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네트웍스, 인수대금 120억원에 투자계약서 체결
100% 고용승계 약속, 당분간 백화점 형태 유지 전망

▲ 12년간 법정관리 속에 운영됐던 흥업백화점이 지난 15일 LS네트웍스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향토백화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편 성안길 상권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 시한을 1년여 앞두고 새 주인 찾기에 몰두했던 흥업백화점이 LS네트웍스에 인수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S네트웍스가 15일 인수금액 120억원과 100%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흥업백화점 측이 밝혔다.

1990년 순수한 향토자본으로 설립된 흥업백화점은 이로써 20년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또한 LS네트웍스의 인수는 지역 유통계에 새로운 변화와 함께 성안길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정상화 박차, 독자회생 역부족
흥업백화점은 1990년 지역 대부업계의 큰손이던 박태순 전 흥업상호신용금고 회장에 의해 세워졌다. 흥업백화점은 향토백화점이라는 기대 속에 개점 1년만에 먼저 문을 연 진로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하며, 평당 매출 전국 최고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초기 투자로 부채 규모가 커지며 자금난을 겪었고, 1995년 8월 결국 부도를 맞고 말았다. 백화점의 부도는 이후 흥업상호신용금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외환위기 때 금고마저 문을 닫았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유통업 최초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흥업백화점은 법정관리 종료 전까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재투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이들의 노력은 채권단의 마음까지도 돌려놓았고, 지난 2007년 법정관리 5년 연장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부채를 모두 갚고 법정관리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롯데영플라자의 등장에도 고객층을 차별화하며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4년 100억원 2005년 89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06년 200억원에 이어 2007년에는 3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금까지 3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소폭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매출상승으로 인한 순이익으로는 원금 상환은커녕 이자를 갚는 것도 힘겨웠다. 설립 당시 발생한 부채 150억원은 20년 세월동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월 현재 이자만 330억원에 달하고 총부채는 48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2년간의 법정관리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과시했던 흥업백화점이지만 결국 부채를 털어내고 스스로 일어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대로 법정관리 종료일을 맞으며 청산절차를 밟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법원은 지난 2월 M&A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에서 경영 정상화를 통한 부채 상환에 중점을 둔 김명기 법정 관리인을 대신해 M&A 전문가로 불리는 이인선 씨를 법정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취임사에서 올해 안에 M&A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매각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여러 업체로부터 인수의향서 받은 흥업백화점은 지난 8월 1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LS네트웍스를 선정했다.

매각, 지역경제엔 긍정적
흥업백화점 관계자는 “투자계약서를 체결했으니 매각을 위한 9부능선을 지났다고 볼 수 있다”며 “마지막 고비인 채권단의 동의만 거치면 법원의 인가를 받아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계약을 체결한 LS네트웍스는 100% 고용승계 약속했다. 이로써 계약직 근로자를 포함한 45명 전직원의 고용문제가 해결됐다. 또한 LS네트웍스가 백화점을 운영한 적이 없다는 점과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매장 전환 전망도 성안길 로드샵과 대다수 브랜드가 겹친다는 점에서 당장에는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돼 입점 매장과 종사자들도 향후 2~3년간은 고용과 영업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일부 점포는 최근에 인테리어를 했거나 신규입점 한 곳도 있다. 이런 점포들은 상거래법상 2년간 운영이 보장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아직 매각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운영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LS네트웍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성안길 상권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입점으로 인한 쏠림현상을 우려했던 성안길상가번영회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인수한다면 성안길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S네트웍스는 LS그룹이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국제상사를 인수해 세운 기업으로 소비재 유통 전문 기업이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과 미국 브랜드 스케처스, 독일 브랜드 잭-울프스킨 등의 국내 론칭을 통해 종합스포츠브랜드 사업영역을 완성해가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이 밖에도 차량유통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매출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흥업백화점 관계자는 “300곳이 넘는 채권자들이 120억원에 인수를 합의하느냐가 남은 과제다. 채권자 중 상당수는 향토백화점인 흥업백화점이 명맥을 유지하길 바랐던 채권자들이다. 직원들은 물론 지역 여론도 LS네트웍스의 인수가 성안길 상권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동의 절차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채권단은 기다려온 시간만큼 충분한 보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의 단계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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