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정국, 총체적 정치불신에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
인지도 못지않게 정치적 신념 부각 “관건”

정치신인들에게 때이른 봄이 왔다. 정치 신인과 소장파들에게 요즘은 말그대로 자고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역대 선거 때마다 정치개혁의 목소리는 항상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아예 정치권의 판갈이가 주창되고 있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끝간데없이 불거지는 총체적 정치불신이 이들 '신인'들에게 더 이상 욕심 부릴 수 없는 호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무조건 신인을 뽑겠다'는 유권자도 쉽지않게 목격된다. 지역정가에선 "이래도 당선되지 못한다면 아예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꼬리를 무는 최근의 물갈이 정국에 결국 무풍지대로 인식되던 충북마저 휩싸였다. 불출마를 둘러 싼 한나라당 신경식의원의 파문으로 충북정가에도 본격적인 새 바람이 일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치신인과 소장파들은 확실하게 탄력을 받았다. 이참에 아예 당선권까지 진입하겠다며 욕심을 내는 신인들도 많아졌다. 대표적 인물이 청주의 윤의권(47. 한) 김관수(40. 우) 윤성희(35. 노) 유행렬(40. 우) 박영호(40. 우) 송태영(44. 한) 김준환(47. 한) 최현호(47. 자) 배창호(44. 노) 박만순(38. 노)과 충주 정기영(47. 우) 성수희(40. 우) 맹정섭(45. 우), 제천단양 정찬수(46. 한), 청원 김기영(43. 민) 채자영(44. 무), 보은옥천영동 김서용씨(41. 우) 등이다.

지금은 신인들의 전성시대
이들 신인 및 소장파들은 지난 대선을 계기로 총선에 대거 뛰어 들었지만 그동안 대세의 흐름을 타지 못한 게 사실이다. 현역의원이나 기성 정치인에 비해 인지도 및 지명도에 있어 절대적 열세인 이들은 그동안 자신을 알리는데 안간힘을 써 왔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한계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의 물갈이 정국은 졸지에 이들에게 결정적 활로를 제공하는 셈이다. 지역에 따라선 자체 여론조사에서 신인들이 현역의원을 치받거나 제치는 경우도 나타나는 추세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대선자금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결국 현역의원이나 기성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신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아마 점차 구체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최근의 이런 분위기는 이들 정치 신인들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한다. 청주 흥덕 갑의 경우가 그렇다. 현역인 한나라당 윤경식의원에 맞서 열린우리당에서 박영호와 유행렬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그동안 계속 외부인사 영입설에 시달렸던 것. 그러나 당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경쟁을 벌이는 박-유가 물갈이 정국에 힘입은 여론 덕에 상황이 호전되자 외부인사 영입보다는 두 사람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똑같이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노무현캠프에서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치력이나 참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인지도가 상대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는게 약점이었는데 지금의 물갈이 정국이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 것이다. 오히려 깨끗한 신인이라는 점이 유권자들에게 더 먹히고 있다. 당에서 전략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외부인사가 영입되더라도 어차피 낙하산 공천은 어렵게 됐다. 이들과 경선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실 충북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유행렬 박영호만한 경쟁구도가 어디 있는가. 이건 우리당의 입장에선 충분히 활용할만한 '상품'이다"고 말했다. 각각 홍재형의원과 이용희 전의원에 맞서 세대교체의 의지를 곧추세우는 김관수(청주 상당) 김서용씨(보은옥천영동)의 패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기영 김기영 '양 기영'의 성공신화 이룰까?
충주에서 같은 우리당인 정기영 맹정섭 성수희씨가 공동사무실을 운영하며 연대세력을 이루고 있는 것도 정치신인들의 도약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들의 공동전선 구축은 한나라당에서 옮겨 온 김호복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 입당여부를 놓고 계속 입질을 해대는 이시종전충주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지만 기성 정치에서 경험하지 못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과정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특히 92년 96년 연거푸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후 지난 대선을 계기로 참여정부에서 활동하며 이미지와 정치적 업그레이드를 꾀한 정기영씨의 인생역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청원 김기영씨(민주)는 15, 16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지만 소위 선거 때마다 왔다갔다하지 않은 소신파라는 강점이 지금의 정치개혁 정국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이미 조직책으로 결정돼 후보가 확정적인 그의 지지자들도 그를 겉과 속이 똑같은 '토마토'같은 정치인으로 홍보하며 이번엔 반드시 여의도에 진출시키겠다는 전의를 다지고 있다. 도내 공조직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에서 아직도 후보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민주당이지만 김기영씨는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도내 한나라당에 40대 깃발을 올린 윤의권(청주 상당) 송태영(청주 흥덕 을) 김준환(청주 흥덕을) 정찬수씨(제천 단양)와 단기필마로 선거전에 임하고 있는 자민련 최현호(청주 흥덕)씨와 무소속 채자영씨(청원) 역시 최근의 불출마 도미노와 물갈이 정국에 반사이익을 얻는 추세다.

국내 정당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당운영을 보이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도약이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도 큰 관심사다. 정치의 원칙을 중시한다면 지금같은 정치불신 상황에서 당연히 민노당 후보들이 떠야 정상이다.

실제로 이미 청주권의 민노당 후보로 확정된 배창호(청주 흥덕 갑) 박만순(청주 흥덕 을) 윤성희씨(청주 상당)의 선전 여부가 주목되는데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과 대립각을 세워 온 민노총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어떤 표심으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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