의 시험부정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충청북도교육청은 자신들이 학교순위표를 작성하고도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검찰조사를 통해 도교육청이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정감사와 도의회 도정질의를 통해 문제가 되자 교육감이 인정하고 사과를 하였다.

교과부에서는 학교순위표를 작성한 충청북도교육청에 대해서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형식적인 사과만 하고 있을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11월 23일 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반성을 한다면 학교순위표를 작성한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강원도와 전북처럼 학업성취도 평가를 취소하는 것이 맞다. 교육적인 면에서 보면 이번 학교순위표 작성의 죄는 그 무엇보다 엄중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요즘의 도교육청에 꼭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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