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공개 추첨장 경쟁율 최대 27대 1


"교육감님 손자라도 추첨에서 떨어지면 입학할 수 없어요."

2011학년도 청주남성유치원 입학생 선발을 위한 공개 추첨이 열린 1일 오후 3시. 만 3세반 입학생을 선발하는 유치원의 한 교실엔 100여명의 학부모들이 앉아 있었다.

내년 이 유치원 만3세반의 경우 총정원은 20명. 이 가운데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 따라 모집정원의 절반인 10명은 셋째 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원아를 선발하고, 나머지 10명은 일반인 가정 유아를 대상으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셋째 자녀 입학생은 10명 모집에 16명이 지원해 그나마 1.6대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일반인 대상은 10명 모집에 무려 76명이 몰려 7.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추첨기가 돌아갈 때마다 학부모들의 환호와 한숨 소리가 교실에 가득찼다. 6명이 연이어 불합격 구슬을 뽑았지만 추첨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처럼 '다행이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7번째 추첨에서 합격을 의미하는 '축'자가 쓰여진 구슬을 뽑은 학부모는 환호성을 질렀고, 추첨 순서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국공립 유치원의 입학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로또 당첨'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국공립 유치원의 치솟는 인기는 저렴한 교육비와 저녁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종일반(오후 7시30분까지) 때문인지 학부모들 사이에 입학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때문에 일반인에게 배정되는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높은 경쟁률을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청주남성유치원의 경우 만 5세(8명 모집)의 경우 셋째 자녀 대상자는 4명 선발에 2명이 지원했지만, 일반인 대상은 4명 모집에 36명이 몰려 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만 4세(27명 모집)도 셋째 자녀 대상자는 2명이 지원한 반면 일반 대상자는 25명 모집에 36명이 지원했다.

청주산남유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만 4세반(24명 모집)의 경우 셋째 자녀 대상자 및 기초생활수급자 우선 선발 대상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 모집에 100여명이 몰려 27.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만 3세인 자녀를 둔 주부 한 모씨는 "공립유치원 입학이 어려워 올해 사립유치원에 보냈는데 체험활동비 등 월 35만원씩 지출하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의 말로는 공립유치원은 급식비를 포함한 비용이 5~6만원 선으로 대기 순번이라도 받아 입학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2010년 국공립유치원 입학금 및 수업료 현황'에 따르면 도내 공립 유치원은 평균 2만2000원(입학금 4000원·수업료 1만8000원)인 반면, 사립유치원은 24만2000원(입학금 4만7000원·수업료 19만5000원)으로 공립유치원보다 11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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