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자치행정부장

이해인 수녀는 신년시에서 “아직 하던 일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불쑥 들어서는 손님처럼 다시 찾아온 새 해”라고 썼다. 그렇다. 새 해는 그렇게 찾아왔다. 아직 ‘손님’을 맞을 준비도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일어선 자세로 2004년을 맞이했다. 그래서 다급하게 소원을 빌고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분명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다르지 않을진대 사람들은 12월 31일과 1월 1일을 구분지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런 날을 계기로 우리는 아픔과 상처와 절망을 묵은 해에 실려보내고 희망과 출발과 발전과 변화만 생각하자고 다짐한다.

따라서 어쩌면 이런 시간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못 그려진 도화지 대신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새 종이를 받아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한 해 열심히 뛰자는 각오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도 1월 1월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 해가 밝은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도 바짝 다가왔다. 2004년은 무엇보다 충북에 변화와 발전이 예고돼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아래 서울 이외 지역은 모두 지방에 속했고, 그 중 충북은 제주 다음으로 도세가 약한 지역으로 꼽혀 왔다. 그러다보니 충북은 이래저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등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과 경부고속철 오송 기점역 설치 확정으로 2004년을 맞은 충북인들의 기대와 희망은 남다르다. 아니 남달라야 한다. 이제까지의 후진성을 벗어던지고 대한민국의 핵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청주시가 특정시로 승격한다는 사실도 기분좋은 뉴스임에 틀림없다.

올 해 총선을 맞아 지역 정치계도 물갈이가 됐으면 좋겠다.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은 가고 참신한 인물들이 정치판을 메운다면 기대해볼만 할까 그렇지 않으면 보나마나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늘어나야 한다. 단순히 여성을 뽑자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정치판을 바꾸자는 의미에서 여성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목소리다. 다행히 서울에서는 신선한 여성들이 자의반, 타의반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점에서 충북의 여성계도 나서야 하지만, 아직은 ‘먼 산 바라보기’다. 여성의 삶을 바꾸고 지위향상을 하는 데는 뜻있는 여성의원 한 명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 있듯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동안 충북인들의 나쁜 성격이라고 내려오는 남을 칭찬할 줄 모르는 풍토, 정정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욕하는 습관, 적극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자세도 더 이상 충북과 결부되지 않기를 바란다. 남의 험담을 밤새워 이야기하고, 뒤에 모여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모습은 이제 가라. 느리고 시켜야 하는 자세도 가라. 그 대신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고, 좋은 점을 칭찬해주며, 앞에서 떳떳하게 비판하는 충북인의 상을 정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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