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행사 축사 자제·하위직원 해장국 대화 ‘신선’ 반응
간부부인 모임도 폐지, 일부선 ‘얼굴 안 비친다’ 부정적

▲ 한범덕 청주시장.
전임 시장들과 비교되는 한범덕 청주시장의 격식을 깨는 조치가 화제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예술·공연·체육행사 등 각종 외부 행사에서 의례적으로 이뤄지던 축사나 인사말을 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직원 조회시 ‘경례’를 없애고 보고체계를 간소화 하는 등 틀에 박힌 형식 파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주 7급 이하 하위직원들을 만나는 이른바 ‘해장국 데이트’와 5급 이상 간부 부인 모임도 사실상 폐지하며 탈 권위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한 시장의 시도에 대해 청주시 공직사회와 주변에서는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형식과 권위를 극복함으로서 소통이 원활해지고 조직의 활력에 도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잇단 행사 참여 요청 거절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서운함을 드러내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장은 ‘형식과 권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서로 발전하고 시민들이 행복해 지는게 중요하다’는 원칙 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손사래 치며 언급을 피했다.

“짜증나는 축사는 하지 않겠다”

가을철을 맞아 각종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지만 청주시장의 축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의례적으로 이뤄지는 축사는 참가자들이 원치 않고 행사 진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사코 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모 단체는 걷기대회를 개최하면서 한 시장의 축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한 시장은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르는 대신 수행원들을 물리고 참가자들 속에 섞여 행사에 참여했다. 한 시장은 또 한 언론사가 주최한 야간행사에도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시 관계자는 “자연인의 신분으로 행사장을 찾으며 가졌던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줄줄이 이어지는 단체장과 기관장들의 축사와 인사말에 참가자들이 짜증을 내고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라고 전했다.
형식과 권위를 싫어하는 한 시장의 성격도 한 몫하고 있다. 외부 행사 축사 참여 자제 뿐 아니라 직원조회 형식 개선, 보고체계 간소화 등 청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매월 실시하는 전 직원 조회는 ‘차렷, 경례’라는 구령에 맞춰 시장에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한 시장은 이를 지나친 격식이라며 취임과 함께 없애 버렸다. 업무보고 또한 사안에 따라 온라인과 구두보고로 다원화 해 직원들의 부담을 크게 낮췄다.

7급 공무원 A씨는 “‘차렷, 경례’ 구령을 들으면 학창시절 애국조회가 떠올라 쓴웃음을 짓곤 했다. 별 일 아니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사소한 것이 전체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6급 공무원 B씨는 “결재서류 외에 각종 업무보고를 위한 서류 작성에 적잖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사실이다. 이중 상당부분을 간단한 온라인과 구두보고로 대체함으로서 다른 업무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치맛바람은 이제 그만”

“시장 사모님에 대한 말은 간부 부인들의 입에서 전해진다. 모 전임 시장 사모는 권위적이고 간부 부인들을 부하직원 대하듯이 하더라, 또 누구는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더라는 등의 얘기 대부분이 간부부인 모임을 통해 소문이 난다. 사모님에 대한 간부직원 부인들의 평가는 두고두고 정설로 남게 마련이다. 공무원 조직의 상하관계가 부인모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당연하다.” 한 퇴직 공무원의 말이다.

간부직원부인 모임은 일반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시 총무과에서 관리할 정도로 공식화 돼 왔다. 시장 부인을 중심으로 과장급인 사무관(5급) 이상 직원 부인들이 봉사활동 등을 위해 만나왔던 것.

하지만 한 시장은 이 또한 취임 이후 한번도 열지 않은 채 사실상 폐지했다.
한 관계자는 “간부부인 모임에 대해 (시장이)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취임 이후 단 한차례도 모임을 가진 적이 없을 뿐이다. 오래도록 공직에 몸담은 한 시장이 간부부인 모임을 모를 리 있겠는가. 본인 임기중에는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의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7급 이하 하위직원들과는 매주 해장국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작위로 7명씩을 선정해 간부들의 배석 없이 관심이 높은 인사 문제 등을 비롯해 사무실 불편사항 개선 요구 등 직원 복지, 개인적인 공직생활의 어려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것.

해장국 대화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농담을 건네는 등 권위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다.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며 야근시 개인스탠드만 사용하도록 한 것은 불편하다는 건의가 실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수·경직된 공직문화 개선 효과는?
전임 시장들과 정반대 일단 환영

한범덕 시장의 형식과 권위를 깨려는 노력에 대해 청주시 내부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고체계를 간소화하고 직원 조회시 ‘차렷, 경례’를 없앤 것 등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경직된 공직사회 문화를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갸우뚱한 반응이다. 아직까지는 시장 개인의 성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외부행사 축사 거절과 같이 서운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직원은 “외부 행사는 물론 주민자치센터 차원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의전 최소화를 지시해 업무는 줄었지만 시장이 주민들을 무시한다는 등 이해 못하는 주민들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시장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진 격식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일부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이 연단에 올라가 얼굴을 비추고 축사를 해야 행사가 잘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게 시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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