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높은 민속놀이 농기센터 직원 일색… 주먹구구식 선수 선발·운용 ‘도마위’

지난달 옥천에서 개최된 제49회 충북도민체전에서 제천시는 전년보다 한 계단 하락한 종합성적 3위를 기록했다.
만년 우승 후보지만 실전에만 나서면 맥을 추지 못한 채 2위권 이하를 맴돌던 악순환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 충북 체육의 메카를 자부하는 제천시가 정작 도민체전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데에는 선수 선발과 운용의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 달 옥천에서 열린 제49회 도민체전에서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 / 사진=충청리뷰DB
체육 분야에서 도내 최고를 자랑하는 제천시가 막상 도민체전에서는 기대를 밑도는 성적으로 시민에게 실망을 안긴 이유는 무얼까? 전문가들은 시와 시 체육회의 전략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역 체육계 인사 A씨는 “도민체전은 일반 스포츠 종목 이외에 제기차기와 윷놀이로 이뤄진 민속놀이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돼 1000점 이상의 높은 점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시는 선수 선발과 훈련, 전술 운용 등 종목에 대한 전권을 농업기술센터에 위임해 전문성과 전략 마련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천시는 이번 대회에서 제기차기 4위, 윷놀이 공동9위(최하위) 등 종목 종합 5위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5년 동안 체전 참가 선수 대부분이 시 농업기술센터 직원으로 구성된 이 종목에서 제천시는 간신히 중위권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속놀이 분야의 선수 저변을 넓히고 전문성을 보강하지 않는 한 제천시는 민속놀이뿐 아니라 종합성적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다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윷놀이의 경우 확률 게임의 특성상 그날의 운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말판 운용만큼은 히딩크 못지 않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업기술센터는 이 분야의 선수와 임원 7명을 모두 농업기술센터 직원으로 구성해 종목 최하위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기차기 3명을 제외한 윷놀이 선수(4명)와 감독·코치 등은 모두 농업기술센터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 같은 주먹구구식의 선수 구성과 운영으로는 결코 도민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선수저변 확대·전문성 보강 절실

한편 민속놀이 분야 중 제천시의 효자 종목이었던 ‘모래가마니들기’가 지난 44회 대회부터 폐지된 것도 제천시의 우승 전략에 차질을 준 주 요인으로 분석됐다. 제천시는 모래가마니들기에서만큼은 부동의 1위를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윷놀이는 윷을 던질 때의 20%의 확률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임으로 사실상 경기 당일의 운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동안 제천시에 윷놀이 운이 없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제천시는 도민체육대회 선수 선발권을 시 체육회 종목별 협회와 시 체육회가 지정한 시의 실·과·사업소 등에 맡기고 있다. 과거 읍·면사무소의 자문과 추천을 통해 민속놀이 선수를 선발했던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들어 대부분의 선수를 자체 직원들로 구성, 출전해왔다.

이로 인해 도민체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원받는 수백만 원의 예산도 별 소득없이 사실상 센터 직원들의 운동복 구매 등에 날린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선수 선발권을 위임받은 농업기술센터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발 기준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채 자체 직원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 운용하고 지원예산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이는 시·군 간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도민체전의 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시민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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