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 도의원 김종필·이광희·황규철 찰떡궁합
소속정당 달라도 예결위에서 소장파 공조가동

지방의회의 정당공천을 반대하는 논리 중에 하나는 중앙에 대한 지방의 예속이다. 한국정치의 현실 속에서 너무나 설득력이 있는 논리지만 이만큼 모순된 얘기도 없다.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는 기준 가운데 가장 결정력이 있는 것이 정당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선거는 인물론이 작용할 여지가 있지만 도의원, 시의원을 뽑는데 있어서 인물됨을 판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방의회 선거는 늘 바람의 영향을 받아왔다. 충북도의회만 보더라도 지난 8대는 한나라당 일색이었고, 이번 9대는 민주당이 장악했다. 결국 유권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당을 보고 투표할 수밖에 없지만 중앙의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지역주민을 위해 일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 충북도의회에 63당이 출현했다. 각 정당의 소장파를 대변하는 1963년생 의원들이다. 이들이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함께 의정활동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필수다. 좌로부터 김종필(한나라당), 이광희(민주당), 황규철(자유선진당) 의원.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도의회에는 63당이 있다. 당의 이름은 기자가 붙인 것이다.

1963년생 도의원 3명이 당을 떠나 소장파로서 맹활약을 벌이고 있기에 작위적으로 붙인 당명(黨名)이다.

그러나 이들 3명은 실제 끈끈한 동료의식을 갖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에 있으며, 공교롭게도 모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원이다.

주인공은 김종필(한나라당·진천1), 이광희(민주당·청주5), 황규철(자유선진당·옥천2) 의원이다. 이들은 연령상으로 1973년생인 김영주, 1966년생인 임헌경 의원과 함께 소장파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살아온 길은 사뭇 다르다. 김종필 의원은 자신의 표현대로 ‘철이 들면서’ 쭉 사업을 했다. 현재는 8년째 수질개선과 관련한 환경업을 하고 있다. 충북지구JC 회장, 한국JC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김 의원의 JC후배는 “JC 같지 않은 JC다. 그만큼 소박하고 겸손하다”고 평가했다.

이광희 의원은 충북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의 운동권이다. 2002년 청주시의회 선거에서 박종룡 후보에게 낙선한 뒤 이번엔 도의회 선거에서 리턴매치를 벌여 승리했다. 분평동과 산남동에서 마을신문에 참여하는 등 마을공동체운동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매일 아침 공무원보다 일찍 출근하는 이 의원은 ‘직업 도의원’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황규철 의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만 20년을 채운 직장인 출신이다. 그러나 건강보험노조 남부3군 지부장을 역임했고 2006년 도의회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354표 차로 낙선한 경력이 있다. 옥천군 태권도협회장, 생활체육협회장으로 일하는 등 옥천군의 마당발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색깔 떠나서 역할 찾겠다”   

민주당이 장악한 충북도의회에서 김 의원과 황 의원은 사실 ‘왕따’를 염려했었다. 김종필 의원은 “선배들로부터 한나라당이 소수파라 왕따를 당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와 보니 걱정했던 환경은 아니다. 정치적인 사안은 그럴 수 있겠지만 도정에 관한 정책적인 사안은 아니더라. 역할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광희, 황규철 의원과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규철 의원도 “농촌이 지역구다보니 현장을 다니면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역민이 바라는 것에 대해서는 당에 관계없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소신껏 활동하는 의정활동을 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의원과 황 의원은 예결위 외에도 소속 상임위(산업경제위원회)가 같아 그야말로 동고동락하는 관계다. 김 의원은 황 의원을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 유능한 사람은 감춰도 드러난다는 뜻)’에 비유했고, 황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전문위원을 물고 늘어지며 현안을 파악하려는 집요한 모습에서 바람직한 의원상을 발견했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입당한 김 의원과 올 2월에 입당한 황 의원과 달리 이광희 의원의 정당경력은 10년을 바라본다. 짧지만 17대 이근식(서울 송파갑) 의원 정책보좌관을 수행한 경력도 있다. 그래서 이 의원을 바라보는 다른 두 의원의 시각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숲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광희 의원은 다른 두 의원에 대해 “황 의원을 건강보험 노조와 관련해 예전부터 알았다. 정치를 하기 전부터 지역이 키워야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김 의원은 첫 연찬회 때 둘이 같은 방을 쓰면서 친해졌다. 의정활동을 해보니 너무나 합리적이고 리더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느꼈다”고 추켜세웠다.

당은 전위역할 원하는데…

이들이 진짜 친해진 것은 예결위 활동을 통해서였다. 이 의원이 속한 교육위에 대한 예결위 심의에 앞서 산경위 소속인 두 의원이 이 의원을 찾아온 것. 자기 상임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 재론하기가 어려운데 다시 따져볼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의원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10월18일 도정질문에서 김동환(민주당) 의원이 정우택 전 지사가 추진했던 오송메디컬그린시티 사업과 관련해 ‘도민현혹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을 둘러싸고 보였던 정당 간 내분이 그런 예다.   

한나라당이 김동환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 도의회가 ‘도의회 흠집내기’라는 반박성명을 냈고, 다시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이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김형근 의장을 공격한 것이 일련의 과정이다.     

민주당 소속의 한 도의원은 이에 대해 “엄연히 정당에 소속돼있고 공천장을 받아야하는 처지에서 이른바 당이 요구하는 부분과 의회의 위상을 지키고 의정활동을 보호받아야하는 부분이 때때로 충돌할 수 있다. 일부 당의 이익과 정치적 방향을 우선하기보다 도의원의 존재감을 앞세워야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실 초선에 소장파인 63당 의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때때로 당의 전위역할이 요구될 수도 있다. 63당이 '분당(分黨)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한 대승적인 인정과 함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함께 경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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