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내년 예산 1000억원 펑크, 후유증 불가피
잉여금 과다편성 여파, 보조금·행사예산 대폭 줄 듯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1조원 예산 시대’가 열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청주시가 시장이 바뀐 뒤 두차례나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첫 번째는 전임 시장 시절 편성된 예산 중 잉여금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나 9월 있은 추경예산 편성에서 207억원이나 감액했고 그래도 부족한 사업비를 메우기 위해 기채 185억원을 발행해야 했다. 두 번째는 내년 예산마저 여기에서 500억원이나 더 깎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 청주시가 잉여금 과다편성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내년 예산을 사실상 1000억원 이상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시 관계자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실과와 사업소 별로 필요한 예산액을 접수받았다. 그 뒤 조정을 통해 520억원을 깎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해 160억원을 추가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을 늘려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도 시원찮을 판에 쥐어짜듯 줄여야 해 난감하기만 하다. 솔직히 접수된 예산요구 내역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디 한 곳 줄일 만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사실상 1000억원 감액

시는 내년 예산이 9300억원대에서 편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 당초 예산 1조57억원 보다 757억원, 2차 추경을 통해 감액된 9850억원 보다도 550억원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감액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큰 1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올해 갚았어야 할 기존 기채 100억원과 새로 발행한 기채 185억원을 갚아야 하고 80~100억원으로 추정되는 무상급식 실시에 따른 시 부담액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면 내년 청주시 실제 예산은 9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산 삭감을 위해 가장 만만한 분야가 경상비와 행사성 예산. 이미 지난 9월 2차 추경에서 각각 20%씩 줄인데 이어 내년 예산에 20%를 더 삭감키로 했다.
당장 실과와 사업소 사무용품 구입이나 야근 직원 식대도 부족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경상비 삭감에 따른 직원들의 불만은 큰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단체 지원 등 각종 지원예산이 줄어 발생할 민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한범덕 시장의 공약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시장 공약중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모두 50개로 1조8752억원이 필요하다. 이중 내년에만 2539억원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이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공약 사업예산은 시 자체 사업비 뿐 아니라 국비와 도비 매칭사업도 많아 구체적인 예산안이 나오기 전에 추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년 공약사업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자체 사업비 1700억원 뿐

청주시 한해 살림 규모가 9000억원이 넘어 1조원에 육박하지만 실제 시가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2500억원 내외다.

나머지는 법적비용과 국도비 매칭사업비 등 사용처가 정해진 예산이다. 법적비용은 인건비, 청사 유지비, 복지 관련 각종 지원금 등 법에서 정한 비용이며 국도비 매칭사업비는 국비나 도비 지원을 받는 사업에 부담해야할 시 예산이다.

시는 매년 2500억원 내외의 예산을 사회단체 보조나 주민 숙원사업, 각종 행사비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 규모도 1700억원대로 800여억원 감액이 불가능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힘들다. 반드시 필요한 고정비용은 정해져 있고 여기에 새로운 예산 수요는 점점 늘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고정비용은 손을 댈 수 없는 만큼 내년에는 자체 사업비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자체사업예산 부족은 한 시장 취임 직후부터 제기돼 왔다. 예산 조기집행으로 하반기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청주역~옥산간 도로확장 보상비 20억원과 월오~남일간 도로개설 설계비 1억원만이 새로 집행됐을 뿐 신규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 추경에 이어 내년 예산을 대폭 감액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에 따른 운영지침 등 내부적인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복사지 양면사용이나 한 등 끄기 등 비용절약 지침이 마련되고 각종 사업집행과 관련해서도 예산절감 대책이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770억이라던 잉여금이 고작 50억
선거용 논란으로 까지 번지는 ‘예산 1조원’
 

청주시가 펑크난 예산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은 지난해 말 올 예산을 편성하면서 잉여금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렸기 때문이다.

잉여금은 세출 보다 세입이 많아 사용하지 않고 남은 예산을 다음해로 넘겨 예산에 반영하는 것으로 당초 올 예산에는 770억원이 계상됐다. 이로 인해 올 예산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으며 시는 ‘예산 1조원 시대’가 열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전임 남상우 시장은 예산 1조원 돌파를 지난 6.2선거에서 주요 치적으로도 내세웠다.

하지만 민선5기 들어 잉여금은 실제 5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고 이자수입도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시는 부랴부랴 예산 거품 제거에 나서 지난 9월 2차 추경을 통해 207억원을 줄였다. 부족한 사업비는 기존 기채 100억원 상환을 1년 유예하고 새로 기채 185억원을 발행해 소위 차입경영으로 대신했다.

특히 민선 4기에 추진한 대형 SOC사업을 지방선거와 남상우 시장 퇴임 이전에 준공하느라 예산을 조기 집행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며 무리하게 예산 1조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잉여금 부풀리기가 의도된 것인지 여부는 가릴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예산 1조원을 넘겼고 남 전 시장은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남 전 시장이 행정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선거용 아니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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