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6전6승에 빛나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찍기도 제대로 찍었다.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대표에 당선된 가운데 충북에서 확실하게 손(孫)을 들어준 거물급(현역의원 및 단체장)은 이 지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사는 ‘손학규를 밀고 있다’고 드러내놓고 말한 적도 없다. 다만 손학규 계보로 일찌감치 분류됐고 본인 입으로 이를 공식 부인한 적이 없을 따름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기반은 충주시장 3선(관선 포함 4회), 국회 재선의 신화를 이룬 충주다. 7.28 국회의원 보선에서 정기영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후 정동영 계인 박상규 지역위원장이 선출됐지만 ‘충주 대의원들은 이 지사의 의중을 따랐을 것’이라는 보도가 또한 이 지사의 입지를 거들었다.

그렇다면 이 지사는 왜 무조건 손학규 사람이 됐을까? 두 사람은 1947년 동갑내기지만 서울대학교 정치학교 선·후배(손 65학번·이 67학번) 사이다. 생각해 보니 손 대표만 한나라당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이 지사도 한나라당 충주시장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손학규 이시종’이라는 검색어로 포털사이트를 뒤져보니 8개월 전 모 인터넷신문 보도에 “지난 2월11일 6.2지방선거 충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이시종 민주당 의원은 23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출마 권유가 있었고 나는 그 명에 따랐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당시 이시종 예비후보가 한 얘기다.

‘親孫’임에도 손학규라 말하지 못하고…

충북에는 이 지사와 함께 또다른 ‘친(親)손’이 있었으나 전당대회 선관위원이기도 한 그는 공개적으로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결과론으로 보면 손학규의 당선을 의심했던 것 같다. 손학규 대표의 2007년 대선조직인 선진평화연대를 기반으로 지역구를 관리해온 오제세(청주 흥덕갑) 의원이다.

오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1인2표니까 1,2등할 사람 찍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며 정치 유단자다운 발언으로 즉답을 피해갔는데…. “(우리 대의원 중에) 손학규를 미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는 보충설명에 비춰볼 때 손학규가 1등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지난 대선 당내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를 밀었지만 부의장 당선 과정에서는 정세균 후보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홍재형(청주 상당) 부의장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중립을 선언했다.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을 비롯한 나머지 현역의원 3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친 정세균 계보로 분류됐다. 사실 전당대회 빅3가 절대 강자 없이 20% 안팎의 표심을 나눠가진 것을 고려할 때 화합으로 이끌어낼 책임은 손학규 대표에게 있다. 충북의 정치인이나 당원들이 몸 달 것은 없다는 얘기다.

‘교사 이시종’은 교육감 선거에 나섰을까?

어찌 됐던 이시종 지사는 관운도 타고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날고 긴다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던가! 이 지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충주가 고향인데 굳이 청주고를 지원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이 지사의 친구(청주고 동문)이자 현재 충주가 지역구인 윤진식 의원은 “당시엔 충주고보다 청주고가 명문고였다”고 대답했다. 조금이라도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를 택했다는 얘기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사범학교(師範學校·초등학교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두었던 고등학교 정도의 학교)에 가려고 청주로 나왔는데 전형시기를 놓쳐 청주고에 진학했다”고 답변했다. 애초의 의도대로 됐다면 이 지사는 초등교원이 됐을 것이다. 도지사와 초등교원의 가치를 견주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교사 이시종’에게도 정치인의 피가 끓어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을지는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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