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위를 걸어오신 예수


                                                         도 종 환


새벽 네 시에 물 위를 걸어오시던 그분처럼

캄캄한 한 시대의 새벽 철조망 위를 걸어오신 분

모두들 놀라 소리치며 불안과 두려움과 낡은 인습의

돌멩이를 던지고 의심하며 돌아설 때

겁낼 것 없다 두려워 말라 하시던 분

분단의 철조망을 넘으며 찢기고 피 흘린 채

다섯 번 열 번 감옥에 갇히기를 주저하지 않던 분

남북을 가로막은 거대한 성곽의 돌 하나를 빼내고

그리로 걸어갔다 오신 분 그 돌 하나가

성 전체를 무너지게 할 것임을 예언하시던 분

그분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

가시철조망을 면류관처럼 쓰고 냉전의 채찍에 맞아

피 철철 흘리며 참혹한 시대의 언덕을 넘어가신 분

그분은 지금 어느 땅 어느 하늘 아래 계시는가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쩌렁쩌렁한 그 목소리 지금 어느 광야를 떠돌고 있는가

우리는 오늘 그분처럼 자기 몫의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고 있는 것일까

오늘밤도 강물은 얼어붙고

분열과 미움과 불신의 역풍 그치지 않는데

나는 이 밤 평화의 촛불 하나 밝혀 들고 있는 것일까

개마고원 원산 앞 바다 재령 벌판에도 된바람 부는 밤

나는 따뜻한 아랫목만 찾고 있지는 않는가

그분이 차이와 차별을 넘어 하나되는 인간애 동포애로

형제들을 감싸안았던 것처럼 우리도 옷을 벗어

추운 그들의 어깨를 덮어 주고 있는가

낮아지고 낮아져 더불어 평등하게 살려하고 있는가

함께 포도밭을 일구고 돌아와 노동의 먼지를 털며

간소한 식탁 앞에서 기쁘게 저녁을 맞이할 수 있는 걸까

따뜻하게 나누는 몇 개의 빵을 앞에 놓고 우리 자식들에게

두려워 말라 그렇게 기도할 수 있는가

목사님 가신지 어느새 열 번 째 겨울

우리는 지금 통일의 언덕 어디쯤을 오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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