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는 구간 1.3km 출근시간 30분만 ‘엉금엉금’
금천현대→도청까지 AM8:00發 3분, 8:30發 8분

용암2지구가 조성되면서 시내로 진출하는 명암로가 막히는 건 분명하다. 명암로는 명암저수지에서 구법원 4거리로 진출하는 도로를 말한다. 2차선인 명암로는 현재 구법원 사거리에 도청방향으로 우회전 전용차선을 확보했고 탑·대성동사무소 입구 이화아파트까지 4차선 확장공사 중에 있다.

▲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와 8시30분 각각 금천현대에서 도청까지 주행실험을 한 결과 각각 3분과 8분이 소요됐다. 사진은 8시30분 실험 결과. / 사진=육성준 기자
그러나 출근시간에는 한꺼번에 쏟아져내려오는 차량 때문에 하릴없이 병목현상을 빚는다. 출근시간대 명암로는 용담동 ‘대림e편한세상’ 쪽에서 내려오는 차량과 금천동 쪽에서 ‘보성트윈힐스’를 거쳐 고개를 올라오는 차량이 고갯마루 삼거리에서 뒤엉키면서 정체가 본격화된다.

청주시가 상당공원에서 우암산토성을 절개해 용담·명암·산성동사무소 앞까지 관통도로를 내려는 것도 명암로의 교통수요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 관통도로가 개설되면 차량소통에 숨통이 트일 게 뻔하다.

문제는 명암로의 정체가 출근시간 30여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도로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우암산을 잘라가면서 새 도로를 내는 것은 문화재와 환경이 파괴되는 기회비용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체구간이 구법원 사거리까지 1km가 채 되지 않고 차량도 느릿하게나마 움직이기 때문에 정체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이 소통이 원활한 시간대와 비교해 5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우암산 절개에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생각보다 차량소통 원활

8일 아침 직접 차를 몰고 ‘금천현대’에서 충북도청까지 정체구간을 주행해 봤다. 출근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8시, 고개를 올라가는데 차가 다소 밀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도로는 차량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속 40km 정도로 달려 도청 앞마당에 도착한 시간은 8시3분이었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30분까지 기다리면서 차량의 흐름을 지켜봤다. 차량의 흐름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8시20분을 넘어서면서부터였다.

8시30분에 다시 금천현대를 출발했다. 이번에는 고갯마루까지 올라가기 위해 언덕배기에서 한차례 차를 정차시켜야 했다. 삼거리에서 명암로로 들어서기 위해 약간의 신경전을 벌여야했다. 본격적인 정체는 그때부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구법원 사거리를 빠져나와 도청에 도착한 시간은 8시38분이었다. 통설대로 30분 늦게 출발하면 도청까지 약 5분정도가 지체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명암로는 6월4일부터 확장 중이다. 도로변 건물들을 철거했고 동부배수지도 도로에 편입되는 구간을 깎아냈다. 도로 폭이 4차선 25m로 확장되는 시점은 2011년 6월3일이다. 도로확포장 공사비는 10억922만원이다.

우암산 개착터널 및 도로공사의 총 공사비는 296억원이다. 이 가운데 2006년부터 시작된 토지 및 가옥보상에 이미 170억원이 들어갔다. 공사의 선후를 따지자면 우암산 개착터널이 먼저다. 섣부른 결론을 내리자면 청주시가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 중대한 가치판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이 다가올 수도 있다.

■ 녹색수도 천명 한범덕 청주시장
내 생각으로도 뚫지 않는 게 맞지만…
“구간변경 또는 굴착공법 가능하지 검토 지시”

한범덕 청주시장은 선거 때부터 ‘녹색수도 청주’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 실천방안 가운데 하나가 공급위주의 도로정책을 지양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시장은 이에 따라 “임기 중에 새로운 고가차도나 지하차도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우암산 개착터널이 한 시장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이 더 궁금했다. 한 시장은 “뭐 하러 산을 자르느냐.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개신동 고가차도와 함께 시작하지 않았어야할 대표적인 공사다. 더군다나 공사구간에 우암산토성이 있다는데 문화재관리국에서 근무했던 내가 그냥 밀어붙이겠냐”고 반문했다.

한 시장은 또 “청주는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지위를 가진 천년고도지만 남아있는 유적이 많지 않다”며 “하나라도 있으면 건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한 시장은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문화재관리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충북대에서 받은 행정학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도 ‘한국의 문화재 재난관리에 관한 연구’였다.

한 시장은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구간을 변경해서라도 굴착터널로 공법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 도로과가 굴을 뚫는 공법 대신 산줄기를 자르는 개착공법을 택한 것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암산 통과지점의 지반이 연약해 굴착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시장은 이에 대해 “터널을 만드는 곳이 연약지반이라면 굴을 뚫을 수 있는 지점을 찾거나 지반을 더 낮춰서라도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더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전면 백지화는 불가”

한 시장은 그러나 이제 와서 터널공사를 전면 백지화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미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만큼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시장은 “6.2지방선거 당시 동 주민센터를 순회하면서 이 공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래 명암로 확장보다 이게 먼저였는데 의원들이 눈에 보이는 명암로 확장을 건의해 두 공사가 함께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한 시장은 또 문화재라는 이유로 무조건 선정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한 시장은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이슈가 돼서 얼마든지 가치논쟁을 벌이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문화재를 둘러싼 논쟁은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신중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 시장이 가치논쟁을 선언한 만큼 그동안 공사지점이 후미진 곳에 있고 청주시가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물밑에 있었던 우암산토성 절개논란은 녹색수도 청주의 미래상을 가늠케 만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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