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소 식판, 잔류 세제 관리 사각지대
대부분 합성 세척제 사용, 인체유해 성분 잔류

▲ 학교급식소에서 사용되는 합성세제 찌꺼기가 식판에 남아 있어 이에 대한 실태파악과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는 단체급식이 철저한 위생관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내에서는 초·중·고 483개 학교에서 24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단체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중 317개 학교는 단독 조리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공동 조리시설을 운영하는 나머지 학교들도 모두 자체적으로 식판을 세척하고 있다.

3년째 식중독 사고 ‘0’을 기록하는 등 도내 학교들의 위생관리는 매우 철저하지만 식판을 닦는 세제와 잔류물 관리는 매우 허술한 실정이다. 식기 세척제는 천연세제가 아닌 2·3종 합성세제를 사용하고 있고 설거지 뒤에도 잔류세제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학교급식소에서 사용되는 세제는 물론 잔류물에 대한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합성세제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효과 낮다 천연세제 외면

점심 급식이 끝난 청주시내 한 초등학교. 수백 장의 식판과 조리기구, 급식실 바닥 등을 세척하느라 북새통을 떨고 있다. 조리종사원들은 학생들이 먹고 남긴 식판을 애벌세척통에서 꺼내 물로 헹구고 이를 다시 식기세척기에 넣는다. 식기세척기에서 건조돼 나온 식판을 식기소독기에 넣으면 식판 세척이 마무리된다.

식판을 세척하는데 사용되는 세제는 가루형태의 애벌세제와 식기세척기에 투입되는 액체세제, 그리고 린스 등 모두 3가지다. 애벌세제는 식판을 물에 불리는 과정에서 사용되며 식기세척기에는 액체와 린스(건조촉진제)를 투입구에 넣어 세척된 식판이 건조까지 된다.

린스는 식기세척기 구조상 충분히 헹궈지지 못해 세제의 얼룩이 남는데 이를 제거하고 빨리 건조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또한 린스를 사용하면 식판 표면에 광택이 나 훨씬 깨끗해 보인다.

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세제는 모두 세척제 2종과 린스다. 때로는 식판의 광택을 유지하기 위해 광택제를 추가로 사용하기도 한다. 세척제는 1종과 2종, 3종 등 3종류로 구분되며 1종은 야채 또는 과실용 세척제, 2종은 식기류용 세척제, 3종은 식품의 가공기구·조리기구용 세척제다.

이들 세척제는 모두 합성세제로 천연세제는 극히 일부 급식소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이 학교 급식실 관계자는 “천연세제는 기름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 등 합성세제의 세척효과가 높다. 급식실의 경우 많은 양의 식판과 식기를 세척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급식소용 합성세제를 써야 힘도 덜 들고 설거지도 깨끗이 된다. 현실적으로 천연세제를 사용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2종 세척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식기류 세척용으로 사용되는 2종 세척제는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매틸알콜(1㎎/g 이하), 비소(0.05ppm 이하), 중금속(1ppm 이하)이 포함되기 때문에 식기에 남을 경우 건강을 해칠수도 있다.

유해성분 세제 잔류물 확인

만일 학교급식소에서 사용되는 합성세제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일선 학교 급식 관계자들은 “식판에 세제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기 때문에 세제 잔류물은 거의 남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완벽하게 없애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합성세제 잔류물 문제는 지난해 서울에서 확인된 바 있다. 김덕배 서울시의원이 ‘수원대학교 중앙 분석센터’에 서울시내 7개 초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 등 8개 급식소 식판에 대한 잔류세제 함유량 검사를 의뢰해 분석한 결과 소포제와 기름성분 제거제 등 4종의 세제가 잔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염색과 폐수 처리에 쓰이는 금속이온 봉쇄제인 ‘트리이소프로필페닐포스핀’은 모든 시료에서 다량 검출됐고 이를 분석한 수원대학교 연구팀은 “어린 아이들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으므로 안전성과 세척성이 검증된 세제와 식기세척기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은 식기세척기의 구조적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압을 이용해 음식찌꺼기를 닦아내는 원리의 식기세척기는 여러 종류의 반찬을 즐기는 우리나라 식생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 설거지 문화는 수세미로 깨끗이 닦아내는 것인데 식기세척기로는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을 쉽게 하기 위해 고농도의 합성세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소 실태 조차 파악 안돼
도교육청 “세제사용 관여 안 해, 자료 없다”

학교급식소의 식판 잔류세제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충청북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소에서 사용하는 세제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다. 또한 사용하는 세제 종류와 잔류세제 등에 대해서도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학교급식소의 세제사용 현황과 잔류세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결과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 유모 씨(48)는 “지난해 이미 학교급식소 식판의 잔류세제가 확인됐는데도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간단한 조사만으로도 세제 사용 현황 파악이 가능하고 잔류세제 실태 또한 전문기관에 의뢰하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교급식소의 세제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 급식소 관계자는 “식기세척기에는 정해진 양 만큼 세제가 들어가도록 기계에 사용량이 입력돼 있다”고 말했다. 세제의 종류와 성분에 상관없이 식기세척기 제작 업체가 정해주는 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12년 동안 합성세제 찌꺼기를 먹고 학교에 다니는 셈이다. 정확한 실태 조사와 이에 따른 식기 세척 매뉴얼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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