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 김제동 사회·정태춘&박은옥 공연 등 열려
청소년 대상 역사퀴즈대회 수상자 등 ‘중국유적’ 답사

신채호 탄생 130주년…15회 단재문화예술제전

▲ 지난해 열렸던 단재역사퀴즈대회 광경.
항일투사이자 역사학자, 언론인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단재 신채호 선생의 탄신 13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제15회 단재문화예술제전이 서원대학교 야외음악당과 청주예술의전당 등에서 대대적으로 열린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0월23일에 열리는 개막식과 단재 역사퀴즈대회, 기념공연 등이다. 첫 행사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퀴즈대회로, 개막식 장소인 서원대 야외음악당에서 이른바 ‘도전골든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후 1시30분부터 신청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OX문제’로 100명을 추린 뒤 화이트보드에 정답을 적는 방식으로 퀴즈를 진행하는 것. 진행의 묘미를 더하기 위해 결선 진출자 10명에게 10문제를 출제해 다수 정답자 순으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것 중에 하나는 참가대상이 만 19세 이하 청소년으로 한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단재정신을 알리고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단재상 150만원, 민족상 100만원, 통일상 50만원 등 파격적인 상금과 함께 상위 2명에게는 단재선생의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를 돌아보는 답사여행권을 부상으로 수여한다. 퀴즈대회는 올해부터 충청리뷰가 주관한다.

3시간여에 걸친 퀴즈대회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MC 김제동의 사회로 개막식이 열린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당시 도종환 시인과 함께 노제를 진행한 인연으로 행사진행을 맡게 됐다. 도 시인은 문화제전 추진위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이다. 

▲ 정태춘&박은옥

▲ 김제동

올해도 축사 대신 단재 시낭송

개막식의 백미는 지역의 저명인사들이 단재 선생이 쓴 시를 낭독하는 순서다. 단재문화제전 개막식은 시낭송으로 단체장 등의 축사를 대신해왔다. 낭송자의 복장도 두루마기 차림을 갖춰야한다. 퀴즈대회와 글짓기 대회 시상식도 개막식과 함께 진행한다.

단재문화제전 개막식은 인디밴드의 공연으로 펼쳐지는 2부 공연으로 인해 해마다 관심을 더해왔다. 2007년 크라잉넛을 시작으로 2008년 노브레인, 2009년 장기하와 얼굴들 등이 개막식 무대를 빛냈다. 기성사회의 낡은 질서를 향한 울분과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디밴드의 저항정신이 청년단재의 꼿꼿한 정신과 닮아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공연은 콘셉트를 달리해 부부가수 정태춘, 박은옥이 마이크를 잡는다. 지난해 30주년 공연을 가진 두 사람은 데뷔 초 ‘떠나가는 배’ ‘사랑하는 이에게’ 등 서정성이 짙은 노래로 다가섰으나 1980년 대 중반 이후에는 사회성이 강한 노래로 민중가요의 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아, 대한민국’ ‘일어나라 열사여’ ‘떠나는 자들의 서울’ 등은 음유시인과 같은 창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분명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 대표곡들이다. 이들과 함께 인디밴드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팀인 카피머신도 개막식 무대를 함께 빛낼 예정이다.

공연을 기획한 김성운 집행위원은 “정태춘의 노래는 서정성이 강한 선율과 달리 민중의 현실을 다룬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인데, 이는 굽힘이 없었던 단재정신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중국답사 오랜 준비 끝 성사

11월11일 오후 3시에는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학술토론회가 열린다. 올해의 토론회 주제는 ‘단재와 시(詩)’다. 단재 탄신일인 12월8일에 맞춰 열리는 단재동상 헌화와 마을잔치 등은 동상이 있는 예술의전당광장과 선생의 고향인 낭성면 귀래리에서 열리는 연례행사다.

올해 제전에서는 추진위가 숙원사업으로 꿈꿔왔던 ‘청소년과 함께하는 중국 내 단재유적답사’가 오랜 준비 끝에 성사된다. 12월17일부터 23일까지 6박7일의 일정으로 지안현의 고구려 유적과 백두산, 뤼순, 베이징 등 선생의 발자취가 어린 중국의 유적지들을 돌아보는 행사를 갖는 것이다. 유적답사에는 퀴즈대회와 글짓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6명을 비롯해 소년소녀가장 10명, 희망참가자 10여명 등 30명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단재는 1910년 신민회의 결정에 따라 중국 칭다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길에 오른 뒤 옛 고구려 땅 답사 이후 대고구려사상을 갖게 됐으며, 베이징 등지에서 민족혼을 일깨우는 각종 저술활동을 벌였다. 또 1928년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무정부주의 동방연맹 위폐사건을 주도했다가 대만 지룽항에서 체포돼 뤼순감옥에 수감됐으며, 1936년  순국했다.

추진위는 유적답사코스를 확정하기 위해 2009년 1월4일부터 9일까지 현지를 답사했으며 ‘칭포우(靑袍)를 입은 베이징의 단재’라는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2009년 답사를 이끌었던 허원 공동대표(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리더십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나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조국과 민족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단재선생이 대고구려 사상을 갖게 만든 고구려 유적과 고난을 딛고 집필활동을 했던 베이징의 유적들을 돌아보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단재의 발자취 따라 지안에서 베이징까지

▲ 2009년 사전답사 시 단재가 거주했던 진스팡지를 찾은 허원(좌) 대표와 현지 노인
단재는 1914년 대종교 종사 윤세복의 초청으로 봉천성 환인현에 1년 동안 머물며 고구려 유적을 돌아봤는데 “한 번 본 지안(集安)이 김부식의 고구려본기를 만 번 읽는 것보다 낫다”고 표현했을 정도이니 그 감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미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단재는 이후 베이징으로 돌아가 1920년대 중반까지 연구와 저술을 일단락 한다. 

유적답사도 단재가 옥사한 뤼순감옥과 백두산, 지안의 고구려 유적, 베이징의 거주지 등을 돌아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중국의 국가급 여유경구(旅遊景區)로 지정된 고구려 유적은 환도산성과 국내성, 광개토왕비, 장수왕릉 등이다.

베이징의 발자취는 선생이 탄압을 피하기 위해 거주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데다 급속한 도심개발로 후통(胡同·골목이라는 뜻의 몽골어음을 빌려 쓴 단어)들이 파괴되고 있어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답사를 통해 단재선생이 베이징에 처음 도착해 자리를 잡았던 진스팡지에(錦什坊街), 박자혜 여사와 신혼의 단꿈에 젖어 2년을 보냈으며 천고(天鼓)의 집필지인 챠오떠우후통(炒豆胡同), 부인과 아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빈한한 세월을 보냈던 따헤이후후통(大黑虎胡同) 등을 찾아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