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년 도당위원장 맡아 2012년 진용 이끌 듯
鄭- 지면 끝장 중부4군보다 청주상당 상륙작전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는 백마 ‘브케팔스’를 타고 선두에서 군대를 이끌었다. 폼을 잡기 위해 백마를 탄 것이 아니라 적들의 눈에 띄더라도 맨 앞에서 진용을 이끈다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불어·Noblesse oblige)’이었던 것이다. 

17·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 6.2지방선거마저 민주당에게 안방을 내준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백마 탄 초인의 출현이 절실하다. ‘잘나가는 정치인입네’하며 대접을 받으려하기보다 날아드는 화살 속으로 앞장서 이끌 리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2012년 총선·대선 정국을 앞두고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새로운 리더로 윤진식 의원과 정우택 전 지사가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윤 의원의 보궐선거 지원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한자리에서 자주 목격된다. 사진은 8월21일 한국택견협회(총재 정우택)가 주최한 전국송암배택견한마당에서 함께 한 정 전 지사(왼쪽 끝)와 윤 의원(오른쪽 끝).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현재 2명(송광호·윤진식)의 현역 의원 대신 윤경식(청주 흥덕갑) 원외 위원장이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8월19일 도당 운영위원회를 갖고 만장일치로 윤 위원장을 추대했다. 당초 6.2 지방선거 참패를 추스를 도당위원장 후보로는 MB의 측근이자 7.28재보선에서 승리한 윤진식(충주)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윤 의원은 “초선으로서 지역사정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겠다”며 고사했다.

이제와 얘기지만 윤 의원은 2012년을 바라봤을 가능성이 높다. 난파선의 선장을 맡기보다는 총선과 대선을 향해 진격하는 전투함의 함장을 맡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위원장의 임기는 1년이다. 연임도 가능하지만 현역이 1명도 없었던 17대 이후에는 원외 위원장이 1년씩 수건돌리기식으로 맡아왔다.

그러나 내년 8월에 뽑히는 도당위원장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8개월 뒤 19대 총선과 16개월 뒤 대선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실세 위원장이 2년 연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윤 의원이 여기까지 계산을 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윤진식 의원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지역에 충실하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윤 의원은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윤경식 도당위원장의 임기가 이제 시작인 상황에서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은 충주당협위원회를 원만히 이끌고 국회와 지역에 충실한 것이 과제다. 다만 도당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 단합과 소통에 기여하겠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우택 ‘강자와 붙어야 거물 된다’

윤진식 의원은 아니라고 해도 2012년 19대 총선을 바라보는 인사들은 윤 의원에게 줄을 설 태세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정우택 전 지사다. 15·16대 국회의원, 해양수산부장관, 민선 4기 충북지사를 지낸 정 전 지사는 ‘중부권 대망론’을 자가(自家)발전했을 정도로 꿈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러나 도지사 재선 실패로 정치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정 전 지사의 19대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화돼있다. 지역구 선택이 관심사일 따름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 전 지사의 행보를 살펴볼 때 정 전 지사는 청주 상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6월28일 상당구 금천동의 한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고 8월 초에는 일부 이삿짐도 옮겼다. 결정적으로 지난 11일에는 청주시청 인근 충북여성단체협의회 3층에 ‘BIG충북포럼’이라는 개인사무실을 열었다. 정 전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 인근에 홍곡문화재단이라는 사무실을 연 바 있다.

정 전 지사는 전화통화에서 “BIG충북포럼은 누누이 밝혔듯이 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사랑방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정 전 지사는 윤진식 의원의 보궐선거 당시 개소식과 거리유세 등에 3차례 참석했던 것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 특별한 친분이 있다면 나는 경제기획원에서, 윤 의원은 재무부에서 근무했던 경제부처 관료 출신이라는 것 뿐이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 전 지사가 낙선 직후 윤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주변에서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지역정가의 유력한 소식통은 “정 지사가 선친의 고향인 중부4군에서 재선을 했다지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시와 달리 소지역구도가 굳어져 진천에 연고를 둔 정 전 지사가 음성이 연고인 정범구 의원과 붙어서 유리할 게 없다. 상당에서 홍재형 국회 부의장과 상대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빅카드일 뿐만 아니라 이기면 일약 정치거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했다.

이 소식통은 또 “정 전 지사가 지사 재임시절 정무부지사로 기용했던 이승훈 전 정무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전 정무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장관시절 비서관을 했던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래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도 결정적 공헌을 했다. 둘 사이의 Win- Win관계를 잘 지켜보라”고 귀띔했다.     

영원한 ‘정치 1번지’ 청주 상당

물론 정우택 전 지사에게 상당 출마가 보장돼있는 것은 아니다. 현역인 한대수 당협위원장이 버티고 있고, 자리를 노리는 정치신인들이 줄을 서있다. 다만 한 위원장의 경우 최근 핵심 공기업의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위에서 하는 건데 발표가 나야지 아직은 모른다. 직접적인 제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는 고민을 해보겠다. 상의는 해봐야지 내 장래도 있고 당의 미래도 있고….”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던 10여일 전과는 달리 뭔가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 위원장의 공기업 하마평이 이어지는 것은 정치적 친분관계 이상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정치적 부활과도 무관치 않다.

오장세·이대원 전 충북도의회 의장도 상당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전용카지노 운영 공기업 그랜드코리아의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오 전 의장은 “서울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공기업으로 갈 거라는 소문은 언뜻 바람결에 들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현직에 충실하겠지만 기회가 되면 19대 총선을 고려해보겠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지역구는 상당이 될 것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대원 전 의장은 자신의 표현대로 책을 보며 칩거 중이다. 한 위원장과 각별한 사이인 이 전 의원은 한 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하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전 의장은 “자주 만나서 얘기하는데 직접 그런 얘길 들은 적은 없다. 다만 제안이 오면 사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또 “(한대수 위원장과) 학교 선후배 관계를 딛고 일어설 수야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불편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만 아니라면 누구와도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17대에 상당에 출사표를 던졌던 윤의권 전 당협위원장도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2008년 8월 사면·복권된 뒤 정치적 재기의 장소로 상당을 꼽고 있다. 윤 전 위원장은 “어느 누구와 붙어도 자신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교인 세광고 동문회장을 맡는 등 학맥관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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