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관 연구원 4명중 1명 꼴 퇴사 의사 밝혀

보건의료분야 6대 국책기관의 오송 이전이 지난 25일 오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삿짐 차량 14대 도착을 시작으로 본격화 됐다.

국책기관들의 오송 이전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시작으로 내달 1일부터 보건복지인력개발원,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순으로 진행된다.
이들 6대 국책기관에 근무하는 종사자만 2500명에 실험장비·동물 사무기기 등 이삿짐은 5톤 트럭 1700대 분량이다. 이를 위해 모두 324억의 비용이 소요되고 기간도 2개월이 필요하다.

▲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보건의료분야 6대 국책기관이 오송으로 이전한다. 전문인력들의 오송 기피 등 부작용을 조기에 해결할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국책기관들의 이전으로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의 조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며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 민간 투자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도는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조성이 마무리 되는 2013년 1만6000명 고용과 연간 산업생산액 2조4000억원, 2600억원의 소득증대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송으로 이전하는 6대 국책기관 종사자는 모두 2495명. 보건복지부와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송으로의 이전을 기피하는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거나 퇴사의사를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6대 국책기관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조사한 결과 석박사 연구원 860명중 208명이 퇴사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오송 이전 대신 퇴사를 선택한 것은 출퇴근과 주거, 자녀 교육 등 정주여건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족들이 서울에 정착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송으로 이사할 경우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직을 전제로 퇴사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의 한 직원은 “오송 내에 초·중·고와 유치원 등 교육기관이 들어서고 청내에 어린이집도 운영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서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굳이 안정된 서울 생활을 접고 가족들과 오송으로 이사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퇴사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기로 한 연구원의 상당수도 이사 대신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출퇴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직원은 “오송까지 KTX를 이용해 출퇴근할 생각이다. 매월 교통비로 30만원 이상 추가로 지출해야 하지만 오송에 따로 집을 구해 생활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오송의 주변 여건이 대도시 수준으로 나아지면 모를까 가족 전체가 이사하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퇴사 8.3% 불과, 그러나 전문인력

반면 이들 국책기관의 일반직원은 오송 이전에 따라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박사 연구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인 반면 일반직원들은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무처가 이전한다고 사표를 제출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직업 안정성과 복리제도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석박사들로 전문 분야나 프로젝트에 따라 채용된 계약직들이다. 또한 이들은 현재 직장이 아니더라도 더 높은 처우에 얼마든지 이직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식약청 퇴사자 26명을 학위별로 분석하면 박사 6명, 석사 12명 등 고학력자가 대부분이며 여성이 16명, 연령대는 30대 이하가 17명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여성 전문인력의 퇴사율이 훨씬 높은 것은 이들이 오송으로의 이전에 상대적으로 부담을 더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30대 석박사급 여성인력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가 근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다른 직장을 찾거나 못다 한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법은 정주여건 조기 조성

퇴사의사를 밝힌 이전기관 종사자 208명은 전체의 8.3%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이라는 점이다.
한 이전기관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2주간의 교육과 6개월 정도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들의 잇단 퇴사로 내년 상반기 업무에 지장이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 문화 등 서울에 집중된 인프라를 능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들의 오송 기피 성향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신도시 수준의 높은 정주여건을 조성하는 등 오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국내외 유수의 교육과 의료기관 유치, 오송역세권 조성을 통한 상업·문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6개 기관이 이전하는 만큼 당사자들의 불만과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이전 초기의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무환경은 물론 정주여건을 얼마나 빨리 잘 조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직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오송에 정착케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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