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채소 10여년 정휴자씨 부부 '배추 값 파동 몰랐죠'

<tip>푸드 마일리지 (food milelage)란?
지난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이 주장한 개념이다. 식재료의 이동 거리를 줄여 장거리 수송에 따르는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푸드 마일리지 운동. 국내산 식재료를 구입하며 자국의 힘을 키우는 현명한 소비 방법까지 일깨워준다.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의 일종의 이 같은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는 특정 중량의 먹을거리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이동하게 되는 거리를 계산한 것이다. t·km를 단위로 사용하는데, 식품 수송량(t)에 생산지-소비지 간 거리(Km)를 곱해 계산할 수 있다.
식재료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이동한 거리가 길수록 푸드 마일리지는 커지게 된다. 수입 농산물과 같이 푸드 마일리지가 긴 식품은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치기 때문에 불필요한 유통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식품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유통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어 지구에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많이 쌓일수록 득이 되는 일반 마일리지와는 다르게 커질수록 해가 되는 것이 푸드 마일리지인 셈이다.

<에코피플을 찾아서/食>

▲ 할머니 정휴자씨·외손녀 이서윤양/사진 육성준 기자
고층 아파트 빌딩 숲 사이로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이들이 있다. 지난 4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호국로 97번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친 정휴자(60)씨. 이제 두 돌이 갓 지난 외손녀와 33㎡(10평) 남짓한 텃밭에서 한여름 땀 흘려 가꾼 무를 뽑고 있었다.

청주의 랜드 마크라 불리던 41층 두산위브제니스가 바라보이는 단독주택 앞 텃밭에는 무, 배추, 상추, 열무, 쪽파, 대파, 아욱, 하루나, 시금치, 정구지 등 각종 야채가 심겨져 있었다. 집 앞 텃밭의 울타리는 영산홍(映山紅) 꽃나무가 도로와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낯선 사람을 잔뜩 경계하는 외손녀 서윤(2)이를 바라보며 굽었던 허리를 펴는 정씨는 지난봄 아름답게 피었던 영산홍 꽃 이야기를 건넸다. 그리고 배추 값 파동으로 전국이 떠들썩   할 때에도 김장김치 할 걱정하나 하지 않았다고 한다.

30여 년 전 법원 사무직 공무원이었던 남편과 이곳으로 이사와 남매 공부에 가정까지 꾸려 분가를 시켰다. 퇴직 후 청주의 한 로펌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는 남편 이천우(67)씨와 손녀 보는 재미에 살고 있다.

10여년 전 집 앞으로 소방도로가 나면서 앞집이 헐렸고 도로가 나고 남은 반쪽짜리 집터를 매입해 텃밭을 일궈 먹고 있다. 정 씨는 "이제 야채 걱정은 안하고 산다"며 "몇 푼  안 되는 식료품비를 아껴서 좋다기보다 이웃 간에 인심이 나고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야채를 사 먹을 때는 썩혀 버리는 게 반이었다"며 "신선한 야채를 필요한 만큼 따다가 먹으니까 좋다. 더욱이 농약 한번 쓰지 않고 퇴비로 재배하니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씨네 야채밭은 길 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정도다.

지난여름 비가 많이 와서 배추 농사는 시원치 않았지만 다른 야채는 시중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자랐다. 그래서 이웃 간에 나눠 먹으면서 정도 키우고 있다. 특히 가계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낮아진다는 엥겔계수도 낮춰주고 있다.

이는 소득이 증가 했다기 보다 가계소득 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 수밖에 없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다. 바로 야채밭을 손수 일궈 먹다 보니 식료품비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푸드 마일리지 (food milelage)를 적게 쌓는 현명한 소비활동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보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

정 씨는 "배추 값이 금값이라며 금추란 신조어가 나올 때에도 신선한 야채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 좋았다"며 "애들 아버지도 이제 아파트 생활은 하기 싫다고 한다. 흙냄새를 맡으며 텃밭을 일궈 운동도 되고 신선한 야채를 뜯어다가 건강한 밥상도 차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더욱이 이웃 간의 정도 쌓을 수 있어 도심 속 텃밭은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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