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부지에서 삼국시대 건물지 확인…후속조치 싸고 논란 일 듯

충주시가 2013세계조정선수권대회 경기장 부지로 사들인 곳에서 삼국시대 주거지와 대형 건물지가 확인돼 시와 조사단 사이에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건물터가 발굴된 부지에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치를 주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문화재 보존과 조정대회 추진을 두고 찬반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 충주시가 2013세계조정선수권대회 경기장 부지로 사들인 곳에서 삼국시대 주거지와 대형 건물지가 확인돼 시와 조사단 사이에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른쪽 동그라미 사진은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경기장 예정지의 문화재 발굴 현장.
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충주 탑평리 유적에서 ‘고대 중원경 종합학술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제3차년도 시굴조사 성과를 학계 전문가와 및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유적이 위치한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일원은 신라의 9주 5소경에 해당하는 국원소경(國原小京. 이후 中原京)이 조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 중 하나다.

남한강을 끼고 발달한 주변 일대에는 장미산성(사적 제400호),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 누암리고분군(사적 제463호), 하구암리 고분군, 중원탑평리칠층석탑(국보 제6호) 등 고대 삼국의 주요 유적들이 분포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부터 시작된 이번 시굴조사는 6세기 중엽 신라의 중원 진출을 전후한 시기에 형성된 고대도시의 실체를 고고학적으로 밝히기 위한 것으로, 중원탑평리칠층석탑에서 북서부로 약 800m 떨어진 조사구역에서 신라시대의 대형 건물지와 4~5세기대의 백제 수혈주거지가 다수 확인됐다.

9동의 백제시대 주거지 가운데는 부뚜막 시설과 도랑을 갖춘 평면 ‘呂’자형의 대형 주거지가 포함돼 있으며, 백제 주거지 및 수혈유구(竪穴遺構)가 폐기된 후 형성된 상부 문화층에는 신라~통일신라시대의 건물지 및 관련 유구가 거의 전 구역에 걸쳐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제1건물지는 남한강변의 긴 충적대지와 같은 방향인 남동~북서를 장축으로 한 회랑(回廊) 형태의 건물지(폭 5.3m, 길이 최대 110m 이상)며, 이 회랑식 건물지를 경계로 동편에 신라시대 건물지 3동이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한 채 유기적으로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신라시대 문화층에서는 제철 관련 공방시설로 추정되는 소토유구(燒土遺構:불에 탄 흙이 쌓여있는 흔적)가 슬래그(slag:광석을 제련한 뒤 남은 찌꺼기)와 목탄, 소토 등과 함께 확인되고 있어, 소규모 생산 활동이 이 지역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백제 고대도시 실체 확인 ‘주목’

이번 시굴조사에서 일종의 구획시설로 추정되는 대규모 회랑식 건물지가 확인됨에 따라, 그동안 고고학적으로 실체가 불분명했던 고대도시 및 이를 뒷받침해주는 치소(治所)와 같은 중심시설의 분포 범위를 확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신라 진출 이전에 조영됐던 대단위 백제 취락시설은 그간 충주 일대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백제의 문화상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중원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충주 탑평리유적을 비롯한 중원경 추정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학술조사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성범 연구소장은 “20m 간격이 아닌 일대를 전수조사해 베일에 싸인 중원경의 위치를 확실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장준식 충청대 박물관장 역시 “일부 건물지에서 이처럼 불에 탄 흙과 철 찌꺼기, 목탄 등이 함께 발견돼 소규모 생산활동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며 “이번 발굴이 진행된다면 고구려의 국원성 내지 신라 중원경의 치소가 이 일대에서 확인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연구소 한 관계자는 단발적인(2013세계조정선수권대회) 행사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재보존이 중요하다고 언급, 추가 발굴과 보존을 위한 설계변경이 불가피할 것을 내비쳤다.

한편 이 터를 2013세계조정선수권대회 경기장 부지로 사들인 충주시는 앞으로의 시굴결과에 따라 보존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시는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조정대회 시설물 건립 등이 문화재보존 때문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 관계자는 “아직은 시굴단계라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이전 보존할 수 있고, 보존방법은 다양하게 있다”며 “보존가치가 있는 부분은 최대한 피해서 조정대회 시설물이 들어서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삼국시대 건물터가 발굴된 부지에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치를 주요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충주시와 문화재청 사이에 충분한 협의와 접점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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