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성 역사·문화적 가치 고려 없이 도시계획
140억원 토지보상 완료, 노선 변경·취소는 불가

청주시가 추진하는 상당공원~명암로간 도로개설은 우암산성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계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과학교육연구원(상당공원 인근)에서 용담·명암·산성동사무소를 연결하는 이 도로 개설공사는 보상비 140억3800만원, 공사비 155억6200만원 등 29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3년 완공된다. 개설되는 도로는 폭 20m, 총연장 1550m에 개착식 터널 130m를 포함해 건설되며 현재 토지 240필지 중 214필지의 보상협의가 끝나고 일부 가옥의 철거가 진행중이다.

▲ 청주시의 상당공원~명암로간 도로개설 공사의 개착 터널공법이 우암산성 훼손이 불가피 하다며 굴착공법 전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개착공법으로 건설된 우암산터널.
도로개설공사에 따른 문화재 지표조사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8일까지 재단법인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이 실시했으며 현재 문화재청의 검토결과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토성을 절개하는 도로개설 공사의 공법으로 이 경우 우암산성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우암산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도로개설을 계획했으며 충청리뷰가 문제점을 지적(646호, 10월 1일자)할 때 까지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로개설 계획에 따라 가장 경제적인 토성 절개와 굴착식이 아닌 개착식 터널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상당산성에 밀린 우암산성

청주시는 매년 예산을 배정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상당산성의 보존과 관리에 애쓰고 있다. 성곽의 형태가 남아 있고 발굴된 유물 등 일찌감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암산성은 홀대 받는다고 할 만큼 관심 밖의 대상에 불과하다. 우선 토성으로 조성된 우암산성이 등산로로 이용되고 일부 개발이 진행되는 등 원형이 상당부분 훼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암산성은 청주읍성과 이어져 주민들의 직접적인 생활공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역사·문화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는 “청주에 터를 닦고 살던 선조들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우암산성이다. 비록 원형이 많이 훼손됐다 하더라도 희미하게 나마 흔적이 남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발굴과 역사·문화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공원~명암로간 도로개설 뿐 아니라 각종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우암산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정 대표는 “용두사지철당간을 중심으로 한 청주읍성 터에 대한 보존과 복원의 필요성도 근래에 와서야 제기됐다.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우암산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우암산성은 세월의 흐름 뿐 아니라 각종 인위적인 개발로 곳곳이 끊기는 등 훼손돼 왔다”고 말했다.

도로개설 미뤄진 게 오히려 다행

상당공원~명암로간 도로개설이 지금껏 미뤄진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우암산성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심각했다.
이 도로가 계획된 것은 34년 전인 1976년이다. 이 도로는 폭 15m로 당시로서는 간선도로에 버금갈 정도로 비중있는 도로로 계획됐었다.

하지만 도로개설은 사업비 등의 문제로 미뤄졌고 2000년 용암2지구가 조성되면서 교통량 분산을 위해 폭 20m로 확장돼 도시계획에 반영됐다.
만일 우암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전에 도로개설 공사가 진행됐다면 토성이 절개될 뻔 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공사도 이미 2005년 시작됐다.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일부 철거가 진행되기 까지도 우암산성의 보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를 계기로 청주지역 문화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발굴, 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라도 우암산성에 대한 보존과 발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상당산성~우암산성~청주읍성을 잇는 역사·문화 벨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청주를 천년고도라고 부르면서도 정작 이에 걸맞는 노력은 하지 못했다. 철당간이나 상당산성 등 눈에 보이는 유적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뿐이다. 청주읍성이나 우암산성 등 세월의 무게에 가려진 역사를 들춰내 천년고도로서의 청주를 새롭게 발굴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170억원이나 써 버렸는데…”
문화재청 검토결과 따라 공법 변경만 가능

우암산성의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고 보존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상당공원~명암로간 도로의 재검토나 노선 변경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총사업비 296억원중 170억원이 이미 집행됐고 노선을 변경할 만한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토성 절개와 개착터널 공법을 굴착공법으로 변경이 검토될 뿐이다.
충북문화재연구원은 이 도로개설 구간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문화재연구원은 보고서에 일부 지역에 대한 유적 분포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성내지역과 성벽구간은 비교적 원지형을 유지하고 있어 시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달았다. 또한 일부 성 밖 지역은 토성과 관련한 외황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고 남쪽 완만한 사면부는 분묘 등의 유구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충북문화재연구원의 지표조사 보고서를 검토해 최종 결과를 이달 중순 청주시에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도로개설이 백지화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우암산성 보존이 결정될 경우 현재의 절개·개착식 공법을 굴착식으로 변경, 추진해 문화재 훼손을 예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보상비 등으로 170여억원이 집행됐고 일부 철거가 진행중인 곳도 지표조사 대상지역이 아닌 곳이기 때문에 노선을 변경하거나 공사자체가 백지화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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