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교통, 김재수 대표 불출마 선언에 전직원 철회요구 이례적 실랑이

▲ 우진교통 내에 더 이상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김재수 대표와 이를 철회하라는 구성원간의 이례적인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경영정상화를 실현한 우진교통 내부에 차기 대표 선출과 관련해 이례적인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김재수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불출마 철회를 요구고 나선 것이다.

우진교통은 2005년 1월 전 경영진으로부터 주식과 부채 150여억원을 인수한 노동조합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다.
우진교통은 자주관리정관에 따라 대표 등 임원의 임기 종료 2개월 전 까지 새로 선출해야 한다.

우진교통은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 김재수 씨(당시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가 대표를 맡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당시 어음과 사채 등 악성채권이 부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노동조합이 얼마나 내실 있는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여기에 일부 조합원들의 집단 이탈과 체불임금·퇴직금 등의 가압류, 택지개발에 따른 차고지 상실 위기 등이 닥쳐 우진교통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듯 지난 6년을 헤쳐왔다.

하지만 우진교통은 보란 듯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출범 첫 해 임금삭감 없이 38억원의 부채를 상환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까지 68억8000만원을 갚았으며 당기순이익도 실현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당좌거래정지업체에서 해제돼 ‘부도 딱지’를 뗌으로서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는 등 정상적인 기업의 틀도 가췄다.
우진교통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부채중에는 악성채권이 전혀 없다. 최근 궂은 날씨 때문에 운송수익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가을철로 접어들며 다시 정상화 되는 등 경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재수 대표의 힘

우진교통 구성원들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경영정상화가 가능해 진 것은 출범 초기부터 회사를 이끈 김재수 대표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생 노동운동으로 다져진 리더십과 추진력, 여기에 경영능력까지 발휘해 악성부채와 조합원 이탈, 차고지 문제까지 해결해 왔다는 것이다.

▲ 우진교통 노동조합이 김재수 대표의 불출마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한 2005년 1월 민주노총이 파견하는 형식으로 대표를 맡았으며 2008년 1월 3년 임기의 제2기 대표로 취임 했다.
김 대표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정형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 회사를 이끌었다. 일반적인 기업의 이사회 대신 자주관리위원회를 통해 노동조합과 현장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했다.

자주관리위원회에는 대표와 이사, 감사 등 임원은 물론 노조위원장, 경영팀 부서장, 현장에서 선출한 8명의 자주관리위원 등 15명이 참여해 매월 개최한다.

또한 현장 자치모임을 중심으로 교통안전관리위원회도 운영해 실제 사고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매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실현을 위해 하나하나 내용을 채워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영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연이어 터진 커다란 위기도 극복해 왔다. 모든 회사 구성원들의 단합과 김재수 대표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에 천막농성 까지

우진교통 구성원들이 차기 대표 선출 문제를 두고 술렁이는 것은 김재수 대표가 지난 8일 열린 자주관리위원회에서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이룬 경영성과가 스스로의 능력을 뛰어 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더 할 일이 많고 이뤄야 할 목표도 있지만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아닌 것 같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할 당시 약속도 5~6년 정도 몸을 담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다른 인물이 대표를 맡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불출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1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김 대표의 불출마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농성 까지 벌였다.

또한 회사 임원과 경영팀 간부들도 대표 불출마 철회 요구에 힘을 보탰으며 추석 연후 직후부터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순회 간담회를 열며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 간담회를 통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무구조 등 경영정상화가 실현되고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 큰 일을 위한 김 대표의 역할이 남아 있다는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상황이 우진교통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회사 대표의 진퇴문제로 직원 전체가 술렁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빈번히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우진교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직원 가족들 까지 만류

김재수 대표의 불출마 철회 요구에 회사 구성원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가족들이 나서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김 대표의 집 까지 방문해 차기 대표선거에 출마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한 직원의 아내는 “이제야 집안에 웃음이 돌기 시작했다. 171일 동안이나 파업을 진행하는 동안 생계가 막막해 졌고 희망도 가물가물해 졌었다. 이제 겨우 생계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지금껏 회사를 이끌어 온 김 대표가 좀 더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뜻을 몇몇 직원 가족들과 김 대표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우진교통은 아주 특별한 회사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해 직원들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대표를 바꿀 때가 아니라 좀 더 회사의 안정적인 틀을 만들어 갈 때”라고 덧붙였다.

이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진교통 구성원들의 요구에 김재수 대표도 ‘구성원 가족들까지 나서 만류할 줄은 몰랐다’며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에 접어들었다면 이번 일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해 성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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