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경제·사회부장

최근 이시종 지사와 경제계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계와 지사 간에 ‘코드 맞추기’가 쉽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진짜 속앓이 하는 것은 ‘경제계’가 아니라 ‘경제단체장’이라고 본다. 특정 경제단체장이 신임 지사와 코드를 맞추지 못해 ‘속앓이’하는 것이고, 지역 경제인들은 이같은 답답한 현실에 ‘짜증’이 나는 것 아닐까?

‘속앓이’의 주인공은 이미 언론에 실명보도된 바 있는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이다. 이 회장은 경기고 후배인 정우택 전 지사 시절 두번에 걸쳐 회장에 선임된 바 있다. 물론 지사가 상공회의소 대의원들이 뽑는 회장 선거에 직접 개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사의 복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회장 당선 직후 선거부정에 대한 추문이 나돌다 지사의 막후 조정으로 수습되기도 했다. 당시 오석송 오창산단관리공단 이사장의 출마설이 나돌자 이 회장이 부회장직을 제안하면서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오 이사장은 이태호 회장 취임이후 자신의 부회장 추대도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악의적인 소문’에 휩쓸리자 감정이 폭발해 불출마 거래의혹을 공개했던 것.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직은 충북의 ‘경제 지사’로 불리며 실제로 모든 경제단체 행사에서 좌장 역할을 맡게 된다. 지역 경제인의 얼굴마담으로서 이같은 선거 후유증을 낳았다면 일반의 상식으론 자신의 거취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해명성 성명이나 기자회견도 없이 오 이사장을 직접 찾아가는 굴욕적인(?) 모습을 연출하면서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바로 이같은 화해 과정이 정우택 전 지사의 거중조정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여기서 끝났다면 지사가 교체됐더라도 더이상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회장은 다시한번 ‘대형사고’를 저질렀다.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공적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을 공공연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장은 선거운동이 치열했던 5월말 청주상의가 주관하는 CEO아카데미 회원들을 대상으로 ‘충북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우택 후보를 적극 지지해 주길 당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했다. 당시 민주당과 이시종 지사 캠프는 발끈했고 “이 회장이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공회의소법 위반뿐만 아니라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라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가 있다"며 선관위에 신고했다.

도선관위는 이 회장을 소환조사한 뒤 주의조치로 일단락했지만 이 사건으로 당선자인 이 지사와는 물과 불의 관계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그럼에도 신임 지사에게 민간 경제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정치적 원한관계인 사람에 그냥 맡겨두라고 권고한다면, 과연 합리적인 제안일까?

따라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쪽에서 ‘짜증’나는 현 상황에 대해 입장이나 거취를 밝히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이다. 아니면, 적어도 지난 회장선거 당시 오 이사장이 대의원들에게 배포했던 반박문의 내용에 답을 하던지….

“어려울 때 회장에 당선됐으면 솔선수범하고 상공회의소회관 신개축에 대한 건축기금도 내놓으면서 회원들의 동참도 독려하고 상공회의소 당면 문제들을 개혁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회장 활동비는 자기 돈으로 써가면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멋있게 마지막 3년 임기를 마무리 하겠다는 포부도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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