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서울 49분 반나절 생활권 ‘탈 충북 역효과’ 우려
보건산업진흥원 시작 연내 6개 기관 2500명 이전 완료

주부 A씨(38·청주시 복대동)는 9년 전 결혼과 함께 청주에서 살기 시작했다. 친정은 물론 친구들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두어 달에 한번쯤 서울 나들이를 하지만 그때 마다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아깝다. 자가용 보다 고속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A씨는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간 탓에 당일 나들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게다가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 때문에 주말을 이용하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주말이라 여유로운 쇼핑도 어렵고 결혼한 친구들을 불러내기도 미안하다. 하지만 11월 1일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A씨의 이런 불편은 상당부분 해소된다. A씨도 벌써부터 11월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 11월 고속철도 오송역 개통으로 서울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가까워졌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만큼 원정 쇼핑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다.
‘오전 8시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아침식사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한다. 느긋하게 씻고 화장을 하더라도 오전 10시 30분에는 집을 나설 수 있다. 오송역 까지 시내버스로 넉넉히 20분. 미리 예매한 11시 35분 출발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12시 19분이다. 12시 30분에 약속한 친구와 점심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강남에서 쇼핑하고 서울역으로 돌아와 4시 출발 KTX를 이용해 4시 46분 오송역에 도착한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5시 30분. 저녁식사 준비에 전혀 지장이 없는 시간이다.’

실제 A씨가 오는 3일 서울에 있는 친구와 약속한 일정이다. KTX와 시내버스, 지하철 요금을 합쳐도 이날 A씨가 지출한 교통비는 4만원 미만. KTX 요금이 고속버스 보다 두 배 쯤 비싸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KTX 주중 42회·주말 47회 정차

서울 48분, 4~5시간 걸리던 부산은 1시간 48분, 목포도 2시간 32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서울은 반나절, KTX가 닿는 곳이면 전국 어디라도 1일 생활권에 들어온 것이다.

오송역에서 KTX를 이용하기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주중 42회, 주말에는 47회 열차가 정차해 열차가 없어 발을 구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경부상행선의 경우 아침 6시 39분 첫차부터 밤 10시 50분까지, 경부하행선은 아침 7시 29분에서 다음날 새벽 0시20분까지 운행한다.

청주에서 오송역을 잇는 대중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시내버스가 하루 150회 운행되고 있으며 오송역이 개통되는 11월부터 셔틀버스가 하루 28회 청주 가경터미널을 오간다. 청주에서 오송을 거쳐 서울남부터미널을 잇는 시외버스도 하루 11회 운행되며 대전과 오송, 오창, 청주공항을 잇는 시외노선도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연계도로도 건설되고 있다. 오송역과 세종시를 잇는 연결도로 9.4㎞가 내년이면 완공된다. 이 도로는 BRT도로로 건설돼 대중교통 이용이 더욱 편리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오송 연결도로 건설사업도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비록 내년 정부예산에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지만 이 도로가 건설될 경우 청주에서 승용차로 10분 이내에 오송에 닿을 수 있게 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오송역~세종시간 BRT도로와 함께 오송~청주 연결도로도 6차로로 확장 되며 장기적으로 계룡~대전~오송~청주공항간을 연결하는 충청권광역철도망을 국가계획에 반영시켜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연계 철도망과 시외버스 등을 이용한 접근성이 개선돼 수도권 남부권, 강원도 서·남부권, 경북·전북 북부권과 충청권 등의 1200만명이 이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BRT도로란?

우리말로 풀이하면 간선급행버스(Bus Rapid Transi)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급행으로 버스를 운행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BRT 시스템은 버스 운행에 자동요금징수, 적은 정류장수, 지하철 수준의 정류장 등 철도시스템을 도입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이다. 대도시와 인근도시를 연결하는 주요도로에 BRT시스템을 적용하면 전용차로를 주행하는 급행버스는 일반버스의 주행속도 보다 2배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 BRT도로는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하철 못지 않게 운행 시간이 정확하고 이용이 편리한 첨단 버스 운용체계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40여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오송 ‘탈 충북의 관문’ 될 수도…
대도시로 지역경제 흡수될 가능성 우려

KTX 개통과 6대 국책기관 이전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그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오송을 통해 지역경제가 서울 등 대도시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쇼핑과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남서 쇼핑하고 친구 만나기’나 ‘퇴근 후 예술의전당서 공연보기’ 등이 가능해 지면서 탈 충북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 뿐 아니라 가까운 대전이나 천안, 세종시와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송역~세종시 연결도로가 내년에 개통되고 대전, 천안과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쇼핑이나 문화컨텐츠가 상대적으로 약한 청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실제 총연장 3.7㎞에 불과한 오송~청주 연결도로 확장 사업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2007년부터 진행됐지만 1321억원의 사업비중 지금까지 24억원 만이 집행됐을 뿐이다. 더욱이 내년 정부 예산에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채 2017년 이후에나 사업을 검토키로 하는 등 당초 계획의 추진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중교통망 확충에 따라 청주권 주민들의 오송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오송을 통해 청주를 찾는 외지 방문객의 편의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천안아산의 경우 수도권전철 개통으로 관광객이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온천이라는 경쟁력 있는 자원이 있어 가능했다. 또 천안은 이미 수도권에 포함되면서 쇼핑이나 문화 등의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청주는 대전에 미치지 못하고 천안에도 밀리는 모양새다. KTX 개통으로 인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대전지역 백화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서울에 까지 원정쇼핑에 나서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KTX 개통이 지역 토종 상권에는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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