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윤시윤을 비롯해 주연급 배우와 작가, 감독 등 8명이 무더기로 명예충북도민이 됐다. 탁구 윤시윤과 미순 이영아는 졸지에 명예홍보대사도 겸하게 됐다. 충북도는 19일 이들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했다. 국내에서는 종영이 됐지만 앞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방영되는 점을 고려해 김탁구를 활용한 관광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겠다는 것이 충북도의 계산이다.

명예도민은 말 그대로 순수하게 명예만 주어지는 것일 뿐 이에 따른 별다른 특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충북도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청되거나 유료행사에 할인혜택을 주기도 하고 연말에는 도지사 명의의 연하장이 발송되기도 한다지만 이를 특별한 대우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 이들을 명예도민으로 만들어서 득을 보는 것은 충북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명예도민제도는 언제 생겨났고 그동안 어떤 사람들이 명예도민이 됐을까? 명예충북도민 1호는 1977년에 탄생했다. 유신이 말기로 치닫던 때다. 막걸리보안법이라고도 불리던 ‘긴급조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시대상을 반영한 듯 중앙정보부 충북지부장을 역임했던 이 모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1930년생인 이씨의 생사여부는 충북도 관계자도 모른다.

명예도민 1호는 77년 중앙정보부 간부

1990년대 들어 뜸했던 명예도민 지정은 2002년 이원종 지사에 의해 사실상 부활됐다. 사람 추켜세우기를 좋아하던 이 지사의 성품이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오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정원식 전 총리가 부활 1호였다. 정 전 총리의 고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황해도인데 “이제야 새 고향이 생겼다”며 흡족해했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노화욱 전 정무부지사도 하이닉스 전무 시절 명예충북도민이 됐고 기독교방송 청주본부장을 계기로 청주와 인연을 튼 이정식 전 기독교방송 사장도 명예도민이다. 이 전 사장은 청주 모 교회에서 장로가 됐고 지금은 청주대에 출강한다.

행정안전부로 자리를 옮긴 박경배 전 행정부지사, 경찰청 제2차장이 된 박기륜 전 충북지방경찰청장도 명예도민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법원장, 검사장, 군부대장 등 충북을 거친 타지인 가운데 충북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분들이 명예도민이 된다”고 귀띔했다. 지역을 떠나더라도 충북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주문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명예도민 중에는 이방인도 있다. 2005년 충북도가 장애인체전을 치르면서 필크래번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위원장을 명예도민으로 위촉한 것이다. 이렇게 명예충북도민이 된 사람은 2002년 이후에만 60여명에 이른다.

명예충북도민들 모두 안녕하신가요?

이쯤 되면 명예도민의 실체에 대해 대략 이해가 될 것이다. 예측했겠지만 별다른 특전이 없는 만큼 명예도민을 선정하기 위한 특별한 기준도 없다. 도지사나 실·국·본부장이 추천을 하고 도정조정위원회를 거쳐 대상을 확정한다. 

탤런트가 명예도민이 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모아진 만큼 이참에 명예충북도민의 면면을 공개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근황도 궁금하다. 기꺼이 충북도민이 되는 명예를 허(許)한 만큼 충북도민들의 응원을 받는 것이 그들에게도 보람이 될 것이다. 더불어 충북도민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효과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사람은 늘 변화하는 존재인지라 혹여나 불명예스럽게 된 인물, 제2의 고향인 충북을 저버린 인물이 눈에 띄지 않을까 두렵기는 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