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장·교통연구원장 선임 당 의중과 달라
측근 “고려할 요소 많았을 뿐, 정치적 배경 없다”

▲ 송옥순 공동모금회장의 선출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 “이 지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에 우호적이거나 중립적 인사보다는 한나라당 성향의 인사를 중용했다는 것이다. 사진은 송옥순 회장.
“정권이 바뀐 게 맞나? 판을 바꿔야 하는데 진짜 좋은 사람들을 왜 못 뽑는지 모르겠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충북을 석권해 온 민주당이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사실상 지방권력까지 장악했음에도 선거 이후 교통연구원장, 공동모금회장 등에 당이 미는 인사가 자리를 꿰차지 못한 것에 대한 볼멘소리다.

민선 5기에 이르는 동안 첫 충북도지사를 배출한 터라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권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비정치성을 띤 단체장 자리까지 정치적 배려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찌 됐든 지역에서 이 같은 코드논쟁이 불붙는 것은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정부 산하 기관 및 각종 위원회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붐이 일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권력자가 결정권 또는 영향력을 쥔 자리는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이 중앙에서부터 보편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당원 A씨 “신문 보고 결과 알아”

충청북도공동모금회는 지난 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제7대 회장에 송옥순 전 새마을운동중앙회 충북지부 회장을 선출했다. 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14조에 따라 송씨를 차기 지회장 내정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신임 송 회장은 다음달 13일부터 3년 동안 모금회를 이끌게 된다. 모금회는 중앙회장의 임명이 결정되면 다음달 안으로 취임식을 열 계획이다. 신임 송 회장은 민선1기 충청북도의회 의원, 대한적십자사 충청북도지사 부회장, 충청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2기 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경력 면에서는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송 회장의 정치적 성향이다. 1995년 도의회가 부활되면서 한나라당과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이후에도 충청북도 새마을부녀회장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한나라당 성향의 활동을 해왔다. 따라서 전임 정우택 지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민주당 관계자 A씨는 “물론 송 회장이 공동모금회 부회장을 지냈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경력은 인정한다. 문제는 모금회장 정도를 선출하는 것이라면 당내에서도 하마평은 오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기습적이었다. 신문에 난 걸 보고야 알았다. 운영위에서 뽑는다지만 사실상 도지사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다는 건 다 아는 얘기다. 당 주변에도 좋은 사람이 많은데….”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지역시민운동의 대부격인 C·D목사 2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분들이 한다고 나섰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경험이나 지위, 능력 등에서 뒤지지 않는다. C목사는 헌법기관의 전국 부의장까지 지냈다. 보다 중립적인 인사 가운데 충북대 총장을 지낸 E씨도 있다. E 전 총장은 좌우논쟁에 휘말릴 인물도 아닌데 지사가 당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결정한 것은 솔직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원 B씨 “권력 쥐고도 못 바꾸냐” 

지난달 30일 충북교통연구원장에 최현태 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이 선임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충북교통연구원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최 이사장을 연구원장 후보로 선출했다. 최 원장은 청주개인택시통합2지부 3,4대 지부장, 청주개인택시 LPG충전소 1~3대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충북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3선 이사장이다.

A씨는 “최 원장이 선거 때 이 지사를 도와줬다지만 보훈인사를 할 정도는 아니다. 대안인물로 당에서 오래 활동해온 F씨가 있는데 역시 당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F씨는 “당원들의 뜻은 잘 알지만 원장 선출구조를 몰라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어차피 이사들이 추천해서 도지사가 승인하는 자리고 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지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그렇게 쉽게 분석할 일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백상진 대외협력관도 “나도 과정을 잘 몰랐다. 그러나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았던 것 같다. 일종의 탕평책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백 협력관은 “지사도 나름대로 당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겠냐. 공동모금회장은 명예직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돈을 쓰는 자리다. 자리의 성격을 봐서 송 회장이 된 것이지 정치적 고려가 컸던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 B씨는 보다 원초적인 지적을 했다. “선출직이다 보니 이쪽 사람들을 작게 보는 것이 문제다. 표와 결부해 생각하니 기회가 와도 못 시킨다. 그러나 권력이 있을 때 바꾸지 못하면 결국 바꾸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핵심참모 남기창&주재선만 남았다
선대위원장·총괄본부장 맡고도 “부담주지 않겠다”

▲ 남기창
▲ 주재선
이시종 지사의 선거참모 가운데 대부분이 갈 길을 찾아갔지만 공교롭게도 거물급 2명이 남았다. 홍재형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와 총괄본부장직을 수행한 주재선 전 전문건설협회 사무처장이다.

남 전 교수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22번을 받으며 당에 들어온 영입케이스다. 지방선거공천심사위 부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물이 크게 들지 않은 이미지를 지켜오며 당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적십자 충북지사 회장으로 거론됐지만 현 회장의 임기가 2년 남아있고 지사가 바뀌었다고 적십자 회장을 교체한 사례도 없다.

남 전 교수는 “지난 선거 때는 좋은 사람들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일했던 것이다. 적십자 회장 자리는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낼 뿐이다. 나도 민망할 정도로 거취를 물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주재선 전 처장은 선거 전후 충북개발공사 사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작 12명이나 덤벼든 공모에 서류조차 내지 않았다. 주 전 처장은 “지사 당선자에게 인사 부담을 안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향후 거취를 더욱 큰 관심사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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