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업체 선정·잡수익 처리, 갈등 요인으로 나타나
대한주택관리사協 “입주자대표회장 월권이 문제”

지난 3월 국토부는 공동주택 관리제도 개선 전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로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아파트 입주민간 갈등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자격에 대한 시비, 각종 공사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업체선정 문제, 잡수익에 대한 처리 등을 지적했다. 도내 아파트 입주민들의 갈등양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태섭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북도회 사무국장은 “법만 제대로 지켜도 분쟁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국장이 이야기하는 것은 역할과 책임의 구분이다. 관리사무소는 입주민의 공동소유인 부대시설과 복리시설의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쾌적한 주거환경 유지·관리비와 사용료 징수와 공과금 납부 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나 입주민·동대표들이 제안한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하고, 관리사무소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일부 갈등을 빚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의 고유권한인 집행까지도 관여하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아파트 자치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취지를 잊은 채 이권사업 등에 개입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자격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아파트가 퇴직 공무원들의 일터로 전락하고 있어 무보수 봉사직의 성격에 맞는 대표 선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입대의 회장, 퇴임 공무원 대다수
김 국장은 “일부 입주자대표회장은 관리사무소와 소장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업체 또는 부하직원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법에 명시한 권한과 책임을 지킨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입주민들이 생업에 밀려 공동주택 관리에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일부 입주민들이 공동주택 관리 조직을 장악해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입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주민자치조직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다. 순환근무로 청주지역 4곳에서 관리소장을 해왔다는 A씨는 “입주자대표회장은 대부분 전직 공무원들이 맡는다. 당연히 직업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약간의 판공비가 나오기는 하지만 무보수 봉사직이라는 점에서 무직자가 입주자대표회장을 맡을 경우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사 진행시 업체선정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발주처가 입찰을 실시할 때 최저가 또는 적정가라는 기준을 두고 있는 반면, 아파트단지 보수공사 등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다는 애매한 기준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국장은 “도내 아파트들도 법 개정 후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관행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우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청주에 한 아파트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입주자대표회장이 직접 계약을 체결해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권한 밖의 행위를 한 것이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또한 본인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위탁관리, 또 다른 무기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의 관계는 법에 명시된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유지돼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속관계의 구조로 운영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위탁관리와 자치관리에 관한 논란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오창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 입주자대표들이 관리소장과 결탁해 입주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관리업체를 변경했다. 또 다른 아파트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해 결국 위탁관리로 전환하기도 했다.

위탁관리는 전문업체가 관리를 대행함으로써 아파트의 노후화를 최소화하고, 전문인력의 효과적 활용과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장점이 나타나기 어렵다.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장의 영향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자치관리의 경우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장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해임사유에 상응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해임할 수 없다. 관리소장이 소신껏 관리업무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탁관리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업체와의 재계약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 업체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뜻대로 관리소장을 교체할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공공재산에 여는 장터, 수익은 부녀회로
아파트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매주 요일을 정해 열리는 장터가 그것. 아파트 내에 장터가 서는 것에 대해 입주자들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의를 받아 진행하는 만큼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공공부지를 임대해 발생하는 수익이 부녀회의 운영기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아는 입주민은 많지 않을뿐더러 그것이 관리규칙에 벗어난다는 것을 아는 이는 더더욱 많지 않다.

장터 관계자에 따르면 세대수에 따라 다르지만 임대료가 적게는 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터 임대수입만으로도 최대 연 24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잡수익이라고 부른다. 이 밖에도 아파트에 따라 게시판의 광고료, 쓰레기 분리수거 수입금의 잡수익이 부녀회의 몫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문제는 아파트 부녀회가 임의단체란 점이다. 주민들의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운영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잡수익은 원칙적으로 당기순이익으로 집계돼 예비비 또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분류돼야 한다. 입주민들은 그만큼 관리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부녀회가 관리사무소를 대신해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기에 임의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업계획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은난순 한국주거문화연구소 박사는 “잡수입의 관리방법 개선에 있어서 아파트 공용공간을 이용해 발생하는 모든 수입은 관리비 통장으로 일괄 입금, 관리돼야 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다만 부녀회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부녀회 활동을 양성화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부녀회 연간 활동계획을 작성해 보고하고,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대로 지원, 월별 관리비 내역서를 통해 부녀회 활동사항 및 집행 내역을 공개, 연말 결산 보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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